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말했지. 우리는 모두 수퍼스타라고. 어머니는 거울을 보면서 내 머리를 다듬어주고 립스틱을 발라주었지. 네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너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
‘다른 방법은 없어.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나는 항상 똑바른 길을 가고 있어.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태어났으니까.아래로 추락하지 마라. 그냥 (지금까지 해왔듯이) 여왕이 되면 돼…’.
지난 5월 23일, 발매 1주일 만에 100만장 이상이 팔린 레이디 가가의 ‘태어난 그대로(Born This Way)’ 앨범 속 노래 가사다. 대중문화의 흐름이나 레이디 가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태어난 그대로’라는 노래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곧바로 안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바이 섹슈얼), 성전환자(Transgender·트랜스젠더), 즉 ‘LGBT’에 관련된 내용이다. 스스로가 양성애자라고 밝힌 가가는 군 내부 동성애 문제를 사회 이슈화하고 지지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 가사를 접하면서 반응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LGBT를 ‘격려’하는 차원의 곡으로 받아들이거나, LGBT를 ‘조장’하는 노래로 이해하는 사람이다. 격려와 조장, 이 단어에서 느껴지는 확연한 차이점은 Y세대를 이해하는지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가가의 노래 내용을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말세의 증거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
3년 전 갑자기 나타난 1986년생 레이디 가가는 Y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다. 앨범 판매나 무대 공연과 같은 오프라인만이 아닌,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에서의 인기도 세계 최고를 달린다. 음악 비디오는 출시되기 몇 달 전부터 화제를 뿌린다. 가가는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상상을 뛰어넘는 패션 아이콘, 성 정체성을 주제로 한 문화전사(戰士), 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 기부 천사라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Y세대의 대변자다.
남성 대 여성이란 도식 속에서 해석되던 기존의 페미니즘과 달리, 인간 대 인간이란 틀 속에서 접근하는 가가의 여성론은 21세기형 문화운동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를 정도다. 남자를 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운동이다. 한꺼번에 수많은 일들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가가의 모습은 Y세대가 갖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태어난 그대로’의 노래 가사처럼 여왕이자 수퍼스타로 자라난 Y세대의 ‘생각과 행동’이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통해 그대로 나타난다.
저스틴 비버
Y세대의 우상, 저스틴 비버
‘내가 불길 속을 걸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어. 불 속에서 타들어 가는 사람을 밖으로 데려나오리라 생각한 적도 없어.
나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겠어. 나는 영원히 싸울거야. 해봐, 해보란 말이야. 결코 안 된다고 말하지 마.’
저스틴 비버의 노래 ‘안 된다고 말하지 마(Never Say Never)’의 가사다. 현재 팝 차트에서 상한가를 달린다. 1994년생인 저스틴 비버는 2009년 말 혜성처럼 나타나 가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성 가수로 떠올랐다.
17살 소년이 부르는 ‘안 된다고 말하지 마’는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부르는 랩이 섞인 노래다. 랩과 춤을 뒤섞은 13살 제이든은 ‘안 된다고 말하지 마’의 비디오에 등장해 비버가 부르는 노래의 의미를 영상으로 전달한다. 비디오는 지난해 제이든이 직접 출연한 영화 ‘가라테 어린이(The Karate Kid)’의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안 된다고 말하지 마’ 비디오는 출시 직후 미국 10대들을 열광시켰다. 가라테와 쿵푸를 오가는 신비한 동양의 무술, 어린이 영화 주인공인 백인을 대신한 흑인 소년의 등장, 세계 경제대국 중국과 예쁜 중국 소녀와의 로맨스….
호기심에 충만한 Y세대를 모두 만족시켜 줄 요소들이다. 그러나 비디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비버만이 갖고 있는 매력에 있 다. 10대, 나아가 20대 초반 Y세대의 우상인 비버는 50년 전 엘비스 프레슬리조차 감히 따 라가지 못할 정도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보다 자식·부모에 더 큰 가치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비버. 두 사람은 어 느 날 갑자기 대중 앞에 나타난, 가수 경력이 3~4년에 불과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연령으로 보면 두 사람은 8살 차로, Y세대의 전반기와 중반기에 해당하는 나이다. 같은 Y 세대라 해도 두 사람이 혜성처럼 나타나게 된 배경은 크게 다르다.
가가의 경우 스스로 Y세대로서 Y세대의 모 습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 데 비해, 비버는 Y 세대가 창조해낸 상품이란 특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인생 선배(?)인 가가가 주체 적으로 Y세대의 방향을 개척하고 있는 데 비 해, 비버는 Y세대의 기대와 의지를 바탕으로 탄생된, 수동적 Y세대의 아이콘에 해당한다.
저스틴 비버는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가 수로, 싱글 마더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와의 나이 차는 18살이다. 아이스하키, 축구, 체 스를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이로, 어머니 없 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음악을 통해 스스로 를 단련해 갔다. 온타리오에서 ‘노래를 잘 부 르는 소년’ 정도에 그쳤을 수도 있는 비버에 게 변화가 온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유 튜브에 실린 비버의 노래를 들은 음악 매니 저가 가수 오디션 자리를 마련했다. 흑인 가 수 어셔(Usher)가 비버의 오디션을 보고 함 께 일하게 됐다.
‘원 타임(One Time)’ ‘베이비(Baby)’는 출 시 즉시 Y세대를 사로잡았다. 노래만이 아니 라 남녀를 구분하기 힘든 중성적 모습과 목 소리는 Y세대를 사로잡는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미소년 비버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은 지난해부터 Y세대가 가장 많이 흉내 내는 스타일이다.
캐나다 출신, 10대 싱글 마더의 아들, 중성 에 가까운 모습과 목소리, 20살 이상의 흑인 과 함께 공연하는 백인 미소년…. 저스틴 비 버가 갖고 있는 모든 캐릭터는 Y세대가 확신 하는, ‘돕고 지켜주며 응원해야 할’ 요소들이 다. 미국인 입장에서 보면, 캐나다는 뭔가 도 와줘야 할 이웃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국경 을 맞대고 있는 남쪽의 멕시코와는 전혀 다 른 곳이 캐나다다. 16살 여고생 미혼모의 얘 기를 다룬 2007년 영화 ‘주노(Juno)’에서처럼, 싱글 마더는 미국에서 더 이상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다. 여고생이 아이를 갖는 것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 모두가 당당하 게 받아들여야 하는 ‘자랑스러운’ 사건이다. 남자, 가정, 사회보다 자식과 어머니 간의 모 정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 Y 세대의 신념 이다.
완벽한 인물은 Y세대의 관심 밖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서 증명됐듯이, 기성세대가 이맛살을 찌푸리는 소식이 나오 면 나올수록 Y세대는 열광한다. 오바마의 출 생지가 하와이인지를 따질 때, 기성세대는 반오바마 정서를 드러냈지만 Y세대는 더 한 층 오바마에 박수를 보냈다. ‘모든 것을 만족 시켜 주는 인물’은 Y세대의 관심 밖이다. 저 스틴 비버는 21세기 Y세대의 윤리관에 가장 어울리는 모델인 셈이다.
지난해 3월 비버가 발간한 음악 앨범의 타 이틀은 ‘마이월드 2.0(My World 2.0)’이다. 2.0이란 말은 테크놀러지를 통한, 버추얼· 쌍방향·온라인·실시간·피드백·애플·소 셜미디어 등으로 연결되는 업그레이드된 환 경과 상황을 의미한다. ‘마이월드 2.0’은 Y세 대가 딛고 있는, 전 세대와 전혀 다른 환경과 상황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마이월드 2.0’은 1963년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가 세운, 최연소 가수 판매 기록을 깬 베 스트셀러 앨범이다. 50여년 전에는 눈이 안 보이는 흑인이었고, 지금은 싱글 마더에게서 자란 캐나다 출신 미소년이다. 레이디 가가, ‘태어난 그대로’의 주인공인 LGBT, 싱글 마 더, 흑인 파트너, 마이 월드2.0…. 이 모든 키 워드는 Y세대가 확신하는 가치들을 구체화 한 것들이다.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비버가 건재하다는 것은 Y세대의 힘과 목소리가 그 만큼 강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