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팔란 구병리 맑은 물, 푸른 솔로 빚은 독주
"보은송로주(報恩
松露酒)"
속리산 국립공원 남쪽자락 보은에서 출발하여, 짙은 소나무 숲이 잘 어울어진 자연휴양림이
있는 열두굽이 말티고개를 지나, 갈목재를 넘어서면 한폭의 산수화같이 수목과 잘 어우러진 삼가저수지가 나타난다. 이 저수지와 어께를 나란히 하여
굽이굽이 펼쳐진 좁은도로를 따라가면 구병산 자락 해발 500m지점에 자리잡은 구병리가 나타난다.
속리산 청황봉의 정남쪽에 위치해 있는
구병리는 산세가 수려하고, 물과 공기가 맑고 깨끗해 옛부터 100세이상 장수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여 장수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구병리는 예로부터
삼재팔란을 피할 수 있는 길지로 알려져 19세기부터 이른바 정감록 신봉자들이 모여들었고, 지금도 한국전쟁 때 피난온 이북출신들이 많이 모여
산다.
마을을 감싸않은 구병산(877m)은 빼어난 산수경관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으로 아홉병풍이 늘어선 형세여서 붙은 이름으로 속리산 상학봉까지 이르는 40Km능선은 백두대간의 일부가 포함된 산줄기다. 속리산에서 구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는 충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관이 빼어나 충북알프스라 불리우는 곳으로 '99. 5. 17 특허청에 "충북알프스"로 업무표장
등록되었다. 최근들어 등산코스와 이 지역에서 흔히나는 황토를 테마로 하는 황토마을로 홍보되면서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제법
찾아든다.
속리산 자락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유명하다.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과 그 짝을 이루는 서원리의 정부인송(천영기념물 352호), 백송(천연기념물 104호)을 비롯하여 충북에는 우거진
소나무 숲이 많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구병리의 소나무가 유난히 푸르고 향기가 좋기로 알려져있다. 구병리를 접어드는 길목에 아홉폭의 병풍과
그대로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뒤로하고, 아름들이 소나무의 숲으로 둘러쌓인 곳에 도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민속주인
보은송로주 제조장이 위치하고 있다.
물을 인간의 건강과 장수의 근원이라고 한다면, 술에서의 물의 중요성은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물이 있는곳, 뛰어난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제조되는 보은 송로주(報恩 松露酒)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전통민속주로서 신경통과
관절염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송로주는 알코올 도수가 48%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술 중에서 가장 독한술로써 소나무 관솔의 특유의 향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한모금 입에 담으면 순식간에 타액을 타고 입안 전체로 퍼져 향긋한 솔내음을 느끼게 하며, 알싸한 자극은 목구멍을 타고 가슴까지
이어진다. 이 술은 독주라 마시게 되면 근방 취하는가 하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술이 깨어있고, 숙취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은송로주의 제조법은 먼저 멥쌀가루로 죽을 쑨 다음 전통방법으로 직접
제조한 누룩을 썩어 사흘동안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다음으로 멥쌀과 구병산에서 나는 솔옹이마디(간솔)를 생률처럼 깍아 넣고,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令)과 엿기름을 함께 혼합한 후 밑술을 부어 2주정도 발효시킨다. 이렇게 만든 약주를 베주머니에 넣고 짜서 맑게 거르면 송절주가
되는 데 이것을 다시 소주를 내려 만든 술이 송로주이다.
송로주는 우리나라 전통민속주로는 보기 드물게 그 제조법을 소개한 두권의
책이 신형철씨 집안에서 가전되어 왔다. 그 중 한권의 책인 "음식법"은 송로주의 제조법과 함께 30여 종류의 음식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는 귀중한
문헌자료이다. 지금의 송로주제조자인 임경순씨는 15여년전 송로주를 제조할 적지를 찾아 구병리를 찾게된 송로주 제조기능 보유자인 신형철를 만나게
되어 인연을 맺게 되고, 둘은 송로주 재현에 미쳐서 모든 것을 바쳤다. 마침내 전통 송로주 재현에 성공하게 되고, 제조장 설립과정에서 채
생산도 하기전에 갑자기 신씨가 사망하게 되고 제조기능 전수보조자인 임경순씨가 뒤를 이어 마침내 송로주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송로주 제조장 바로 아래에 위치한 "장수마을 구병산골가든(043-543-2131)"은 음식솜씨 좋은
임경순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음식재료는 일체 시장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급하여 사용한다. 음식재료가 구병산 그 자체인
것인다. 먹거리로는 직접 산에 놓아 기른 토종닭과 염소 요리와 집에서 만든 손두부, 메밀묵이 일품이며가 기능보유자가 직접 제조한 송로주와 함께
곁들이면 천하일품의 진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병산골가든은 외지방문 손님을 위해 숙박할 수 있는 잠자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최근들어 알프스민박,
백운산장 등의 민박집이 들어서 있어 저렴한 가격에 민박을 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소나무사이로 비치는 쪽빛 햇살과 어우러진 옅은 안개, 2년이 지난 지금도 살포시 눈을
감으면 산림에서 풍겨오는 그때의 상쾌한 솔내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외속리산 구병리는 한번 방문하면 언젠가 다시 찾고자 하는 욕심이 절로나는
곳이다.
송로주 양조방법이 기록된 신형철씨의
가장본(家藏本)인
고소리서(古調理書) 2권
송로주의 술빚는 방법과 함께 음식의 제조방법이 수록된 옛 음식책 두권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한권은
저자의 편찬연대가 확실한 것이고, 또 다른 한권은 저자와 연대가 불분명한 것으로 신형철의 외조모인 정금이(청산현감 이한수의 부인)씨가 지었다는
책으로 "음식법"이라 기록되어 있는 한글필사본으로 책의 제작연대는 대락 1880년대로 알려져 있다.
술 담그는법 15가지, 병과 2가지, 음료 1가지, 반찬 15가지의 음식조리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전해지는 고서 중 양조방법과 문헌자료가 함께 발굴되기는 이책이 처음으로 한 장에 10행(行)으로 쓰여져 제작연대와 저자가 밝혀지는
귀중한 문헌자료이다. 고서 "음식법"에서는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하고, 관절신경통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권의 책은 저자와 연대가 확실치
않고, 대략 16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필사본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권의 책에는 송로주의 기록이 두 번째권에는 삼해주의 기록이 나와 있어 이댁의 송로주 비법이 심히
오래 전승되어 오고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전국에 알려지고 있는 옛조리서는 몇 권되지 않아 한가정에서 두권의 조리서가 발굴된 것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으며, 그 귀중함을 인정받아 지금은 충북 향토민속자료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