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 살겠다. 이젠 갈아보자’. 자유당 시절에나 나왔던 구호가 최근 열린 프로야구 단장회의에서 터져나왔다. ‘왕거품’이 들어간 자유계약(FA) 선수들 몸값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FA 계약이 계속 진행되면 향후 몇 년 내로 몇 개 구단은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돈이 없으면 바보처럼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면 되겠지만 꼴찌는 항상 각오해야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FA 제도에 발목이 묶인 구단들. 이제 다시 갈아치워 보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이날 ‘거품 FA’를 파괴하기 위해 논의된 방안은 대략 4개로 알려졌다. 이 안은 오는 12월 9일 열릴 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격론을 거친 뒤 ‘새로운 법’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 보상금
올해 삼성에서 기아로 말을 갈아탄 마해영의 경우 최대 보상금이 17억1,000만원에 달한다. 당해연도 선수 연봉의 최대 450%에 이르는 보상금은 FA선수를 영입한 구단의 숨을 턱까지 차게 한다. 보상금을 낮춘다면 이런 재정적인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논리가 튀어나왔다. 보상금을 낮추면 2개 구단 이상이 달라붙어 과당경쟁이 조장될 것이고 당연히 ‘뒷돈’이 발생할 것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는 지적. 따라서 일부 단장들은 “어차피 데려갈 구단은 베팅을 할 텐데 오히려 보상금이 더욱 더 많아져야 처음부터 손을 못 댄다”며 보상금 상향 조정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계약금 상한제를 두어 원천적으로 몸값 상승을 막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보상금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보호선수
현재 보호선수는 20명. 이에 대해 몇몇 단장들은 18명선으로 보호선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쓸 만한 선수가 보호선수 밖으로 튀어나와야 구단들이 함부로 베팅을 하지 못할뿐더러 FA선수를 빼앗긴 구단도 조금이나마 전력보충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 조규제나 유지현 경우처럼 보호선수 문제로 잘못하면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보호선수 숫자를 줄인다면 ‘제2의 유지현’이 빈번하게 발생할 소지가 높다.
▲ FA기간
현재 FA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전제하에 9년을 뛰어야 한다. 한번 FA를 선언한 선수는 4년 뒤 다시 FA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최근 FA에 관련된 유행어는 ‘3년은 베짱이,1년은 개미’. 4년계약을 한 뒤 3년간은 여유 있게 즐기면서 생활하다가 마지막 4년차에 다시 ‘반짝돌풍’으로 FA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만약 계약기간을 2년으로 줄인다면 선수들의 행태도 달라질뿐더러 FA선수들이 풍부하게 공급돼 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샐러리캡
프로농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 이상 현재의 연봉체계로는 구단운영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 모 단장은 “수년 내에 1년 예산이 200억을 넘어가는 구단이 나올 것”이라며 “어떤 기업이 적자가 200억에 달하는 ‘현금 분쇄기’를 키우겠는가”라고 한숨을 늘어놓았다. 샐러리캡을 시행해서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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