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버퍼링(Buffering)이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미디어 장치를 많이 이용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일 수도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정보를 찾아보거나 영상을 시청할 때 중간에 끊기면서 버퍼링 현상이 나타날 때가 종종 있다. 인터넷 기술이나 IT 산업이 점차 발달하면서 예전에 비해 버퍼링 현상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버퍼링은 종종 나타난다. 특히 인터넷의 기반 시설이 취약한 곳에서는 버퍼링 현상은 더욱 극심하다. 독일은 선진국인데도 한국보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못해서 내가 독일에 살 땐 미디어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버퍼링 현상을 훨씬 자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버퍼링은 인터넷 환경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미디어 기기의 처리 능력에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그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버퍼(Buffer)라는 메모리 영역에 데이터가 순서대로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데, 그 능력에 과부하(過負荷)가 생겨서 느려지는 현상을 버퍼링이라고 한다. 버퍼링이 심해지면 심지어 오류 현상이 발생하여 프로그램을 종료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마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몇 번쯤은 겪어보았던 일일 수도 있다.
얼마전 내가 말씀을 묵상하면서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쓴 글에 대해 한 목사님이 요즘 사람들은 본질이 아닌 비본질에 집중하는 세대처럼 느껴진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 댓글에 나는 “마음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버퍼링이 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는 답글을 달았었다. 하나님의 말씀과 내 삶 사이에 버퍼링이 심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마음과 내 행동 사이에 버퍼링이 심하다. 머리로는 잘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말씀과 삶 사이에, 내 마음과 삶 사이에 간극(間隙)이 너무 심하고, 버퍼링이 심하다.
버퍼링이 심해서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 이유는 나의 버퍼(Buffer)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의 버퍼에 들어와서 내 삶으로 나가야 하는데, 나의 버퍼에 다른 것들도 가득 차 있으면 하나님의 말씀이 내 버퍼를 통해서 내 삶으로 제대로 나갈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정체(停滯)가 생기고, 그러다가 하나님의 말씀이 내 버퍼에 들어오지도 못한 채 유실(遺失)되어 버리게 된다. 혹은 하나님의 말씀이 내 버퍼 안에 들어왔어도 버퍼 안에 있는 여러 잡다한 것들 때문에 그것들과 뒤엉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님 말씀대로의 삶이 아니라 정체(正體)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 마음을 버퍼라고 본다면, 내 마음을 먼저 잘 정리해두어야 한다. 비울 것은 비워내고, 정리할 것들은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들어왔을 때 그것이 나의 삶으로 나타날 수 있다.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으로 온전히 드러나도록 내 안의 버퍼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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