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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천외인구단 원문보기 글쓴이: 인천감독
야구를 흔히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농구에서 센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팬들은 가드를 좋아하지만 지도자들은 센터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 이유다. 야구의 투수와 농구의 센터만큼이나 배구에서 중요한 자리가 세터다. 코트 안에서 세터는 감독이나 다름없다.
배구 코트에 두 명의 세터가 나온다. 두 팀이 아니라 한 팀에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나 TV 중계를 보는 팬들에게 볼거리가 될 게 틀림없다. 최근 배구경기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세터 두 명이 동시에 뛰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특정 팀에서는 세터 두 명이 각각 전위와 후위에 자리를 잡고 경기를 했다. 실업배구 시절 여자팀 미도파와 대농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이창호(67) 감독은 세터 두 명을 동시에 기용하는 ‘더블 세터 시스템’을 즐겨 사용했다.
서점에 있는 배구 이론서에도 더블 세터 시스템이 나와 있다. 선수 시절 세터로 뛴 프로배구 대전 삼성화재 신치용(53) 감독은 “현역 때 GS 칼텍스 이희완(52) 감독과 더블 세터를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신감독은 “1980년대 중반부터 점차 사라진 전법”이라고 덧붙였다. 배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술이 바뀐다.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좋아지고 웨이트트레이닝 등 훈련 방식의 발전으로 힘이 좋아진 것도 전술 변화의 원인이다.
신감독은 “더블 세터는 공격력 강화가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형태는 세터 2명, 주 공격수 2명, 보조 공격수 2명이 한 조를 이뤄 전위와 후위에 자리잡는다. 이론서에는 ‘2세터, 2에이스, 2서브 어태커’로 표시돼 있다.
이때 각 포지션의 선수들은 전위와 후위의 대각선에 선다. 이유는 6인제 배구 경기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로테이션 때문이다. 로테이션은 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선수들은 포지션에 상관없이 전위와 후위에 번갈아 자리한다.
서브를 넣는 선수는 로테이션에 따른다. ‘2세터, 2에이스, 2서브 어태커’ 형태로 선수를 구성하면 로테이션과 관계없이 늘 전위와 후위에 주공격수, 세터, 보조 공격수가 1명씩 있게 된다.
이런 전법이 사양길로 접어든 이유는 포지션의 분업화가 이뤄지고 백어택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리베로(수비전문선수)가 1997년부터 정착되자 더블 세터 시스템을 쓸 여력이 없게 됐다. 제2세터 대신 리베로가 들어선 것이다.
신감독은 “효율성의 문제”라며 “세계배구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 전술이 지금도 통한다면 사용하는 감독과 팀이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한국배구가 낳은 최고의 세터로 많은 이가 천안 현대캐피탈 김호철(53) 감독을 꼽는다. 김감독은 뛰어난 기량과 함께 코트를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가 토스한 공을 강만수(53)가 스파이크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올드팬들의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다.
김감독이 대표팀 주전 세터로 뛸 때 한국은 1978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9회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올랐고 1979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10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일본과 쿠바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김감독은 1981년 이탈리아로 갔다.
현대캐피탈 세터 권영민이 1월 27일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린 LIG 손해보험과 경기 도중 동료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사진 송기찬)
이탈리아에서 처음 뛴 파르마는 1부리그인 세리아 A에서 중하위권팀이었지만 그가 합류한 뒤 두차례나 우승했다. 김감독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3회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속팀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를 당시 국내 최강으로 이끌었다. 1994년 수퍼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성인 배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대통령배대회에서 현대자동차서비스는 1986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김감독은 1988년 다시 이탈리아로 가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가 됐다. 김감독의 키가 175cm보다 컸다면 명세터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을까.
육상선수로 운동을 시작한 김감독은 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세터를 맡지 않았다. 포지션을 옮긴 이유는 작은 키 때문이다.
김감독은 “중학교 1학년 때 배구를 지도하신 선생님이 세터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때 배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세터 연습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배구가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키가 작아서 세터를 했지만 그 포지션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김감독의 기억이다.
세터는 배구의 시작이다. 12명의 선수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6명씩 편을 나눠 경기를 하지만 세터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플레이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공격의 90% 이상이 세터가 올리는 토스로 이뤄진다.
김감독은 “세터를 여러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유형이다. 김감독은 “선수 시절 이탈리아에 처음 진출했을 때 나는 아버지형에 가까운 세터였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일반적으로 가족에게 엄격하다. 가족의 세세한 면을 챙기기 보다는 권위를 앞세운다. 어머니형은 그 반대다.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고 이런저런 일에 모두 신경을 쓴다.
김감독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터들의 본보기는 어머니형”이라고 설명했다. 김감독은 “예를 들어 세터가 동료 공격수들에게 띄우는 토스를 자기 기분대로 한다면 그 팀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터는 리베로를 뺀 모든 선수들의 습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공격 위치, 토스 구질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코트에서 책임과 의무가 가장 많이 요구되는 자리가 세터다.
세터는 남성적인 포지션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팀과 영역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배구는 축구, 농구 등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경기 도중 선수들의 신체 접촉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배구를 ‘여성적인 운동’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적이고 차분한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배구에서 강인한 정신이 필요한 자리가 세터다. 신감독은 “배구선수들 가운데 세터가 가장 남성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신감독은 “조용하게 보이는 선수들도 세터를 맡고 있다면 실제로는 성깔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세터는 코트 안에서 감독과 같다. 전력 분석원이 상대 블로커나 공격수 위치를 분석해 코칭스태프에게 알리고 감독이 작전지시를 한다고 해도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완벽하게 전달되기가 쉽지 않다. 세터가 알아서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시간이 결코 적지 않다.
대한항공 김영래(왼쪽에서 두번째)와 삼성화재 최태웅(왼쪽에서 네번째)은 각각 공격력이 뛰어난 세터와 현역 최고 세터로 많은 이들에게 꼽히고 있다.(사진 김수홍)
동료 선수들의 공격과 수비 그리고 상대 코트의 움직임을 모두 봐야하는 세터는 수월한 자리가 아니다.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이 필요하고 긴장을 풀 수 없다.
신감독은 “세터는 강인한 정신과 함께 배짱도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세터는 정신 수양도 많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구는 대체로 리시브와 토스 그리고 스파이크로 이어지는 일정한 패턴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코트의 지휘자인 세터는 때로 즉흥적이고 변칙적인 플레이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경기도중 세터가 2단 공격을 하거나 패스 페인팅을 하는 장면을 이따금 볼 수 있다.
세터는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런 공격 방법을 쓰기는 한다. 그러나 신감독은 “세터를 2단 공격이나 패스 페인팅 등 공격을 기준으로 평가하는건 무리”라고 말했다.
세터를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나눌 수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신감독은 “세터의 기본은 토스”라며 “세터가 키가 크고 블로킹 능력이 뛰어나다면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세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감독은 배구 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세터의 기를 살려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신감독은 “다른 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과소평가되는 세터로 이동엽(31,183cm,LIG 손해보험)을 꼽았다.
신감독은 “(이)동엽이에게 ‘토스 높이가 낮다’ ‘외국인선수 팔라스카와 호홉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러면 안된다. 부담을 느끼는 세터를 잘 다독이고 편하게 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감독은 “세터가 자신감을 잃으면 팀 전력에 큰 손실이 온다”고 강조했다.
세터 어디 없소
1월 2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제2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한국전력의 경기는 삼성화재의 3-0(25-18 25-20 25-17) 완승으로 끝났다.
한국전력 공정배(46) 감독은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터가 부족한 팀 형편으로 볼 때 앞으로 남아 있는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 몇 승을 올리는게 중요한 게 아니고 올시즌을 아무 탈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더 신경 쓰인다”고 걱정했다.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상무와 함께 V리그 일정을 치르고 있는 한국전력은 프로팀과 비교해 얇은 선수층, 특히 세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한국전력의 주전 세터는 김상기(28,180cm)인데 이번 시즌에는 상무에서 뛰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한 김상기의 빈자리를 메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국전력은 용환승(33,183cm)과 강병화(31,183cm)가 세터를 맡고 있다. 강병화는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올시즌 6경기 출전이 전부다. 한국전력은 남아 있는 유일한 세터 용환승으로 시즌을 마쳐야 한다. 용환승마저 다치기라도 한다면 세터를 볼 선수가 없다. 공감독은 “(용)환승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다.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면 프로팀들과 달리 우리는 세터를 영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팀에서 세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전력이 처한 상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권영민과 송병일(25,196cm)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다른 프로팀에 견줘 세터 만큼은 넉넉한 편이다.
현역 세터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토스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태웅(32,185cm)이 뛰고 있는 삼성화재도 세터 보강이 필요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화재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LIG 손해보험 이동엽은 실력이 과소 평가된 세터라는 말을 듣는다.(사진 송기찬)
삼성화재는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확률 추첨제 방식으로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지난 정규시즌 1위팀 삼성화재는 15%의 낮은 확률이었지만 대한항공보다 앞선 지명 순위를 받았다.
김요한(23,198cm,LIG 손해보험)과 함께 인하대를 대학배구 정상으로 이끈 세터 유광우(23,185cm)를 주저하지 않고 지명했다.
대한항공도 유광우를 원했다. 유광우를 놓친 대한항공은 드래프트 당시 한양대 3학년이던 센터 진상헌(22,200cm)을 뽑았다. 유광우를 지명해 세터를 보강하려 했던 대한항공은 2라운드에서 한양대 졸업예정자인 세터 한선수(23,190cm)를 선택했다.
신감독은 “세터가 필요한 팀은 유광우를 무조건 잡았어야 했다”면서 “(유)광우를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드래프트에서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았지만 발목 수술을 받는 바람에 올시즌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에따라 수련선수로 들어온 신인 강민웅(23,185cm)이 최태웅의 백업 요원이 됐다.
세터에게 필요한 것
김호철 이전 한국배구에서 세터로 이름을 날린 인물은 두 명이 있다. 세터로 가장 먼저 뛰어난 실력을 보인 이는 임태호(68)다. 엄세창(65)이 그 뒤를 이었고 김호철이 빠져나간 자리를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LIG 손해보험 감독을 지낸 신영철(44,173cm)이 메웠다.
신 전 감독의 뒤를 이을만한 세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현역 최고 자리를 놓고 프로 4개 팀 세터들이 벌이는 경쟁이 흥미롭다.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세터 자리는 권영민이 맡고 있다.
지난해 월드리그 때 대표팀 류중탁(48) 감독은 권영민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권영민의 장점은 발전 가능성이 높고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세터 출신 감독을 만난 것도 권영민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현대캐피탈 강성형(38) 코치는 현역 시절 마지막을 신인으로 입단한 권영민과 함께했다. 권영민이 올려준 토스를 공격으로 연결했다.
강코치는 “(권)영민이는 최근 들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토스의 속도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김감독은 “나와 가장 가깝게 플레이를 하는 현역 세터를 꼽는다면 (권)영민”이라고 평했다.
김감독은 권영민을 처음 봤을 때 아버지형 세터로 생각했다. 그러나 4시즌을 함께 보낸 올시즌 현재 그같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김감독은 “이제는 50대 50이다. (권)영민이는 어머니형 쪽으로 더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웅을 데리고 있는 신감독은 권영민을 “지도자로 한 번쯤 같은 팀에서 뛰어 보고 싶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신감독은 “운동선수는 종목을 불문하고 타고난 감각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릴 수 있다. 세터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평가받았던 김세진(34,200cm) <KBS N 스포츠>해설위원은 “권영민은 플레이에 기복이 있는 편”이라면서 “경기 도중 소극적으로 바뀔 때도 있다. 배짱을 더 키운다면 최태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위원은 현역 최고의 세터로 최태웅을 꼽았다. “세터는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잘 때릴 수 있는 자리로 알맞게 토스를 올려야 한다.” 김위원이 최태웅을 최고의 세터로 선택한 이유다.
대한항공 레프트 장광균(왼쪽)이 1월 13일 열린 삼성화재와 경기 도중 후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사진 김수홍)
김위원은 “함께 뛴 세터 가운데 신영철 전 LIG 감독이 나와 가장 잘 맞았다. 눈을 감고 점프를 한 뒤 스파이크를 해도 상대 코트로 공이 정확하게 날아갈 정도였다. (최)태웅이는 노력이 더해져 실력이 는 경우다. 팀에 처음 왔을 때 나와 다른 선배들을 무척 무서워했지만 실력이 늘고 경험이 쌓이면서 배짱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위원은 “1월 20일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보면 세터에게 배짱이 왜 중요한지 그 답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두 팀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경기 결과는 삼성화재의 3-2(28-26 23-25 33-31 17-25 15-12) 승리였다.
삼성화재는 이날 세터 최태웅이 고질적인 왼쪽 발목과 종아리 통증으로 승부처인 4, 5세트에서 코트에 오래 있지 못했다.
그 틈을 메운 선수가 신인 강민웅이다. 강민웅은 신인 답지 않게 배짱 있는 토스로 현대캐피탈 수비를 괴롭혔다. 5세트 4-2로 앞선 상황에서 코트에 들어온 강민웅은 센터 신선호(30,196cm)와 고희진(28,200cm)에게 A속공으로 연결되는 토스를 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강민웅의 토스와 속공에 대비했지만 고비마다 터지는 삼성화재의 날카로운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신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죽지 않고 대담하게 경기를 이끈 (강)민웅이가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현재 그리고 미래
농구처럼 높이가 중요한 배구는 이제는 힘까지 필요로 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강호로 평가받는 브라질, 러시아, 이탈리아 등은 힘과 높이에서 다른 나라를 앞선다.
신감독과 김감독 모두 키가 큰 세터가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배구계의 흐름이 그렇다. 국내 배구도 권영민, 송병일, 김영래(27,193cm,대한항공)등 장신 세터가 중심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감독과 신 전 감독처럼 키가 작은 세터들은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김감독은 “아직까지는 국내배구 여건으로 볼 때 (세터들의)기술적인 면이 필요하다. 힘보다는 세밀한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감독은 “장신 세터의 장점은 많다. 하지만 기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감독은 “배구에서 세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배구에서 ‘배’의 한자 뜻은 ‘밀칠 배(排)’다. 그러나 이제는 ‘나눌 배(配)’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신호
배구경기에서 전위에 있는 선수들이 손을 엉덩이 쪽에 붙인 뒤 손가락으로 후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신호하는 걸 볼 수 있다. 야구경기에서 코치와 선수, 포수와 투수가 주고받는 사인과 비슷하다.
코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센터, 라이트, 레프트는 세터와 미리 공격 방법을 정한다. 손가락 하나로 신호를 보내면 A 속공을 하고 손가락 두 개를 폈을 때는 B 속공을 한다는 식이다.
속공과 시간차 등 다양한 작전을 수신호로 전한다. 그러나 늘 같은 신호를 주고받지 않는다. 상대팀 전력분석원이 비디오 카메라로 이를 낱낱이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중에 수시로 수신호를 바꾼다.
SPORTS2.0 제 89, 90호(발행일 2월 11일) 기사
류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