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차세타 지역에 사는 아네스(가명, 8세)는 오늘도 기도합니다. “생리가 시작하지 않게 해주세요.” 아직 2차 성징도 오지 않은 어린 소녀 아네스가 벌써부터 이런 기도를 하게 된 이유는 변변한 생리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세타를 포함한 농촌 지역에는 옷을 여러 번 접어 사용하는 것으로 생리대를 대신하는데요.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소녀들에게 외부 활동은 물론 학교에 가는 것은 먼 꿈일 뿐입니다.
말라위에 없는 것은 생리대뿐만이 아닙니다.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신체적 변화에 대한 기본적인 성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요. 그래서 초경을 시작할 때 당황하는 소녀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 어르신으로부터 초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뿐 제대로 된 성교육과 위생교육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오랜 풍습으로 남아 있는 조혼 역시 말라위 소녀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는 것을 방해합니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10대 중반, 결혼을 하거나 임신으로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소녀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자 아이들 수가 전체의 59%인 것에 비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수는 14%에 그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라위 소녀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또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굿네이버스 말라위 지부에서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여성의 권리를 개선시키고자 13~18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굿 시스터즈’ 동아리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굿 시스터즈’로 선발된 학생들은 성교육, 에이즈 예방교육, 여성 인권 및 직업교육 등 인식개선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단순히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 다섯 명의 친구나 이웃에게 교육 내용을 전달할 의무를 갖게 됩니다. 이 외에도 ‘굿 시스터즈’는 조혼 금지 캠페인, 에이즈 예방 캠페인 등을 펼치며 다양한 권리옹호(Advocacy) 활동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굿 시스터즈’를 위한 보건 위생교육에서는 말라위 소녀들이 생리 기간 중에도 맘 편히 활동할 수 있도록 면 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데요. 굿네이버스에서 말라위 지부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해 만든 면 생리대는 친환경 면 소재로 만들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로부터 소녀들의 건강을 보호해 줍니다. 또한 세탁 후에 재사용도 가능하니 환경에도 부담을 주지 않고요. 간단한 바느질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소녀들에겐 생리하는 날에도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엄마들에겐 새로운 소득증대사업에 대한 설렘을 선물해 주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