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기행 5 ? 눈 쌓인 천지를 보다.
두만강과 헤어져 만주 자작나무의 숲을 따라 달리다 보니, 저멀리 백두산의 눈 덮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백두산에는 얼마 전 눈이 많이 왔다 한다.
그래서 천지 밑까지 올라가는 도로가 막혀 차량 운행이 없으므로, 장백폭포 쪽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단다. 천지를 봉우리에서 보지 못하고, 수면에서 보아야 한다는 거다.
미니버스를 타고, 중간까지 올라가니, 천지방향과 장백폭포 방향으로 길이 나뉜다.
운 좋게 천지를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어제까지 며칠 간 천지 올라가는 길의 제설작업을 하느라, 차량운행이 중단되었다가, 오늘부터 운행을 다시 한다.
가파른 길 양 옆으로는 짚차의 높이 만큼 눈이 쌓여 있어, 눈으로 만든 벽 안으로 차량이 운행하는 셈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눈이 얼은 미끄럼 판에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대니, 많은 사람들이 중심잡기가 힘들어 바닥에 앉다시피 하고 있다.
바람이 잠시 쉴 때 부지런히 올라가고, 바람이 거세지면 주저 앉았다가 하며 올라가니, 저 아래 깊은 곳에 천지가 물결치고 있었다.
처음 찾은 백두산에서 건너편 봉우리까지 천지를 온전히 볼 수 있다니…
정말 커다란 행운이었다.
몇 번씩 백두산을 올라도 천지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는데…
동해바다가 바라보이는 방천의 두만강 하류에서 시작한 일정을 천지를 바라보며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높은 봉우리로 힘들여 올라가니, 아래 주차장에서는 빨리 내려오라고 경적을 울려댄다. 불과 30분 만에 천지를 둘러보고, 가파른 내리막을 미끄럼을 타며 내려와야 했다.
천지를 마주 대하고 나니, 긴장도 풀리는 듯 몸도 나른해 졌다.
남은 일정에는 연길을 돌아보고, 용정의 개량 하우스를 견학하고, 농자재 및 농기계를 파는 시장을 돌아 보았다.
연길에서 우수리스크로 돌아오는 길!
길옆의 들녘 풍경은 국경을 사이로 확연히 달라졌다.
100년전에는 우리의 선조들이 똑 같은 모습으로 들에 벼를 심고 밭을 가꾸고 했던 곳일텐데…
한 쪽은 사람은 많은데 땅이 없어 문제고,
한 쪽은 땅은 남아 도는데, 사람이 없어 문제고...
우수리스크로 돌아오는 버스에는 비닐하우스용 필름이 5 롤 이 실려 있었다.
1 롤이 폭 8미터, 길이 100미터로 무게가 100키로씩 되었다.
버스 운전수에게 운반비로 얼마를 받느냐니까 150위엔(18,000원정도)이라 한다.
라즈돌노예 다리를 건너니 비닐을 주문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년 육묘 등 농사를 위해 비닐 하우스를 더 추워지기 전에 보수하기 위해 주문한 부지런한 농사꾼 같았다.
원활하고 신속한 자재 수급에 버스편을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할 듯 했다.
아침 7시(중국시간) 출발한 버스는 9시간 지나서 저녁 6시(동부 러시아시간)에 우수리스크에 도착했다.
어두워진 거리를 지나며, 처음 맞이하는 연해주의 겨울이 시작되었음이 실감났다.
첫댓글 와~ 하연이가 천지에 올라가다가 바람에 날릴까 애 붙잡아라하며 도와 올랐다는 말이 실감나네요. 우리의 백두산천지를 온전히 볼수있다니 감격스럽습니다. 눈속에 얼마나 추었을까나~ 이번 여행에 함께해주신 여러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일상에 사는 저로서는 꿈같은 얘기지만 사진과 글로서도 무지 좋습니다. 참 멋집니다. 눈쌓인 천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