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의 반야심경 해설 작업의 일부를 찢어 옮깁니다.
不垢不淨(불구부정)은 ‘[번뇌에 의해] 더럽혀지지도 않고, 깨끗해지지도 않는다’, ‘더럽혀지는 것도 없고, 깨끗해지는 것도 없다’, ‘번뇌[垢]가 없어서 번뇌로부터 벗어나 있다’
법성(法成) 번역을 통해본 ‘不垢不淨(불구부정)’의 뜻, ‘번뇌가 없고, 번뇌로부터 벗어나 있다’
구마리습, 현장, 반야공리언, 법월, 의정, 지혜륜이 ‘不垢不淨(불구부정)’으로 번역한 것을 시호(施護)는 ‘無垢染無淸淨(무구염무청정)’으로, 법성(法成)은 ‘無垢離垢(무구리구)’로 번역해 놓았다.
법성 번역의 ‘無垢離垢(무구리구)’는 ‘번뇌[垢]가 없어서 번뇌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법성(法成)은 ‘不垢不淨(불구부정)’이 ‘[번뇌에 의해] 더러워지지도 않고, 깨끗해지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아서, 그것 대신 ‘無垢離垢(무구리구)’, 즉 ‘번뇌가 없고, 번뇌로부터 벗어나 있다’고 번역하여, 그 뜻을 분명하게 옮기고 있다. 이와 같이 번역은 문자자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문자 속에 내포돼있는 뜻을 옮기는 것이다.
법성 번역의 ‘無垢離垢(무구리구)’라는 표현에 不垢不淨(불구부정)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다른 경을 통하여 그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잡아함경 994. 바기사멸진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물을 테니 마음대로 답하라. 네 마음은 물들거나, 집착하거나, 오염되지 않고, 해탈하여 모든 착각[顚倒]에서 벗어나 있느냐?” 바기사가 답했다. “예, 저의 마음은 물들거나, 집착하거나, 오염되지 않고, 해탈하여 모든 착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느냐?” “저는 과거에 눈으로 본 모습[色]에 대해 되돌아보아 생각하지 않고, 미래에 볼 모습에 대해 기쁘게 여기지 않으며, 현재 대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 집착하지 않나이다. 저는 과거, 미래, 현재의 모습에 대한 눈의 의식을 탐하고, 욕심내고, 애착하고, 즐기고, 기억하는 것이 완전히 다 소멸되어, 그것에 대한 욕심이 없고, 사라졌고, 없어졌고, 쉬어졌고, 벗어났고, 해탈하여 마음이 완전히 해탈해 있나이다. 그러므로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고, 모든 착각에서 벗어나 삼매에 머물러 있나이다. 귀, 코, 혀, 몸, 마음 등의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마음이 과거의 것들을 되돌아보아 생각하지 않고, 미래의 것들을 기쁘게 여기지 않고, 현재의 것들에 대해 집착하지 않나이다. 과거, 미래, 현재의 대상에 대한 기억과 욕심, 애착이 완전히 다 소멸되어, 그것에 대한 욕심이 없고, 사라졌고, 없어졌고, 쉬어졌고, 벗어났고, 해탈하여, 마음이 완전히 해탈해 있나이다. 그러므로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고, 모든 착각에서 벗어나 삼매에 머물러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오늘 최후로 저를 이익 되게 하는 의미에서 저의 게송을 허락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을 대로 하라.” 존자 바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 마음을 앞에다 묶어두고,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모든 대상에 대해 해탈하였나니, 모든 존재의 모습을 잘 이해하여, 바른 법을 깊이 믿고 즐기네. ...... 마음을 묶어 매어, 바른 지혜로 바르게 알아차림 하여, 장차 썩어 없어질 이 몸의 남은 세력이 일으킨 모든 것들, 오늘 밤부터 영원히 사라지고, 다시는 삼계에 물들지 않아, 완전한 열반에 들리라. 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 그것들은 다 접촉[觸]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들. 이젠 그런 줄을 분명히 알았으니, 안이나 밖에서 생기는 괴롭고, 즐거운 온갖 느낌들, 그 느낌들에 대해 아무런 집착이 없나니, 바른 지혜로 바르게 마음을 묶어 매어, 처음이나 중간이나 끝에도 모든 쌓임[聚]의 장애가 없고, 모든 쌓임을 이미 끊었거니, 집착이 완전히 다 끊어졌음을 분명히 알겠네...... 중생들을 가르쳐 깨우치게 하여, 모든 괴로움, 괴로움의 원인, 모든 괴로움을 영원히 벗어난 열반, 열반으로 가는 팔정도를 깨닫게 하여, 안온하게 열반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애욕의 강물이 흐르는 물길들, 이제는 다 말라버리고, 오온[諸陰]은 뿌리 채 뽑혀, 사슬의 고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으리.”
위의 부처님 말씀을 보면 不垢(불구), 즉 때 묻지 않음은 욕심이나 오온에 의해 오염되지 않고, 전도몽상으로부터 벗어나, 삼매에 머물러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