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이단아, 괴짜…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는 국내 여행업계 CEO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00년에 단돈 250만 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연매출 1,400억 원대의 중견여행사로 성장시킨 여행박사의 신창연 대표입니다. 그의 이름 앞에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가 단순히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행박사는 혁신경영으로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복지와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화여가친화 우수기업으로 뽑혔습니다.
올해로 창립 12주년이 된 이 회사는 10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들이 많고, 낮은 이직률을 자랑하는 ‘꿈의 직장’입니다. 여행박사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올빼미 여행’이라는 신종 여행상품을 만들고, 노팁, 노옵션 등의 상품을 내놓는 등 여행업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신바람 나는 회사로 여행업계의 성공신화를 만들고 있는 신 대표를 만나 보았습니다.
신창연 대표는 2000년, 10년간 몸담았던 아주관광을 퇴사한 후 직원 3명과 ‘여행박사’를 창업했습니다. 자본금 250만 원으로 남의 사무실 한 귀퉁이를 빌려 시작했지만, 신 대표는 일에 대한 열정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여행박사를 일본 여행 전문 여행사로 키워냈습니다. 당시에는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하는 데에만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는데 여행박사는 1박 3일의 ‘올빼미 투어’와 저가 여행상품을 개발해 그 비용을 파격적으로 낮춰 일본여행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했습니다. 그 결과 여행객들은 ‘9만9,000원’, ‘29만9,000원’이라는 싼 가격으로 일본을 관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여행사는 1년에 광고비로 20억~30억 원 정도를 지출합니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가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행상품을 구성할 때 중간 유통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해 저가 여행상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행박사가 다른 여행사들과 철저하게 차별되는 부분인 동시에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신 대표는 패키지여행의 관행으로 굳어진 바가지 쇼핑과 옵션, 팁을 없앤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여행자들이 오랜 망설임 끝에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여행을 하는데 비싼 경비에 마음에도 없는 쇼핑을 강요당하고, 팁이라는 명목 아래 추가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팁, 노옵션 상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투명성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그는 여행박사 홈페이지의 고객 게시판도 만들어 100% 공개하고 있습니다. 잘한 점은 칭찬받고, 잘못한 점은 반성하고 고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이런 방침을 정한 이유는 여행사가 내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여행 보내는 마음으로 고객을 대할 때 고객과 여행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여행사는 다 망해도 여행박사는 안 망한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여행박사도 2007년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해 8월 여행박사는 모기업의 인수합병 제의에 응해 FI투어로 상장해 외형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FI투어는 모기업 경영진의 불법 대출 문제로 8개월 만에 상장 폐지와 함께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때 여행박사에는 약 300명의 직원들이 있었는데 그 중 150명이 연봉 1억 원에 회사와 다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십시일반으로 23억 5천만 원을 모았습니다. 신창연 대표는 이렇게 마련된 돈으로 ‘여행박사’를 다시 일으켰습니다. 그 동안 임직원 사이에 쌓인 신뢰와 직원들의 주인의식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행박사는 그 후 6개월 만에 정상화돼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행업계는 지진과 전염병, 테러 등 불가항력적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위기도 자주 찾아옵니다. 특히 2011년 봄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고객들이 일본여행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여행박사는 전체의 70% 정도가 일본여행 상품이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도 아닌데 과장되게 부풀려진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그때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나 페리는 텅텅 비다시피 했죠. 그래서 동해시와 일본 돗토리현을 운항하는 회사와 제휴해 저렴한 상품을 내놓았어요. 당시에 한강에서 오리배를 타는 요금도 1만 3천 원이었는데, 일본으로 가는 페리 왕복 승선권을 9,900원에 판매했죠. 그런 획기적인 상품으로 젊은 여행객들을 끌어 모았어요. 여행박사는 지금까지 ‘10만 원 남는 고객 10명보다 1만 원 남는 고객 100명을 만들자’는 모토로 일해 왔고, 어떤 면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그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여행박사는 파격적인 복지혜택으로도 유명합니다.
지난 18대 대선 때 신 대표는 전 직원이 투표하면 총 1억 원의 보너스를 쏜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또, 골프에 입문해 1년 안에 남자 100타, 여자 120타 이하를 치면 1,000만 원을 포상금으로 줍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남자 47분, 여자 57분을 기록하면 100만 원을 포상합니다. 이밖에 매년 전 직원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하고, 출퇴근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직원들에게는 사택에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박사의 특징은 또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모두 직원 투표로 뽑는 것입니다. 인사권을 대표와 간부가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직원이 갖고 있는 것입니다. 신 대표도 예외는 아닙니다. 올해 그는 직원 투표 결과 93%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창립한 회사지만 직원들의 신뢰도가 80% 밑으로 내려가면 사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행박사는 소사장제로 운영됩니다. 200여 명의 직원이 각 팀에 소속되어 독립채산제로 자율권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익의 30%는 재투자, 30%는 성과급, 30%는 주식배당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0%는 사회 환원에 쓰고 있습니다.
신창연 대표의 저서
마지막으로 신 대표의 꿈과 목표를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중에 독립해서 사업할 수 있게 사업에 필요한 지식들을 가르쳐 주고 필요하다면 투자해주고 싶어요. 그게 제 꿈입니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며 성장하는 여행박사의 앞날이 더욱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