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날이 시작 되는 날, 오랫만에 품 벗님들과 평화피정으로 함께 했다.
강화심도학사에 도착하니 야생화들이 반겨주고,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활짝 열어 주었다.
은총의 날, 오늘. 시와 함께 시작하고 시와 함께 마무리했다.
봄봄에서 맛있는 백반을 먹고, 서해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눈꽃치즈빙수로 몸과 마음과 영혼을 충전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벗, 다른 벗의 이야기가 나의 삶이 되고, 나의 삶이 벗님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홀로 함께함이 어우러지는 평화피정은 언제든 좋고 행복하다.
하루의 아쉬움은 가을의 '영 벗' 들의 2박3일(10월 31일~ 11월2일)피정으로 찜해놓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오늘 - 구상(1919-2004)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은총에 눈을 뜨니 - 구상(1919-2004)
이제사 비로서
두 이레 강아지만큼
은총에 눈이 뜬다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만상이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그럴 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나고 죽고 그 덧없음이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이제사 하늘이 새와 꽃만을
먹이고 입히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으로 기르고 살리심을
눈물로써 감사하노라
아침이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저녁이면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기는
매한가지지만
출구가 없던 나의 의식 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리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소중스럽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