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굵게 떨어지는 빗방울.
옛날 대관령의 구불구불한 길이 아닌 시원한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복된 죽음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제대로 살아내지도 못하면서 복된 죽음이라니...
근조 -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뜻이리라.
아버님의 약대동창분이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식장앞에는 여러단체에서 보내온 화환들...
영결식장에 써져있는 고인의 이름.
고인을 위한 송시를 낭독하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
왠지모를 묘한 기분에 예배도중에 밖으로 나왔다.
관을 싣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할 차량인가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장례식장앞에 나가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시원한 빗소리..
옹기종기 모여 고인을 추억하는 사람들...
"거 약사님 말이여. 참 사람이 좀좋았어? 성격은 조용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 많이했어.."
"아까워... 쯧쯧... 참 좋은 분이었는데."
여기저기에서 고인의 좋은 덕행을 추억하는 말들을 들을수 있었다.
그렇게 예배가 끝나고 천안공묘에 묻힌다하여
장례차량뒤에 비상등을 키고 따라갔다.
살아생전 일하시던 대관령약국앞을 장례차량이 지나 섰다.
약국앞에서 천막을 쳐놓고,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
약소한 예배를 드렸다.
성경말씀에 덕이 많은 아내는 존영을 얻고 자기일에 근면한 남자는 재물을 얻을것이라 했다.
그동안 후덕히 베풀어오신 미망인을 걱정하는 소리와,
동네유지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했던 고인을 추억하는 말씀들...
예배 끝인사로... 상주가 된 큰아들과 딸, 미망인이 인사를 했다.
'상주는 그동안 너희 가족을 보살펴주신 분들께
앞으로 더 꿋꿋이 살겠다고 인사드려라.'
사방으로 돌아가며 정중히 허리숙여 인사하는 상주를 보았다.
갑자기 가슴에 울컥하는 치미는게 있었다.
나와 같은 나이... 꿋꿋이 살겠단다...
꿋꿋이....
다시 이어진 차량행렬.
왜 선산을 내비두고 그곳에 가나 부모님께 여쭈었더니..
"애비가 살아계시는데 돌아가신게다. 자기 자식 장례식장에 애비가
서있는것 만큼 처량해 보이는것도 없는거야. 그래서 오늘 장례식에도
발인에도 참석을 안하신거지. 자식이 일찍죽는 것만큼 불효도 없지.."
기분이 묘해졌다.
약을 다루는 약사 , 간암, 부모보다 일찍 세상을 뜬 불효.
좋은 평판을 남기고 돌아가신 故人. 남아있는 자식과 미망인..
약으로 사람을 고치고자 했으나, 죽음이란건 이렇게 불현듯 오는것이구나...
약으로도 못고치는 것이있다면... 그렇다면...
결국 하나님, 신께로 귀결되는것인가...
가고나서는 이렇게 좋은 평판으로 추억이 되어야하는구나.
죽기위해 사는게 삶이리라.
좀더 멋있게 추억되는 삶이면 살아생전 베푼 흔적이 있어야겠구나.
복된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어야지.
강릉에서 비를 추적추적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윤동주의 서시가 읊조려지더라.
●.서시(序詩) : 윤동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난후에 평가되어진다 했습니다.
우리가 떠난 뒷자리가 어떨지 생각해보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삶이라는 것이 헛되지 않기위해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주어진 길을 꿋꿋히 가야겠습니다.
돌아오면서, 차옆자리에 앉아 잠드신 부모님을 보면서
그간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시는 부모님께
이젠 우리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훗날 서로의 장례식장에 모여 고인이
얼마나 값진인생을 살았나 추억할수 있는 우리였으면 합니다.
참 미련없이 할일을 다마치고 갔다는
'찬사람. 된사람. 난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 세상 소풍을 다 끝마치는 날' 우린 어떤 표정일런지요.
우린 모두 꿈이있었고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사람.
꿈이있는 좋은사람이었다고 추억되길 바랍니다.
저는 결혼식장엔 들어갔습니다.
이젠 장례식장에 멋지게 들어갈 차례입니다.
그 예약시간이 십년이든, 이십년이든간에 말입니다.
<2003.6.1 베이징옹 올림>
첫댓글 아시는 분이 돌아가셨나 보군요~고인의 명복을 비나이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생각 나던 글이었습니다...꿈이있었던 사람으로...추억되는 것 만큼 좋은 것만도 없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나와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죽기위해 사는게 삶이리라......
죽기전에 그래도 한세상 잘 살았노라는 생각이 들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리플달아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삶과 죽음....언제나 함께 공존하는것 같아요. 언제 내 심장이 멈출지... 정말 예정되지 않은 죽음.... 하루 하루 보람되게 살아야 겠죠..
다시 더 좋은삶으로 태어나기를 기도하며 맞이 하는게 죽음 같네요...꼭 슬프지만은 않은 그런것이요...
이걸보니 저희 할머니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나는군요.. 아직도 사진을보면 눈물이 그렁그렁. 더 좋은세상으로 가셨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