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한 사람들과 앞으로 여행할 사람들에게 나는 향신료 가게를 들르지 않으면 인도 여행의 중요한 요소를 놓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향신료 없는 인도 음식은 상상할 수 없으므로 어느 도시에나 향신료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인도 식당에 들어섰을 때 풍기는 향은 커민 향이다. 통째로도 쓰고 분말로 갈아서도 쓰는 커민 씨앗은 인도, 이란, 지중해 원산으로 가장 일반적인 열매 향신료이며 카레 가루와 칠리 파우더의 주원료이다.... 모든 양념 중 식욕을 돋우는 최고의 재료이고, 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잡지에 자주 소개된다.
인도 음식의 또 다른 대표적인 양념인 가람마살라는 '매운 혼합 향신료'라는 뜻으로 레드칠리, 커민 씨앗, 카다멈, 후추, 생강, 깨, 겨자, 마늘 등 갖가지 재료들을 함께 볶아서 가루로 만든 것이다.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 넣어 음식의 풍미를 더해 주는 데도 사용되지만 다른 향신료들과 함께 기본 양념으로 주로 쓰인다. 가람 마살라는 인도 요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로, 지역이나 취향에 따라 배합률과 재료가 다양하다.
코리앤더라고 부르는 다니아는 고수 풀의 둥근 씨를 사용해 만든 향신료이다. 레몬 같은 상큼한 향과 톡 쏘는 향이 난다. 가루로 내어 치킨 카레에도 넣고 이곳저곳 안 쓰는 데가 없는 중요한 향신료이다.
강황(터마릭)은 생강과에 속하는 뿌리 식물로, 살균력이 있어 더운 지방인 인도에서 가장 오래 사용해 온 향신료 중 하나이다. 인도 카레 가루라고 하면 보통 이 강황가루를 의미한다. 뿌리를 삶아 건조시킨 후 가루를 내어 쓰며, 진한 오렌지색이기 때문에 염색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약간 쌉쌀하며 매콤한 겨자 향이 난다.
카다멈은 '향신료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생강과에 속하며 까만 씨앗이담긴 꼬투리째 요리에 넣기도 하고, 씨앗만 갈아서도 쓴다. 녹색 카다멈은 송진 향 같은 독특한 맛이 나고, 갈색 카다멈은 민트 향 같은 청량감이 있다. 카다멈 역시 고대 인도에서부터 사용되어 왔다. 카레의 주성분이며 돌로 빻아서 인도인들이 매일 마시는 짜이에 넣기도 한다. 짜이의 매콤함이 이 카다멈에서 나온다.
정향이라고도 하는 클로브는 개화하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말린 것이다. 맵고 청량하고 강한 향이 나서 잡내 제거에 탁월하며, 짜이 끓일 때도 넣고 따로 차로 끓여서 마시기도 한다. 쓴 맛이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사용하면 음식을 망친다.
인도인들의 집에 초대받으면 요리에 정체불명의 온갖 열매와 잎사귀와 가루를 넣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열대지방이라서 나무와 풀이 많아 풍부하고 다양한 향신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인도 음식 고유의 맛을 내며, 처음에는 향이 강해도 익숙해지면 향신료 없는 음식은 매력을 잃는다. 시장마다 각종 자루와 양철통에 가득 담긴 색색가지의 향신료들이 손님들을 부른다. 보기만 해도 다양하고 풍성하다. 향신료 가게는 인도 여행의 향신료 같은 역할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향신료와 같다. 향신료의 배합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듯이, 각각의 인간은 저마다 다른 비율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행복과 불행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톡 쏘는 맛이 강하고, 어떤 사람은 몹시 매우며, 한 가지 향이 너무 강해 다른 향신료들은 빛을 잃는 사람도 있다. 무난한 인생을 보내 특별한 향이 약한 이도 있다. 카이옌페퍼(붉은 고춧가루)처럼 눈물 나게 얼얼한 사람도 있다.
인간은 자신만의 향신료이기도 하면서 배합을 결정하는 요리사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의 가정마다 향신료 혼합하는 비법이 따로 있듯이, 어떤 향신료를 얼마큼 자신의 삶에 넣는가에 따라 요리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적든 많든 모든 향신료가 필요하다. 맵고, 쓰고, 자극적이고, 눈물 나는 재료라고 해서 제외시키면 음식은 맛을 잃는다. 그 양념들에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다. 음식이 그렇듯이 결국 인생은 맛과 향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은 '마법의 향신료 가게'이다.
첫댓글 헤장님!!! 우리 마늘 고추보다 몇배의 거시기네요!!!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담 성지순례때는 현지에서 맛을 보고올께요. 우리만 먹어서 어쩌죠
부처님 가피 흠뻑 받아 오세요 회장님..
인도공항에 도착하면 인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데 성지순례 가시는 도반님들 냄새 좀 담아오세요. 부처님냄새는에 담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