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생겨나는 이탈리안, 프렌치, 아시안 레스토랑은 어찌 보면 높은 벽을 쌓은 성역과도 같다. 이곳에서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 빠지고 마는 이유는 충분히 익숙지 않은 요리 문화의 코드 때문일 것. 주문에서 대표적인 메뉴를 즐기는 방법 그리고 꼭 지켜야 할 매너까지, 인기 높은 세 곳 레스토랑 전문가가 들려주는 노하우를 통해 1백 퍼센트 세련미를 익혀보자.
IL FIORE’s italian lesson
how to order
이탈리안 메뉴는 크게 전채(anti pasti)와 파스타, 피자 등이 포함되는 프리모(primo), 메인 요리인 스콘디(secondi) 그리고 후식인 돌체(dolce)로 구성된다. 코스 요리로 즐기는 경우에는 전채, 파스타(혹은 피자), 생선 요리, 육류 요리, 후식의 순서로 이어지나, 실제로 이들을 다 맛보려면 양적인 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게 마련. 따라서 개인적인 취향과 음식의 궁합을 생각해 몇 품을 골라 보는 것도 좋다. 개인 요리를 별도로 시키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2~3품 정도 각기 다른 요리를 시켜 2~3인이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레스토랑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나, 조금 더 예의를 갖춘다면 주문 시 웨이터에게 몇 인분으로 나누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탈리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메뉴를 중심으로 웨이터와의 충분한 상의가 필수적. 메뉴에는 이탈리아 표기 외에 대부분 요리 재료와 조리법 등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이름만으로 알 수 없을 때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맛을 연상해 보도록. 보통 차가운 요리 후 따뜻한 요리를, 소프트한 요리 후 헤비(heavy)한 것을 즐기는 것이 맛의 궁합을 가져온다. 또 토마토소스 다음 크림소스를 먹는 것도 일반적인 법칙으로, 예를 들어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주문한 경우 앞서 먹는 수프는 크림 대신 야채수프를 선택해 보자. 마지막으로 재료의 중복을 피할 것. 특히 전채와 프리모의 선택에서 자칫하면 같은 재료를 고를 우려가 있으므로, 재료들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피자는 이탈리아의 대표격인 요리이기는 하나, 대부분 손으로 들고 먹게 되는 만큼 자리의 성격을 고려해 주문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커트러리를 정식으로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best dishes & eating knowhow
Carpaccio di manzo ‘harry’s bar’
(카르파치오 디 만조 ‘해리스 바’)
가볍게 즐기는 전채 요리(anti pasti)의 한 가지. 카르파치오가 처음 명명된 베네치아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해리스 바’ 풍으로
만들어진 쇠안심 육회 샐러드. 고기류가 곁들여진 샐러드의 경우 재료들을 하나씩 따로 집어 먹는 경우가 많으나, 제대로 된 맛을 알기
위해서는 재료들을 섞어 조금씩 집어 한번에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한 품을 시켜 개인 접시에 덜어 나누어 먹는 것도 가능하다.
Pizza Il Fiore(피짜 일 피오레)
일 피오레 피짜이올로(피자 기술자)의 스페셜 메뉴. 프로슈토, 루콜라, 파르미자노 치즈가 어우러진 정통 이탈리안풍 맛이 특징적이다.
이탈리아 본토의 경우 피자는 한 접시를 1인 기준으로 생각하므로 대부분 여러 토막으로 정확히 슬라이스 되지 않은 채 서빙된다. 또
먹는 방법 역시 손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내용물이 지저분하게 밖으로 새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접어서 먹도록 한다.
우리나라 역시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직접 들고 먹는 것은 전혀 매너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단 상황에 따라 윗사람과의 자리, 혹은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분위기 등을 따져보아 포크, 나이프를 사용하는 등 적절한 대처는 필요할 것이다.
Spaghetti ai frutti di mare
(스파게티 아이 프루티 디 마레)
신선한 해산물이 다양하게 들어간 스파게티. 크림, 토마토, 화이트 와인 소스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동양식 국수 요리와는 달리,
스파게티를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는 것은 금물. 또 정통 이탈리아식은 면이 알단테(덜 삶아진 것) 상태로 요리되므로 잘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꼭꼭 씹어먹을 것. 만약 이것이 싫다면 주문시 면의 상태를 미리 요구하도록 한다. 특히 조개, 홍합, 새우 등 해산물이
든 것은 조금 더 먹기 힘든데, 남은 껍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만 않으면 된다. 직접 손을 사용하지 말도록 하며, 개인접시에 덜거나
혹은 접시 속에서 그대로 껍질을 떼어내 먹은 후 개인 접시 등에 올려둔다.
Schiena di agnello al vino rosso
(스키에나 디 아니엘로 알 비노 로소)
대표적인 메인 요리(scondi)의 하나. 디종 산 겨자를 발라 구운 후 레드 와인 소스를 곁들인 1년생 어린 양갈비 구이. 메인
요리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필수. 특히 스테이크 등 자르기 힘든 요리의 경우에는 칼이 잘 들어야 하므로, 쉽게 잘라지지 않을 때는
칼을 바꿔달라고 요구해도 좋다. 양갈비 등 뼈대가 붙어있는 요리는 직접 들고 먹어도 된다. 뼈대 위에 쿠킹 호일을 감아 나온 것은
이 부분을 그대로 잡으면 되며, 싸여있지 않을 때는 냅킨을 이용해 살짝 집어 들어도 무방하다. 물론 커트러리를 사용해도 된다. 코스에서
생선 요리 후 육류가 이어 나오는 경우에는 그 사이에 입맛을 담백하게 가다듬기 위해 올리브 오일 베이스의 파스타를 주문하는 것도
센스있다.
Pan
처음 서빙된 빵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부탁해도 된다. 이탈리아 빵은 프렌치 스타일에 비해 한층 투박하고 텁텁한 맛이 특징.
이는 그냥 뜯어먹어도 무방하나, 사실은 모든 요리의 소스를 찍어먹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요리를 다 먹은 후에도 접시에 남아 있는
소스들은 조금씩 뜯은 빵으로 닦아 먹는다. 특히 파스타 소스의 경우는 빵을 이용해 깨끗이 닦아먹어도 무방하다.
Tiramisu(티라미수)
이탈리아 요리의 대표적인 후식(dolce) 메뉴 중 하나. 정식 코스 요리가 아니라면 디저트는 별도로 주문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나,
음식을 즐기는 순서상 코스 요리의 강한 맛 후에는 자연스럽게 단맛을 원하게 되는 만큼 한 품을 주문해 나누어 먹는 것도 좋다.
remark
1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즐기는 세련된 매너를
익히기 위해서는 우선 웨이터와의 상의를 두려워하지 말 것. 메뉴의 요리를 모를 때는 어떤 맛을 원하는지 이야기하고 추천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혹은 개인당 예상 비용을 이야기한 후 이에 맞추어 요리를 부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자신이 다른 손님을 초대하는
자리인 경우, 요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예약 전화 시 미리 자문을 구해 요리에서 와인까지 정해 두는 것도 좋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웨이터라면 손님의 소소한 궁금증까지 친절히 답해 준다. 2 자리에 앉자마자 빨리
요리를 골라야한다는 긴장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메뉴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한품 한품의 맛을 연상해 보는 연습도 중요하다.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기만 한다면 자신만의 미각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3 요리를
먹을 때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입안에 음식물을 넣고 이야기하는 것도 금물. 또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주문한 요리가 나왔을
때 먼저 먹는 것도 보기 좋지 않으며, 자리에서는 언제나 여성이 우선적으로 배려되는 것이 기본 매너이다. 4
매너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의 눈치도 필요하다. 옆 테이블이나 동반자의 식사 매너를 파악한다면 요리 먹는 방법에서
크게 실수할 우려는 없다. 5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레스토랑의 팁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다. 따라서 웨이터와의 개인적인 유대가 생기기 전까지는 굳이 10%의 돈을 따져 팁으로 지불할 필요는 없다.
Don-Hee
Lee(이돈희)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까미노’ 근무. 현재 이탈리아 정통의 맛을 구현해내기로 이름난 청담동 레스토랑 ‘일 피오레’의
co-chef로 활동 중이다.
첫댓글 스파게티 아이 프루티 디 마레가 맛있겠다. 좋은정보 감사드리고 유빈님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는 일 다 이루워 행복한 한해가 되세요. 작년처럼 올 한해도 선녀의 미소글방에 유빈님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