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올 댓 재즈'
정성조·말로…한국 재즈의 '1번지' 힘들어도 입장료는 20년간 3000원
서울 이태원 한 건물 3층에 있는
클럽 ‘올 댓 재즈(All That Jazz)’는 들어서는 과정조차 ‘재즈적’이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트럼펫과 색소폰 소리가 반기고,
계단을 오르면 피아노와 드럼 소리가 합류하며, 3층에 올라서야
드디어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이
들린다.
1976년 지금 건물 2층에 문을 연
올 댓 재즈는 국내 최초의 재즈
클럽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마명덕씨가 처음 오픈했을 때만 해도 한국 관객은 거의 없었다. 당시 불과 열아홉 살이었던 진낙원(46)씨는
그때부터 이집 단골이었다가 86년 마씨가 미국으로 떠나게 되자 아예
클럽을 인수해 경영해왔다.
요즘 가구색으로 유행하는 월넛(Walnut) 톤은 올 댓 재즈를 설명할 때
가장 쉬운 색깔이다. 38평 내부의 짙은 갈색 벽과 조명이 알토 색소폰의 풍부한 저음 같은 느낌을 준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창밖 플라타너스도 갈색으로 물들어 분위기를 돋운다.
최초의 재즈클럽인 만큼 “이곳을 거쳐가지 않은 한국 재즈 뮤지션은
없다”고 해도 틀릴 게 없다. ‘올댓’보다 2년 늦게 문 연 ‘야누스’와는 오랜 친분을 과시한다. 한국재즈 1세대부터 버클리음대 출신
피아니스트 곽윤찬까지 죄다 이곳 무대에 섰다. 정성조(색소포니스트)는 25년째 매주 일요일 이 집 무대에 선다. 그래도 주인 진씨를 깜짝 놀라게 한 손님은 따로 있다.
“10년 전쯤인가, 웬 흑인이 색소폰을 들고 와서 ‘잼 연주(즉석 협연)를 해도 되느냐’고 해요. 그래서 정성조씨와 함께 즉석 연주를 했죠. 그런데 기가 막히게 잘 불어요. 이름을 물었더니 글쎄, 케니 개럿(마일스 데이비스 밴드 출신의 세계적 연주자)이라잖아요.”
케니 개럿 같은 유명인은 아니어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
‘올댓’이다. 외국에서 펴낸 웬만한 한국 관광책자에 빠짐없이 등장한 덕이다. 다만 국내 재즈 팬들이 늘면서 관객 대부분은 한국인이 됐다. 20년 전부터 3000원이던 입장료가 아직 그대로다. 이곳 역시 다른 클럽들처럼 경영난을 겪고 있다. “IMF 때보다도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국 연주자들 실력이 무척 좋아져서, 음악적으로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주인 진씨의 말이다.
연중 무휴이며 임달균 퀸텟, 양준호 트리오, 임인건 프로젝트, 정성조
퀸텟 등이 무대에 선다. 재즈가수 말로도 수·토요일에 공연한다. 오후 5시에 열어 밤 1시(평일)~3시(주말)에 닫는다. 주차장 없음.
(02)795-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