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미송환 장기수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도 어느정도는 공감하지만 그래도 묘하게 약간은 씁쓸하고 속이 불편한 상태로 영화를 관람한 나는 그른 것일까?
지난 20년간 나는 북을 배척하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교과서를 봐도 그랬고 선생님의 말씀도 그랬고 아버지의 말씀도 그랬다. 물론 6.15선언 전후로 분위기가 나아지는 듯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방한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역사적이었던 남북 정상회담도 돈으로 산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현재, 북핵 사태에 있어서 북한은 우리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미국만을 보고 있다. 그렇게 북한에 대한 불신, 불신, 불신만을 강조받으며, 그리고 또 접하며 살아온 내게 이 영화는 혼란을 던져 주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간 가르침받았던 북한의 그 무엇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혼란을 일으킨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주 당연하게 자유주의는 선이고 사회주의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만 판단하던 내게 이러한 물음은 너무나도 혼란스런 것이었다.
물론 나도 뜨거운 가슴이 있는 하나의 인간이다. 할아버지들이 과거 감옥 생활의 고통을 이야기할 때,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고 친지들을 찾아뵐 때, 나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김일성 찬양가를 부를 때, 그들을 환영하는 인파들을 볼 때, 그리고 그들이 출연한 광고를 봤을 때 나의 이성은 그들과 동화되려하는 내 가슴을 차갑게 식혔다.
감독도 때때로 그들의 이념적 행동에 당황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강동원 감독의 경우는 12년을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했다. 그렇기에 그들을 좀 더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이런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강동원 감독이 그들과 부대끼며 지낸 시간들을 2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다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은 '송환'이라는 망치를 들고 여전히 이념에 지배되고 있는 사람들의 옳고 그름 사이의 벽을 깨부수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사이에 '인간'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것을 놓아두려는 것은 아닐까?
문득 내가 좋아하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열정을 가지고 사랑했던 연인들이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냉정하게 서로를 생각해보고 그리고 다시 서로를 만나는 사랑 소설이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냉정한 관점으로 북한을 바라본 내게 강동원 감독은 열정의 불씨를 던져 주었다. 비록 아직은 그 불씨가 마음에만 머물러 있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된 소설속의 연인처럼 언젠가는 그 불씨가 머리를 거쳐 온몸으로 타오르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하;; 1시간동안 쓰고 지우고 하면서 수정했는데.. 결국은 그냥 40분동안 한번에 다 써버렸군요. 솔직히 말해서 영화 중반에 잤습니다-_-;; 저는 영화관 체질은 아니라 다른 영화를 봐도 중간에 조금씩 졸곤 하죠..;;
영화를 보면서 간간히 관람객들이 이해안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사상이 담겨 있어서 씁쓸하게 미소지어야 될 부분들을 웃고 넘어가더군요. 제가 민감한건가요? ^^;; 전에 "안다고 말하지 마라"볼 때도 이런 생각 했었는데..
하여튼 교수님 덕분에 영화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강의시간 잘 부탁드릴게요~!!!
PS. '안다고 말하지 마라'보고 난 바로 그날 기숙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동기 한명 알게 됐는데 걔가 안동에서 온 녀석이더군요-_-;; 말투가 장철이처럼 그렇지는 않았습니다만..;; 뭐 약간은 비슷하지만요. 여하튼 영화 생각나서 초면에 얘기하면서 좀 웃었는데 실례는 안될려나~
첫댓글 문제의식이 보이는 사려깊은 평에 별 총총..
같은 생각이시라길래 님의 글 한번 읽어봤습니다....^^ 역시나 강동원 감독이 의도한대로 저희가 어느 정도의 동요는 됐다고 봐야겠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