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영향을 받았거나 고마웠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곧잘 따라하곤 한다. 그로 인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조금이나마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으면 내가 딱히 애쓰지 않아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되어가는 것을 가끔은 느낀다. 늘 보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망초> 회원 네 명은 26년 전 대구중구문화원 주부대학 수강생으로 만났다. 모두와 좋은 관계가 될 수는 없지만 뜻이 맞는 사람과 내적 경험을 나누는 것은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우리들에게 필요한 일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묻고 식사와 차담을 나누는 사이다. 30년 가까이 오래된 관계는 봄바람과 가을비를 함께한 신뢰가 있기에 마음이 잘 통하고 이야기꺼리가 많다. 추억과 경험을 공유하기 쉽다. 가끔은 영화도 함께 관람하러 간다. 문화 생활의 소비 수준이 비슷해서 만남이 즐겁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할 때는 집중해서 경청하고 서로를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가 드니 이런 사람들이 좋다.
우리는 염매 시장 안에 있는 ㅇㅇ식당으로 갔다. 명태 코다리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ㄱ형님은 내가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나보다 더 늦은 나이에 중 고등 검정고시를 거쳐 2년제 전문 대학을 지난 봄에 졸업한 의지의 실버이다. 생활력도 대단한 분이다. 세 자녀의 어머니로서 두 자녀는 의사로 한 자녀는 약사로 키워냈다. 나와는 띠 동갑의 손위 선배이다. 열다섯 살 꿈 많던 소녀에게 6.25가 발발했다. 중학교를 다니다가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나에게 책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며 예쁘게 포장된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 내가 좋아하는 어떤 시인이 책 내용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이야, 꼭 한 번 읽기를 권하더라구, 정숙 씨 먼저 읽고 그 다음엔 나에게 좀 빌려주면 안 될까?" 라며.
나는 황송하고 고마웠다. 요즈음은 선물을 준 분 앞에서 포장을 끌러보는 것이 실례가 안된단다. 중국의 장편소설 위화의《허삼관 매혈기》였다. 몇년 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었다. 국내에서는 이정우 주연의 《허삼관 》으로 영화화도 되었다. 나는 종이 가방과 책 포장지와 리본으로 정성을 표현한 물건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내가 챙기고 그 책은 형님에게 다시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러자 형님은 내 마음을 읽었다. 현금으로 삼만 원을 건네며 "정숙 씨에게 꼭 필요한 책을 직접 사라."라며 신신당부하는 것이었다. 나는 정중히 몇 번이나 사양했으나 그분의 완강한 결심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나는 고맙게 받아들였다. 좋은 사람을 보면 그를 본보기로 삼아 닮아가려 한다. 미소와 친절로 격려해주다 보면 나 자신도 잘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게 友德이다.
첫댓글 선생님 향기 덕분에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름다운 선생님이십니다^^*
부족한 저를 좋게 봐주시는 이금주 선생님의 댓글이 향기롭습니다. 고맙습니다. 건행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