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을 확인하러 은행에 가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자도 주거래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했다. 수익률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뽑아준다. 단, 오늘 기준치만 가능하단다. 이러니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하려면 꾸준히 은행을 찾거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면서 직접 챙겨야 한다. ARS로 알려주기도 한다기에 ARS 신청을 하기로 마음먹고 문자 서비스 타이밍을 상·하한선 5%로 잡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5%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체 누적 수익률이 5%거나 -5%일 때 연락이 온단다(물론 이 상·하한선은 10%든 20%든 마음대로 설정이 가능하다). 각 펀드마다 수익률 차이가 있어 하한선 설정이 각각 달라져 하한선은 아예 잡지 았다. 창구 직원은 “요즘 하락세라 문자가 계속 갈 텐데, 하한선은 안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결국 5% 상한선만 신청하고 왔다. 그러나 현재 수익률이 워낙 마이너스이다 보니 은행 이자 정도인 원금 대비 5%의 수익이라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나에게 문자가 오긴 올까?
장이 좋을 때도 환매는 안 되고, 장이 나쁠 때도 안 되고… 환매는 언제?
기자가 “펀드 원금 회복은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죠?”라며 운을 띄우자마자, 창구 직원은 지금까지 있었으니 신규 가입하는 것보다는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말렸다.
“좌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 환매하시고 또다시 가입하시는 것보다 그냥 두는 게 나아요.” 꼭 휴대전화 번호 이동할 때 “전에 있던 포인트가 다 없어집니다”처럼 들리는 말. 여기서 말하는 좌수란 ‘펀드의 주식 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주가가 떨어지면 살 수 있는 좌수가 더 늘어난다. 이유는 싸니까. 좌수는 1년마다 결제일에 따라 일괄적으로 바뀌므로 1년간은 좌수가 같다는 것이 직원의 말.
그러나 이 말은 논리적으로 오류다. 지금이 1년 안에서 가장 낮은 저점이므로 지금 새 펀드에 가입하면 그냥 보유하는 것보다 더 많은 좌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오류를 지적하며 창구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니 묵묵부답. 이렇게 창구 직원들의 말이 가끔은 틀릴 때도 있다. 맹신하지 말고 창구 직원의 말이 이해가 안 될 때는 하나하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어차피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상품 설명에 대한 의무를 더 강화했다. 마음놓고 직원들에게 물어봐라. 안 해주면 불법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상품 검색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펀드 수익률도 알 수 있고 운용사가 작성한 펀드 상품 설명서도 다운 받아 볼 수 있으니, 미리 인터넷으로 펀드 상품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창구 직원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왜 가입했을까?
2006년 9월부터 지금까지 매월 10만원씩 꼬박꼬박 불입한 자유 적립식 펀드. 가입 당시 워낙 유명한 펀드 중 하나라 거의 펀드의 기본처럼 가입하게 되었다. 안정된 우량주 중심이라 자녀를 위한 장기 투자로 여기고 기자의 어머니가 들어준 펀드다. 펀드 담당자를 찾아가니,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홍보실을 통하지 않은 언론 매체와의 접촉을 금한다는 공고가 직원들 사이에 내려왔단다. 미래에셋은 한 수 위다. 홍보실을 통해도 펀드 매니저와의 접촉은 불가능했다. 펀드 매니저의 그림자도 못 보고 대신 마케팅 관계자에게 질문했다.
Q 이 펀드의 강점이 될 수 있는 특징은 뭔가요?
이 펀드 성격은 우량주+저평가 종목군. 미래에셋3억만들기주식1호 펀드는 2003년에 설립되어 현재 누적 수익률 64.34%를 이룬 펀드입니다. 장기 적립식에 유리하도록 만든 펀드로, 업종의 대표가 되는 우량주나 저평가된 성장가능주에 투자하기에 밸류에이션이 높은 펀드라 할 수 있습니다.
Q 이 펀드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언제 오를까요? 2007년 하반기에 고점을 찍고, 그다음부터 주가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실물 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으니 지금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최근 각국 중앙정부가 증시 해결을 위한 전폭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하락세는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펀드 자체는 우량주 중심이라 펀더멘틀이나 밸류에이션이 뛰어납니다. 반등세가 되면 가장 먼저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말이지요. 현재 시장 상황은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급속도로 하락했습니다. 비정상적이지요. 지금과 같은 공황 상태와 과매도 국면이 해소되면 수익률 회복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팔까? 말까?
사실 이 펀드 자체는 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를 따르기에 좋다. 업종 중 가장 최고인 회사의 주식을 사서 묵히기. 펀드 자체는 적은 돈으로 우량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이것저것 짤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편. 어차피 적립식이라 ‘물 타기’도 가능하니까 현 상황에서는 유보 결정을 내렸다. 혹시 내년에 더 떨어진다고 해도 아직 수익률 자체가 여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유의 투자 난도가 낮은 가치 투자라면 주주 권리가 명확한 우량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나을지도.
한화글로벌리츠재간접투자B
왜 가입했을까?
2007년 2월은 부동산 버블이 굉장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부동산에 투자할 여윳돈은 없었고 대신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리츠에 가입했다. 거기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의 부동산과 관련해 투자를 해 안전적인 면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빈 공간을 메워줄 수 있는 투자처라고 판단, 펀드 담당 운용자 3명 중 한 명인 한화투신운용 김경민 펀드 매니저를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Q 이 펀드의 강점이 될 수 있는 특징은 뭔가요?
라살과 한화투신운용이 포트폴리오를 상의하여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라살은 미국 및 15개 국가 26개 오피스를 가지고 있는 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이지요. 이 회사를 위탁 운용 회사로 선정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전문적인 포트폴리오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세계의 부동산 투자 신탁(리츠)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글로벌 분산 비율은 북미 50%, 유럽 21%, 아시아 22%, 나머지는 유동적입니다.
Q 이 펀드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언제 오를까요?
고점은 2007년 2월경입니다. 2006년 말부터 낮은 이자율을 바탕으로 사모펀드들과 리츠 간의 M&A가 많아지면서 리츠의 주가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상업용 부동산 펀더멘틀 및 높은 배당률 등으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리츠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2007년 여름 이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가 이뤄졌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도 하락해 수익률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금융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상승 여력은 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내려가 있기 때문에 결국 리츠로 자금 유입이 될 테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겠죠. 금융 시장이 안정되면 2006~7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M&A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익률 회복 가능성이 보입니다.
Q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뭔가요?
금융 시장 상황 및 향후 부동산 펀더멘틀을 고려하여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중 지역별로 비중을 조절할 예정입니다. 리츠의 가격은 2005년 수준이지만 당시에 비하여 상업용 부동산은 20~30% 가격이 상승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의 리츠 가격 하락은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수요의 감소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현재 각국 정부는 제한적인 건설 공급과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수익성의 감소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팔까? 말까?
답변 받고 기겁했다. 딱 고점에서 들어간 기자. 정말 막차를 타고 문 닫고 그대로 추락했다. 수익률은 현재 어질어질할 정도라, 사실 지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 이미 북미 지역은 서브프라임 폭풍이 휘몰아칠 만큼 휘몰아쳤다고 생각한다. 또 아시아 의 부동산 시장 또한 회복 국면을 보일 거라 기대한다. 이머징 마켓들 중 ‘건설’ 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부동산이 혜택을 입을 거라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 상황을 보고 추가 불입을 한다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이파워아시아주식재간접A
왜 가입했을까?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및 아시아 국가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 브릭스 붐이 있을 때 솔직히 재간접 상품이라는 생각 없이 골랐다. 어느 국가에 정확하게 투자하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정작 브릭스는 못되고, 친디아+한국+일본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 결국 뜰 국가니 묵혀두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라는 생각으로 2년째다. 펀드 담당자를 찾아보니 원래 운용자였던 진성남 펀드 매니저에서 박성구 펀드 매니저로 올해 8월 바뀐 상태. CJ에서 하이자산운용사로 이름도 바뀌었다. 똑같이 펀드 담당자인 하이자산운용 박성구 펀드매니저에게 질문을 던졌다.
Q 이 펀드의 강점이 될 수 있는 특징이 뭔가요?
하이파워아시아주식재간접A 펀드의 주요 특징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에 대한 분산 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국가에서 발생되는 정치적·경제적 개별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경우, 중국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요. 향후 투자 기업 가치가 증가되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Q 이 펀드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언제 오를까요?
고점은 2007년 11월 . 중국 시장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아시아 국가들의 안정적인 지표들로 인해 펀더멘틀이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글로벌 유동성도 좋아서 아시아 시장 상승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줘 꾸준히 수익률을 갱신 중입니다.
하지만 11월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실물 경제 악화는 곧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게 큰 타격을 줬지요. 그래서 2008년 하반기까지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고, 지난 10월 글로벌 금융 위기 확산으로 설정 이후 저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아시아 시장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향후 6~12개월간 경기 하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신흥 국가로 구성된 아시아 지역이 성장 모멘텀으로 다시 부각될 것입니다.
Q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뭔가요?
현재는 시장이 저점을 확인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분기 이후 편입 비율이 80% 수준을 유지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국가별로 회복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에 대한 투자 기회를 면밀히 조사해 향후 시장 상승 시에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확대로 수익률을 제고할 예정입니다.
팔까? 말까?
당분간 이머징 마켓이 오를 거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어차피 내년까지는 실물 경제도 계속 안 좋을 텐데 이머징 마켓처럼 힘없는 곳이 상승 여력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머징 마켓은 사실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만 아직 성장 못한 곳이란 뜻. 현재의 영향력과 파워는 미미하다는 말이다. 1년 뒤 이머징 마켓이 상승세로 돌아설 땐 수익을 크게 얻을 수 있겠지만, 지역마다 불안하기에 내년 상반기에 국가별 상황을 보고 지역 집중적인 펀드를 생각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