T.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성탄 대축일’이라고도 합니다.
공현 이란, ‘공적으로 드러나다.’라는 의미인데,
아기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이방인, 곧 동방의 세 박사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심으로써,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닌, 온 세상의 구세주이심'이 선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다인이 아닌 우리에게, 주님 공현 대축일 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고, ‘또 하나의’ ‘성탄’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우리가 찾는 참 행복을 위하여 오셨는데,
그 구원과 참행복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알고', ‘예수님을 예수님 답게’ 맞아들일 때, 시작되고 완성되어 갑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는, 동방의 박사들이 가지고 온 선물, 곧 '황금, 유향, 몰약'이 말해줍니다.
'황금'은 동서 고금을 통해 매우 값지고, 불변하는 성질을 지니며, 왕과 관련된 것들에 사용되었는데,
황금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왕 중의 왕’ 이심을 상징합니다.
유향은, 이스라엘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값비싼 것으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때, 거룩한 향기를 내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이 유향이 예수님께 선물로 바쳐졌다는 것은,
예수님이야말로 ‘인간을 구원하실 하느님, 사람이 되신 하느님’ 이심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몰약은, 시체를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 내지는 '진통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성경에도
“그들이 쓸개즙을 섞은 포도주를 예수님께 마시라고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맛을 보시고서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마태 27,34)”라고 언급하고 있으며(진통제),
“언젠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 39-40)” 라고 전하고 있습니다.(방부제)
이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예수님께서 '죽음을 맞이하실 수 밖에 없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심'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왕중의 왕’이요,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으로 고백하고,
‘예수님을 예수님 답게’ 맞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예수님을 ‘왕중의 왕’으로 고백한다는 것은,
예수님을,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의 가장 소중한 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살펴보고, 그 자리에 예수님을 모시는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나의 시간, 내 생각, 나의 의견, 나의 자존심보다
더 소중한 분이 되셔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 예수님을 ‘참 하느님’으로 고백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나에게 참 행복을 주실 수 있는 분이심을, 그래서
'특별히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예수님께 도우심을 청'하고,
'예수님께서 이끌어주시는 바로 그 방식에 동의하고, 그 길을 기꺼이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을 ‘참 인간’으로 고백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나와 같은 인간이 되심에 감사'드리며,
'예수님께서 기뻐하셨을 일들과 슬퍼하셨을 일들, 행복했던 순간들과 고통스러우셨던 순간들'을
더 자주 묵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 나약함까지도 이해해 주시고, 감싸 주시는 예수님‘ 때문에 힘을 얻고,
그래서, 언제나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보다 더 크신
‘나를 향한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와 사랑’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에게 오셨습니다.
나를 위해, ’왕중의 왕으로, 참 하느님으로, 참 인간으로‘ 오셨습니다.
나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이 되신 예수님께 더 자주 감사드리며,
그분을 나의 가장 소중한 분으로,
내가 찾는 행복을 주시는 유일한 분으로,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여 줄 유일한 분으로, 맞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나와 함께 기뻐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