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사진을 보다가
그 환한 봄날 우리가 했던 유치했던 장난은
나이를 먹어가는 음침한 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곤 했다.
그 유치했던 장난이 내가 너를 추억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낸 놀음인지...
아니면,
우리가 실재로 했던 놀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네가 실제로 존재하기는 했는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너한테 나는 잘려나간 손톱 같았겠다.
잘라내도 아프지 않고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고
모아서 휴지통에 넣어야 하는 귀찮은 흔적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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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감상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안도현
내가 술로 헝클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어둔 길가에
개나리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 있었지요.
한 가지 꺾어 들고는
내 딸년 입술 같은 꽃잎마다
쪽, 쪽 뽀뽀를 해댔더랬지요.
웬걸,
아침에 허겁지겁 나오는데
간밤에 저질러버린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내 잘못이
길바닥에 노랗게 점점이 피를 뿌려 놓은 것을
그만 보고 말았지요.
개나리야 개나리야
나는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인간이다, 인간도 아니다.
-감상
부끄러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꽃잎 하나에도 사랑을 느끼는 것이 시인의 마음인가 보다.
그렇다고 사랑하기 때문에 내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 술 취한 기분대로 좋아하는 꽃잎에 극성스럽게 입술을 부비는 것은 사랑의 표현만은 아닌 것이다.
시 속에서 화자가 강조하는 것은 지난 과오에 대한 후회인데,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것이거나, 일상생활 일수도 있다. 그것을 개나리에 비유하여 실수로 꽃잎을 떨어지게 되는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입술을 가져다 대자 꽃잎은 그만 그 아름다운 존재로서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난다. 시인은 그것도 모르고 아침 되어서야,
꽃잎이 '길바닥에 노랗게 점점이 피를 뿌려 놓은 것을'
발견하고서야 자신이 어처구니 짓을 했다는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부끄러운 자신을 몸 둘 곳이 없어 스스로를 인간도 아니라고 자책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보며 한번 쯤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이는 것은 모두다 사랑이어야 할 텐데, 우리는 사랑보다 미움을 더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