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업에 따라 축생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화를 잘 내면 독사로, 밥 먹고 잠만 자면 소로, 먹는 거에 집착하면 돼지로 태어난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자기 재산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지키는 지킴이 구렁이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옛날 경북 달성에 어느 부잣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집주인 할머니가 그렇게 욕심이 많았대요. 자기 집 감이 익어 땅에 떨어져서는 썩어 가도 다른 사람들이 손대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니 말이지요. 썩어도 자기 감이라고 그랬던 것이지요. 이 할머니는 돈이 생겨도 아들에게 맡기는 법이 없고, 쌀독도 절대 며느리에게 맡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 자기가 관리해야 성에 찼죠.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들은 할머니를 3년 동안 가까이에서 모시고 싶어 그 집 감나무 밑에 시신을 가매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 안에는 어머니의 혼백 상자를 모셔 놓고 아침저녁으로 음식을 올리는 상식上食을 했대요. 하루는 며느리가 밥을 하려고 쌀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쌀독 안에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더랍니다. 깜짝 놀란 며느리는 하인을 시켜서 구렁이를 꺼내 멀리 던지게 했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며느리가 상식을 올리려고 갔더니 혼백 상자 위에 그때 그 구렁이가 또 똬리를 틀고 있는 거예요. 며느리가 혼비백산해서 밥상이 엎어지고 온 집안이 난리가 났겠지요. 그런데 아들은 무언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렁이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봤더니 마당을 가로질러서 감나무 아래 있는 어머니 무덤에 난 구멍으로 쏙 사라지더랍니다. 그 모습을 본 아들은 자기가 어렸을 적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재산에 애착이 많으면 죽어서 구렁이로 태어난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래서 아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자를 하나들고 어머니 무덤에 난 구멍 앞으로 가서 말했답니다. “혹시 어머니이시면 이 상자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구렁이가 구멍에서 나오더니 상자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아들은 어머니가 구렁이로 다시 태어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좋은 곳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 보니 속설 하나를 들은 게 생각났습니다. 죽은 혼령을 팔도유람시켜 주면 좋은 곳에 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에게 팔도유람을 시켜 드리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게 구렁이를 상자에 넣은 후 함께 유람을 떠났습니다. 말이 유람이지 몇 달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니 고생이 말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금강산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구렁이로 다시 태어난 어머니를 모시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유점사에 올라서 금강산 구경을 하는데 과연 경치가 기가 막혔답니다. 아들은 상자 안에 있는 구렁이에게 이야기했지요. “어머니, 여기가 금강산 유점사입니다. 좋으시지요?” 그때 주지스님이 마당에 나와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어떤 사람이 상자에 대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스님은 생각했지요. ‘허허, 나이도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사람이 참 안됐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멀쩡한 사람 같더랍니다. ‘아, 무언가 사연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스님은 아들에게 어떻게 이곳에 왔느나고 물어보았답니다. 긴 여정에 지친데다 답답했던 아들은 스님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건 다 사실입니다. 스님.”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선택을 잘못하셨군요.” 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머님께서 전생의 과보로 뱀의 몸을 받으셨으면 그 업보를 녹여서 잘 천도시켜 드려야 합니다. 이렇게 유람을 다닌다고 해서 업이 소멸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은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니 사십구재는 지냈소?” 안타깝게도 아들은 사십구재 같은 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돌아가신 지 좀 되긴 했습니다만 이제라도 49일 동안 열심히 기도를 올리시지요. 어머님은 업보가 두꺼우신 것 같으니 저만 기도할 것이 아니라 거사님도 같이 기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49일 기도가 끝난 뒤에 어머니의 천도를 발원하면서 재를 올리시지요.” 아들은 어머니의 천도를 기원하면서 49일동안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재를 지내면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전생에 지은 업보가 부처님 가피 안에서 녹아 없어졌으니 부디 좋은 데로 가시길 기원했지요. 재를 마친 아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구렁이를 넣어 둔 상자를 다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봤더니 뱀이 편안하게 똬리를 틀고 죽어 있더랍니다. ‘어머니가 새 몸을 받아서 다시 태어나셨구나.’ 아들은 구렁이를 잘 묻어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피곤한 나머지 깊은 잠에 빠져든 아들 꿈에 어머니가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셨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시는 것은 그분의 업장이 소멸되었다는 뜻이라고 하지요. 참고로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나시는 경우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예 옷을 홀딱 벗고 나타나시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모든 집착을 다 놓아 버리셨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어머니가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셨는데 표정이 그렇게 환하고 밝더래요. 살아생전에는 그 표정이 표독스럽기 짝이 없는 분이셨는데 말이지요. 그러면서 말씀하셨답니다. “네가 기도를 잘해 준 덕분에 이제는 나도 축생의 몸을 벗고 좋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 참으로 고맙다.” 이 꿈을 꾸고 나서 유생이었던 이 부잣집 아들은 불법이 참으로 오묘하고, 인과응보가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걸 느끼고는 마지막 죽는 그날까지 불법에 귀의해 복 짓는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서방정토 극락도사 아미타불()()() |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