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기행
문화유산을 찾아서
이형권 글 사진
나는 문화유산을 찾아다니기 전
들길에서 마주치는 돌덩이 하나가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사무치게 할 줄은 몰랐다.
그것은 바로 나무나 돌덩이 속에서 꽃처럼 피어난
우리 겨레의 마음이자 얼굴이었다.
책을 펴내면서
나의 방에는 키보다 더 큰 지도 한 장이 걸려 있다. 백두산을 일곱 번이나 오르고 전 국토를 답사하여 제작하였다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조국 땅의 모습이다. 거기에는 국토기행을 하는 내가 찾아나서야 할 산과 들, 바다와 강줄기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이름없이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가득 차 있다. 나는 새로운 곳으로 답사를 떠날 때나 먼 길의 노독에 지쳐 귀가하였을 때 문득 이 지도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 보는 버릇이 있다. ㅡ 저 국토가 오늘, 이 땅의 선머슴 같은 젊은이의 가슴에 더운 피를 지펴 주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상념의 나래는 끝이 없지만 나는 국토의 숨결 속에서 몇 번이고 내가 살아온 날과 살아가야 할 길을 대답하며 그 땅덩어리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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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권은 오랫동안 나의 동반자로서 한국문화유산답사회를 함께 이끌어 왔다. 낱낱이 문화유산의 진실을 밝힌다는 일은 결코 어느 한 분야만의 몫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것의 총체적 인식을 위하여 서로의 지식과 느낌을 나누어 갖지 않으면 안되었다.
미술사 전공자로서 나는 그에게 유물의 미적 특성과 역사성을 말해주었다면 그는 시인의 감수성으로 그것을 풀이하곤 하였다. 더욱이 그는 자연의 생태와 변화를 잘 알고 있었고, 고향땅 해남에서 체득한 향토의 체취를 지니고 있었기에 인간의 삶에서 자연의 의미를 깊이있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의 답사기가 기왕에 나온 나의 답사기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측면일 것이며, 그것은 곧 이형권 시각의 중요한 미덕이라 할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문화유산을 갈고 닦은 또 하나의 공력이 이렇게 결실을 맺으면서 우리 문화의 내용과 의미를 더욱 살지게 하고 있으니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ㅡ 유홍준(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 미술평론가)
이형권의 답사대상은 폭넓고 다양하다. 석탑과 불상, 장승과 무덤의 동자석, 무속과 동제, 농어촌의 생활상, 민요채집에 이르기까지 차라리 잡다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그는 문화유산을 대하는 몸짓이 진실하고 남다르다. 그래서 그의 답사기에는 유적에서 지나치기 쉬운 삶의 풍경과 무명의 설화들이 숨쉬고 있다. 또 고적을 찾으면서 주변의 마을을 뒤지고 사람들을 만나 진지하게 취재한 그의 글에는 청년시인다운 사랑과 열정이 그득하다. 때론 할아버지의 얘기를 따라가듯 구수한 정겨움이 감돌고, 때론 이 산하에서 좌절을 딛고 일어선 민족의 힘이, 나아가 생활터전을 애써 일구는 이 땅 사람들의 건강한 숨결이 생생하게 서려 있다. 나는 이 답사기를 통해 우리 국토에 얽힌 사연들을 새롭게 읽는다. 아직은 거칠고 투박한 구석도 눈에 띄지만 문학청년의 눈에 비친 문화유산을 통하여 신선한 감명을 맛볼 수 있어 좋다.
ㅡ 이태호(전남대교수, 미술사)
이 책, 이형권 시인의 문화유산에 대한 안내기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우리를 넓어지게 하면서 또한 깊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역사 속에 엄연하게 살아 당대의 가치관을 감정화, 체질화시키면서 지탱해 왔던 어떤 정신적인 실체를 꿰뚫어보는 안목이 있다. 이 책이 쉽고 흥미있는 문화여행 안내기이면서도 일부 호사가들의 취미, 오락적인 관심을 벗어나 역사에 대한 훌륭한 교양물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가 '조선적인 것'들을 식별하는 눈은 참으로 각별하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의 눈에는 보인다. 다시 한번 여기 그의 눈을 권한다. 그리고 조단조단한 산문시와 같은 글발을 권한다. 가랑비처럼, 누구나 몇 페이지만 읽다보면 자기도 모른 새에 그만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ㅡ 김형수(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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