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37. 〈승만경〉 받아 지니는 법
37. 승만 부인의 사자후
〈원문〉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이 경은 여래의 진실한 가장 으뜸가는 공덕(功德)을 찬탄한 것이니 그렇게 알고 받아 지녀야 한다. 불가사의한 큰 공덕을 받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 지녀야 하며, 일체 소원을 거두어들인 대원(大願)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불가사의한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일승(一乘)에 들어가는 것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끝없는 성제(聖諦)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여래장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법신(法身)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공한 뜻이 진실한 이치를 밝힌 것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한 가지 진실한 법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항상 머물고 편안한 한 가지 의지할 데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뒤바뀐 법과 진실한 법을 설한 것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제 성품이 깨끗한 마음이 가려진 것을 설한 것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여래의 진실한 제자에 대해 설한 것이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승만 부인의 사자후라 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강설〉
〈승만경〉의 마지막 부분에서 부처님은 다른 경전들과 달리 제석천인 교시가에게 특별 부촉을 한다. 제석은 불법 수호에 앞장서는 천왕이다. 석가모니가 성불한 이후 제석천은 그의 수호신이 되었으며, 석가모니가 도리천에 올라가 어머니 마야 부인에게 설법할 때 보개(寶蓋)를 손수 들고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고 한다. 그 모습은 보통 천인(天人)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하얀 코끼리를 타고 오른손에는 삼고저(三?杵)를 들고 있으며, 왼손은 허벅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군신화〉에도 석제환인(釋提桓因)이라 하여 제석의 이야기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태조 왕건은 제석원을 설치, 제석도량을 개설하여 재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고려불교사에 나온다. 제석이 천신을 대표하는 신으로 받들어져 민간신앙에서도 제석을 숭배하는 사례가 있었다. 〈대품반야경〉 ‘천제품(天帝品)’에는 수보리와 교시가가 문답을 주고받는 내용이 있다. 거기에도 제석천을 교시가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대품반야경〉을 해석한 용수의 지도론에는 일찍이 마가다국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성은 교시가(몐尸迦)이고 이름은 마가(摩伽)였다고 한다. 그가 인간 세상에서 복덕을 많이 닦아 목숨을 마친 다음 도리천에 태어나 천주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 천상에 있는 천왕들이 과거생에 인간 세상에서 사람으로 있으면서 복을 많이 지은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세상에 있을 때의 이름을 썼다고 했다. 비록 중생의 세계를 여섯 갈래(六道)로 나누기도 하고 삼계(三界) 이십오유(二十五有)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그 중심 세계는 인간 세계이다. 인간 세상에서 지은 업이 나머지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나라가 있는 지구를 지구촌이라 부르는 말처럼 여러 갈래의 세계를 모두 중생 세계라고 하는 것이다. 다만 윤회를 거듭하는 중생이지만 그 중심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윤회는 인간에서 비롯되고 인간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윤회가 끝나면 해탈의 세계요 부처의 세계다. 불교를 인본주의 종교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만경〉을 받아 지녀야 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승만경〉의 수승함을 15가지로 말씀하셨다. 공덕으로부터 대원(大願), 일승(一乘), 성제(聖諦), 정법, 여래장, 법신, 공의 참뜻, 진법(眞法), 의지처, 여래의 참된 제자 등이라 하다가 끝에 가서 승만 부인이 사자후한 경이라고 하였다. 이는 모두 〈승만경〉의 중요한 핵심이 되는 뜻을 나타낸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