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규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祝賀 訪問記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온 3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햇살 밝은 고려대 교정으로 이진규 교수를 방문하였다. 언제보아도 훤칠한 미남의 이 교수가 함께 찾아간 10명의 경동고 동기생들을 환한 미소로 반긴다. 어린시절 동문수학한 친구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한 고려대학의 간판급 대학인 경영대학과 경영대학원의 수장으로 있다니 뿌듯하고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올 초에는 경동고 26회 동문들에게 慶事스런 일이 많이 일어났다. 이교수가 고대 경영대학장으로 선출되었고, 성균관대 부총장으로 있던 김준영 동문도 총장으로 취임하였다. 학계에서 활약하는 많은 동문들이 있는 중 고교졸업 40년과 인생 갑자년을 맞으니 그 결실이 나타나는 것이다. 학계가 원래 보수적이고 그 성과 또한 늦게 나타나니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유행처럼 나타났다 시드는 정치판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교수는 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유학하여 미시간대에서 석사를 아이오와대에서 박사를 마치고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귀국하여 모교의 교수로 취임하였다. 전략적/윤리적 인적지원관리와 경영관리가 전공인 이교수는 명강의로 유명하여 늘 수백명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인기교수이다. 그러나 겉으로 풍기는 모습은 영국신사풍의 훤칠한 미남으로 전혀 교수같지 않아보이는 쾌남아이다. 기업의 영업담당 이사처럼 주위와 잘 어울리고 소탈한 풍모지만 늘 자신을 반성하고 기도하는 구도자적인 면도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본인이 애정을 갖고 자랑스러워 하는 자리는 수년째 맡고있는 ‘전국 가톨릭 교수협의회’ 회장이다.
이교수는 2000년대에는 경동고 26회 동기회장을 맡아 자금도 변변치 않았던 동창회에 현대적 재무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 동창회를 업그레이드 시킨 공로로 졸업 40주년 재상봉행사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지금껏 많은 상을 받았겠지만 그 어떤 상보다도 동기생들이 주는 마음의 상이 더 값질 것이다. 동창들의 일에 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해주는 이 교수에게 감사의 정을 전한다.
이제 대학은 40년전 우리가 다니던 시절의 대학이 아니다. 안암동 고대앞의 지저분하던 막걸리집은 다 사라지고 현대적 건물로 꽉찬 교정은 마치 대기업 복합건물 같은 느낌이다. 교정 마당밑 지하에 들어선 각종 편의시설, 식당, 패스트 후드점, 그 사이로 다니는 학생들의 밝은 모습은 예전의 투박한 이미지의 고대의 모습이 아니다. 고대 졸업생인 이명호의 “호텔 로비보다 더 호화롭다”는 말이 실감이다. 경영대학의 교수도 과거에는 십수십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교수만도 150여명이라니 이제는 대학도 글로벌 기업이다. BMW 를 몰고 주차장을 나서며 밝게 통화하는 젊은 학생이 현금의 고대인의 표상은 아니겠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학교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알던 대학의 모습은 이제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이다.
박영수 동창회장의 주선으로 급히 만든 자리이어서 많은 동문들이 참여치 못하고 1학년 8반 출신들이 많이 나타나 마치 반창회 같은 모습이었지만, 같은 고대파들인 박주홍 초대회장과 이강호, 이명호, 양동희, 배구부의 이춘표와 농구부의 이명, 이진규 회장시절 총무를 맡았던 박찬수, 그리고 마당발 박철과 기록자 최기덕 등 골고루 모였다. 저녁자리에는 병원일을 마치고 고대파인 안창헌까지 ‘쪼인’하니 세칭 경동고 26회 ‘5대 이빨(썰)’이 모두 모였다 (누구 누구인지는 동창 제위께서 정해주기 바람). 가히 그 시끄럽고 왁짜한 풍경이 상상되지 않는가. 2차 술판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몸 생각한다고 술자리를 마다하고 일찍 간 주홍의 문자 메시지가 와있다. “네 덕분에 몇십년만에 썰다운 썰 풀어가며 즐거운 시간 가졌다”는 과연 ‘왕썰’다운 멘트이다.
옛 선비들은 동문수학한 친구가 出仕하면 축하연을 베풀어 서로 기뻐하고 위로하였다. 맹자의 君子三樂이라는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은 벼슬길 보다 더욱 좋은 일이다. 자랑스런 동창생을 위해 함께 축하하고 음주가무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늙어가며 별 시원한 일이 없는 중에 이런 慶事가 자꾸 자꾸 생기기를 기원할 뿐이다.
2011년 3월 26일 安堂 崔 基 德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