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 05
S#1. 캐나다/ 분수대 있는 거리 (낮)
화창하게 부서지는 햇살 받으며 점차 가까워지는 은탁인데...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은탁 보다가, 순간, 도깨비의 눈빛, 탁 굳는다.
>>인서트 플래시백.
900년 전 들판에 버려져 하루 중 가장 화창했던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기억 떠올리고..
/다시, 현재.
그 날의 햇살처럼 화창한 햇살 속에 은탁이 쫑쫑 뛰어와 선다. 은탁의 머리 위로 부서지는 볼 수 없이 환한 햇빛들.
은탁 : 레드카펫 대박! 아저씨가 한 거죠! 와, 완전 신기해!
도깨비NA : (표정 굳어 은탁 보는..)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은탁 : 아저씨?
도깨비 : (보는데)
은탁 : ..아저씨 화났어요?
도깨비NA : 첫사랑이었다. (그저 보는데..)
은탁 : !!.. (자기도 뭔가 기분이 가라앉아 도깨비 마주 보는데..)
그 순간, 도깨비, 이 아이가 더 소중해지기 전에 죽어야겠다, 생각한다.
도깨비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은탁, 괜히 기죽어 그런 도깨비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둘이고..
S#2. 도깨비 차 안 (밤)
도깨비는 묵묵히 운전만, 은탁은 아까부터 화난 듯 말없는 도깨비 눈치만 흘긋 보다가,
은탁 : 저.. 걸어갈게요. (일각 가리키며) 저 앞쯤에서 세워주심 돼요. 저 호텔 근처 길도 다 외웠구 걸어가면 금방,
도깨비 : 그래 그럼. (바로 일각에 끽- 차 세운다!)
은탁 : !!... (차 바로 멎자, 상처 받는다. 그렇다고 주워 담을 순 없고. 얼굴 화끈해 정신없이 뒷좌석에 책가방 챙기고는)
안녕히 가세요. (하며 얼른 내려버린다)
도깨비 : ....
그대로 앉아서, 쿵, 쿵, 울리는 자신의 심장소리 듣고 있는 도깨비고..
뒷좌석에는 은탁이 미처 못 챙긴 필사책 그대로 놓여있고..
S#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은탁의 시집 들고 방으로 들어온 도깨비. 불도 켜지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데..
고요한 방 안에 심장소리 쿵, 쿵.. 울린다. 꼭 심장만 홀로 놓인 듯, 아직 살아 있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듯 쿵.. 쿵..
그러다 윽, 고통에 옅게 미간 찌푸리는 도깨비. 생경한 통증에 숨이 턱 막힌다. 처음으로 검의 통증 느낀 것이다..!
통증에 천천히 주저앉는 도깨비.. 꼭 용서를 비는 사람처럼..
아니운서F : 인생엔 갑자기 이상한 장르가 끼어들기도 하죠.
S#4. 한국/ 거리 (밤) → 수정
은탁, 알바 가는 중이다. 귀에 이어폰 꽂고 라디오 들으면서 걷고 있다. 도깨비의 눈빛 잊혀지지 않아 걸음이 헛헛하다.
아니운서F : 오늘 여러분의 장르는 무엇이었나요? 심쿵 로코? 이상하고 아름다운 (지지직) 판타지? 슬픈 멜로?
(지지직- 으그러지는 소리)
은탁, 놀라 주변 살피면, 아니나 다를까 저만치에 고시원귀신 서 있다. 그럴 줄 알았어.
은탁 다른 길로 가려는 듯 그대로 뒤돌아서는데, 고시원귀신, 어느새 다가와 은탁 이어폰 탁 잡아 뺀다.
은탁 : 이러지 맙시다 진짜! 평범하게 말 걸어줘요. 이러면 나도 무섭다고.
고시원귀 : 놀라게 해서 미안. 부탁이 있어서.. 정말 미안한데.. 나 살던 고시원 가서 냉장고 좀 채워주면 안 될까?
은탁 : 냉장..고요?
고시원귀 : 나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상 치르느라 엄마가 아직 내 방에 못 와봤어.
엄마가 내 방 냉장고 텅 빈 거 보면, 가슴 아파 할 거야.. 부탁할게..
은탁 : 아.. 근데 나 돈 없는데..
고시원귀 : 아..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네. 미안.
은탁 : (퍼뜩!) 아! 방법이 있어요!
S#5. 고시원 안 (밤)
비좁은 고시원 안. 은탁, 백팩 앞으로 멘 채 무릎 굽혀 작은 냉장고 열어보면,
거짓말처럼 텅 비어 있는 냉장고. 작은 생수통 하나만 딸랑 들어있을 뿐이다.
은탁, 백팩에서 음료수, 초콜릿 등(전부 호텔용) 꺼내서 냉장고에 채워 넣고, 반찬가게에서 사온 반찬들 꺼내 넣어놓는다.
그러고는 휘 돌아서 방 보고는,
/침대 위 정리하고, 책상 정리하고, 쓰레기통도 비운다.
/책상 위에 작은 화분도 하나 놓아주고..
고시원귀 : 고마워..
은탁 : (끄덕)
Cut to. (시간경과)
한 중년 여인(고시원귀의 엄마) 들어온다. 초라한 행색이다.
엄마, 작은 방 휘 둘러 본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 착잡하다.
냉장고에 문득 시선 멎고. 냉장고 열어보고는 흑- 울음 터뜨린다.
고시원귀, 침대 맡에 앉아 그런 엄마 지켜보고 있다. 흑- 울음 나고.
S#6. 저승의 찻집 (밤) (구 S#39.) → 수정
저승, 네 개의 찻잔 꺼내 정갈하게 닦고 있다.
그때 딸랑 소리 나면. 저승은 그대로 앉아 있고 앞의 망자와 찻잔만 자꾸 바뀐다.
망자녀1 : 저는 다시 태어나면 김태희로.. (중략)
저승 : (허걱!) (NEW 6부로)
Cut to. 떨리는 손으로 찻잔 꼭 잡고 있는 누군가의 손.
보면, 저승 앞의 망자, 고시원 귀신이다.
저승 : (물끄러미 보다) 차가 식어요.
고시원귀 : (눈물 그렁해 저승 보면)
저승 : 이 생에서 수고 많았어요. 조심히 가요. 다음 생으로.
고시원귀 : (끄덕끄덕 하고 천천히 손에 쥔 찻잔 마시는데..)
S#7. 육교 위 (다음 날 낮)
육교 서성이는 써니. 여전히 저승 없다. 후.. 잊는다 내가, 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육교 저 끝에서 멈춰 서 있는 저승 보인다. 끝과 끝에서 딱 마주친 저승과 써니다.
서로 놀라 마주보다, 써니, 먼저 뚜벅뚜벅 다가가 저승 앞에 탁 선다.
써니 : 이거 뭐예요?
저승 : ??
써니 : 이거 우연이에요?
저승 : ! (보면)
써니 : 난 아니에요. 왜 전화 안했어요? 기다렸는데? 한다면서요.
저승 : (보다) 하겠습니다. 가서. 지금. (스쳐 가려하면)
써니 : (뜨악) 어디 가서요? 뭐 어디 공중전화 찾으러 가요?
저승 : 집에 전화가 있어서 집에. 금방. 전화.
써니 : 아 웃겨. 우리가 이렇게 마주쳤는데?
저승 : 아. 반가웠어요.
써니 : 미치겠다. 금방 전화 말고, 금방 커피 어때요? 서울에 널린 게 카페고 나 시간 많거든요.
저승 : (그런 써니 물끄러미 보는데..)
S#8. 카페 (해질녘)
음료 놓고 마주 앉아 있는 써니와 저승.
저승, 커피만 마시고 있다. 써니, 저승 기막혀 보고 있다.
써니 : 저기요. 우리 이렇게 계속 커피만 마셔요? 해 다 졌는데?
저승 : (그제야 창밖 보더니) 아. 해가 참 짧죠.
써니 : 안 짧았어요. 한 시간 째 그러고 계셨거든요. 인사.. 안 해요 우리? 안부.. 안 묻고요? 얘기는.. 안 하나요?
저승 : 아.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써니 : 네. 그쪽도 잘 지내셨어요? 제 반지는 잘 있고요? 여전히 핸드폰은 없으세요?
저승 : 네, 잘 지냈습니다. 반지 잘 있습니다. 핸드폰 없습니다.
써니 : (기막혀 보면)
저승 : (말없이 보고)
써니 : 솔직히 말해보세요. 제 이름 까먹었죠.
저승 : 선희요.
써니 : 선희 아니고 써니요! (하다 기막혀서 웃음 빵) 아 나 진짜. 웃기는 남자네.
저승 : (써니의 웃음 생경하게 보는)
써니 : 혹시 컨셉이에요?
저승 : (보는)
써니 : (괜히 민망해) 뭘 봐요.
저승 : 보게 돼요. 웃으니까.
써니 : ?!..
저승 : (노을에 젖은 그런 써니 벅차게 보는데..)
써니 : 근데 생각해보니까 전 그 쪽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예요?
저승 : !!!
S#9. 도깨비 집/ 식당 (밤)
저승과 도깨비, 긴 식탁에 어쩐 일인지 나란히 앉아 있다. 저승 옆엔 맥주 두 캔, 도깨비 옆엔 계란 몇 개 놓여있다.
저승은 손으로 맥주 차게 얼려 도깨비 주고, 도깨비는 손으로 계란 구워 저승 준다. 하는 짓은 병맛인데 표정은 어둡다.
둘이 틱 건배하고 맥주 마신다.
저승 : 이름을 묻더라.. 근데 이름을 모르잖아 나는..
도깨비 : (그저 끄덕..)
저승 : 안부도 묻더라고.. 살아있지 않은 자에게 안부라니..
도깨비 : (그저 끄덕..)
저승 : ... (맥주 마시고..)
도깨비NA : 그 아이의 웃음에,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른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나는 사라져야겠다.. 예쁘게 웃는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 더 행복해지기 전에..
저승 : 근데,
도깨비 : (보면)
저승 : 니 목소리 다 들려.
도깨비 : !!!....
저승 : 진짜 죽게?
도깨비 : (진심인) ..음. ..첫눈이 오기 전에.
저승 : (그저 끄덕..)
그렇게 쓸쓸하게 앉아 맥주 한 모금 마시는 두 남자고..
S#10. 호텔/ 로비 (밤)
덕화, 은탁이 묵는 스위트룸 계산서 들고 서 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계산서를 가까이 봤다가 멀리 봤다가 하는데.. 계산서 너머로, 로비 들어오는 은탁 보인다.
Cut to. 덕화, 계산서 들고 삐딱하게 서서 은탁 보고, 은탁, 켕기는 게 있어서 안절부절이다..
덕화 : 너 혹시 술 마시니?
은탁 : 아아니요?
덕화 : 마셨던데. 냉장고가 텅 비었던데. 초콜릿, 땅콩, 육포까지 남김없이 드셨던데.
뭐 그래! 먹을 수 있지 고삼이면. 근데, 병은 왜 다 치웠냐? 병 치우면 안 들킬 줄 알았어?
은탁 : 그게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때 회장님이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라고..
죄송한데 좀 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돈이 없어가지고..
덕화 : 나도 돈 없거든 이 소녀야?!! 나도 돈이 없다고..
은탁 : ....
S#11. 호텔/ 스위트룸 (밤)
은탁, 초 있는 대로 다 펼쳐놓고 불 붙여 놨다. 한 손에 계산서 든 채 마지막 초 불 붙이는데, 띵동!
덕환 줄 알고, “계산 하려는 중이라고요..”하며 문 여는데, 문 앞에 도깨비 딱 서 있다.
은탁 : 아 깜짝이야!
도깨비 : (은탁 어깨 너머로 방 힐끗) 나 부르려고 준비 많이 했네? 들어간다. (들어오며) 왜 부르려고 했는데.
은탁 : 아저씬 왜 왔는데요? 덕화오빠가 다 얘기 했어요?
도깨비 : 뭘?
은탁 : 아 그게.. 사실은 저 혼났거든요. 덕화오빠한테.
도깨비 : 걔가 누굴 혼낼 만큼 떳떳한 애가 아닐 텐데.
은탁 : 냉장고에 있는 걸 제가 싹 다 비웠거든요. 이거 계산 좀 어떻게.. 알바비 받으면 틈틈이 갚을게요. (계산서 내밀면)
도깨비 : (굳은 얼굴로 보는)
은탁 : 안 될까요..? (안 통하나 싶어) 사실 술은 아저씨가 마셨잖아요. 딴 건 제가 좋은 데 좀 썼어요.
모른 척 하시면 이거 다 불어서 꺼버릴 거예요! 오늘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하는데, 도깨비 확 손짓으로 촛불들 한꺼번에 다 꺼버린다! 확, 어두워진 실내고.
은탁, 어..! 그런 도깨비 섭섭하기도 하고 왠지 무섭기도 해 놀라 보는데,
도깨비 : 이제 소환 하지 마.
은탁 : !!
도깨비 : 그럴 필요 없어.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은탁 : ?!!!
도깨비 : 집에 가자.
은탁 : ..어떤 집이요?
도깨비 : 내가 사는 집.
은탁 : !!!
도깨비 : 넌, 도깨비 신부니까.
은탁 : !!! (보다가) 아저씨 저 사랑해요..?
도깨비 : 그게 필요하면 그것까지 하고. (사이) 사랑해.
은탁 : !!!
그때 우르릉 쾅! 우레와 함께 비 퍼붓듯이 내린다. 호텔 창문을 때려대는 빗소리. 도깨비의 폭발하듯 슬픈 마음을 대변한다.
빗소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는 둘.. 그 모습에서, (구 4부 엔딩!)
S#12. 호텔/ 스위트룸/ 거실 (밤)
은탁 : 내가 그렇게 싫어요?
도깨비 : ?? (보면)
은탁 : 뭐가 어떻게 싫으면 이렇게 슬플 수가 있어요? 비가 아주 주룩주룩 오네 뭐..
도깨비 : !... (슬프게 보면)
은탁 : 뭐 됐어요. 아저씨가 싫어도 슬퍼도 나는 아저씨 집 가서 살 거니까.
도깨비 : (보면)
은탁 : 지금 전 찬 도깨비 더운 도깨비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요... 암튼 제가 검만 빼주면 되는 거잖아요.
도깨비 : (보다) 음. 그러면 돼.
은탁 : !! (마음 상하고) 기다리세요. 짐 챙겨 나올게요. (침실로 휙..)
도깨비, 비오는 창가에 쓸쓸히 서 있고...
S#13. 호텔/ 스위트룸/ 침실 (밤)
방에 들어와 옥장판 가방에 짐들 챙기는 은탁.
은탁 : 그런 건 왜 물어가지고.. 매를 벌지 벌어. 따끔하네 아주.
(하다 욱해서) 암만 그래도, 말을 해도 진짜 내가 그지야? (사이) 그지야. 짐이나 싸자.
침대 위에 꺼내 놓았던 자잘한 것들 야무지게 챙겨 넣는데.. 창문 세차게 때리는 빗줄기고...
S#14. 도깨비 차 안 (밤)
뒷좌석에는 은탁의 짐들 놓여있고.
도깨비, 말없이 운전만 하고 은탁은 비 내리는 창밖만 뾰로통하게 바라보고 있다.
은탁 : (창밖만 보다가)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도깨비 : !! (계속 앞만 보고 운전만 하는데)
은탁 : (보지도 않자) 뭐 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요. 암만 우리가 혼인보단 먼 동거보다는 가까운 애매한 관계여도
명색이 도깨비 신분데 신랑 될 도깨비 이름 정돈 알아야 될 거 같아서요.
도깨비 : (그저 말없이 운전만...)
은탁 : ..우린 아직 우리도 아니구나.. (다시 창밖 보는데)
도깨비 : (나직이) 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은탁 : ..!
도깨비 : (여전히 앞만) 우리.
그때, 앞에 빨간 신호. 차, 신호 걸려 멈추는데.
은탁 : ..!! (도깨비 보면)
도깨비 : 언제는 유정신, 또 언젠가는 유재신.
은탁 : ...
도깨비 : 현재는 유신재. 진짜 이름은,
은탁 : !!... (보면)
도깨비 : 김신. (은탁 보는데)
은탁 : 출발. 초록 불. (미소)
초록불로 바뀐 신호. 차, 붕 출발한다.
S#15. 도깨비 집 앞 (밤)
끽, 멎는 도깨비 차. 은탁과 도깨비, 차에서 내리는데, 문 앞에서 쓰레기봉투 들고 있는 저승과 딱 마주친다.
은탁, 쓰레기봉투를 든 저승사자라니.. 이상함에 쓰레기봉투와 저승 번갈아 보면,
저승 : 오늘 쓰레기 내놓는 날이라..
은탁 : 볼 때마다 신선하시네요. 주세요. 그거 이제 제가 할게요.
저승 : (도깨비에게 바짝 붙으며) 얘 왜 이래. 왜 갑자기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해.
도깨비 : 오늘부터 여기서 지낼 거야. (뒷좌석에서 은탁의 짐 꺼낸다)
저승 : ?? (하다 전에 들었던 도깨비의 속마음 떠올린다)
/도깨비 : (4부)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저승 : (쓰레기 휙 버리고) 응원한다 너의 앞길. 앞으로 네가 할 일들. 들어가자.
은탁 : (?)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도깨비가 든 짐 중 하나 받아 들고 현관으로 가며) 그니까 앞으로 제가 할 일이..
집안일이 되게 많은가 봐요..?
은탁, 현관문 앞에 섰는데, 저승과 도깨비도 현관 앞에 서서 그저 도어락 물끄러미...
은탁 : ??? (도깨비 한번 보고, 저승 한번 보면)
도깨비 : (심각) 네자리겠지?
저승 : (심각) 끝에 별 누르는 걸걸?
은탁 : 비밀번호를.. 모르는 거예요? 두 분 다?
도깨비 :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은탁 : (끄덕끄덕) 꼭 그거 같네요...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 들어가기 직전이요.
두렵고 설레고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고 들어가면 다시 무사히 나올 수는 있는 걸까 싶고.. (하고 보면)
옆에 저승과 도깨비 아무도 없다! 어? 하는데, 안에서 문 띠리릭 열리더니,
도깨비 : 들어와.
은탁 : (쩝..)
S#16. 도깨비 집/ 거실 (밤) → 대사 수정
짐 가방 든 채 도깨비 저승과 함께 거실로 들어서는 은탁,
그때 식당에서 숙취해소음료 마시며 나오던 덕화 은탁 발견하고,
덕화 : (??) 어? 넌 왜 여기, 얘가 왜 여기 언제 어떻게 서 있는 거야?
저승 : 오늘부터 여기서 지낸대.
은탁 : 잘 부탁드립니다.
도깨비 : 현관문 비밀번호 좀 알려줘.
덕화 : 1004. 근데 얘 왜 여기서 지내? 아 왜! 나는 나는!
도깨비 : 넌 그거 원 샷. 술이나 깨. (은탁에게) 니 방은 저기 2층.
S#17.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도깨비와 저승, 은탁 텅 빈 방 둘러보며 서 있다.
은탁, 여기가 내 방이 된단 말이지? 어색하고 신나 이 모서리 저 모서리 두리번거리고 있다.
도깨비 : 이쯤엔 바로크풍의 의자를 두는 게 좋겠어.
저승 : 사진관이냐? 심신을 안정시키는 파스텔톤의 데이베드를 놓는 게 좋아.
도깨비 : 유치원이냐? 이쪽 벽엔 19세기 낭만파 그림을 걸고. 여긴 벽난로가 좋겠군.
저승 : 펜션이냐? 저쪽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벽지를 바르고,
도깨비 : 모델하우스냐? 내 손님이야!
저승 : 내 집이야!
은탁E : 제 방이에요.
두 남자 : ! (씩씩대다가 은탁 목소리에 돌아보면)
은탁 : 전 뭐든 다 괜찮아요. 저쪽엔 낭만파 벽지 바르고 저기엔 파스텔톤 벽난로 놓죠 뭐. 사이좋게.
일단 오늘은 거실 소파에서 자면 되나요? 제가 거실에 있는 거 불편하시면 밖에 화단도 괜찮아요.
제가 지금 누울 자리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요..
저승 : 그니까 누굴 들이려면 먼저 침대부터 사고,
도깨비 : 오늘은 내 방에서 자.
은탁 : 아저씨랑 같이요?!
저승 : (너! 도깨비 보면)
도깨비 : (끙) 아니야.
은탁 : 그럼 아저씨는요?
S#18.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도깨비, 베개 꼭 안고 저승과 마주 서 있다.
저승 : 이거 무슨 뜻이야?
도깨비 : 내가 침대에서 잘 터이니 내 걱정은 말고 소파에서 편히 자도록 해.
저승 : 이 도깨비 말 참 이상하게 하네? 절대 안 돼. 내 침대야. 부정 타.
도깨비 : 알아. 맘 쓰지 말래도.
저승 : 거실 소파 있잖아!
도깨비 : 나 소파에서 못 자. 애 막 왔다 갔다 할 텐데.
저승 : 그럼 호텔 가서 자.
도깨비 : 나 호텔에서 못 자. 애 저 방에 혼자 있는데.
저승 : (빡! 도깨비 째려보더니 휙, 나간다)
도깨비 : (?) 어디 가.
저승 : (문손잡이 잡고) 기타누락자 화단에 재울 거야. (확! 문 여는데)
도깨비 : (문 앞에 딱 서서) 너 원래 이렇게 인정머리 없었어?
저승 : 어.
도깨비 : (바로) 그럼 소파로 할게.
저승 : 말 걸지 말고.
도깨비 : (잠시 보다) 니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라. (굳건한 눈빛에서)
S#19.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은탁, 짐 든 채, 도깨비의 방 가만히 둘러 보다, 짐 내려서 한 곳에 몰아놓고는 방 구경한다.
한쪽에는 다양한 장식품들 놓여있는 장식장. 장식장엔 귀퉁이 깨진 도자기도 보이고.
그 옆에 세탁 비닐 덮인 도깨비 옷 걸려 있다.
은탁 : (괜히 반가워) 저거 기억나 기억나. 저거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거.
한 쪽엔 책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 괜히 손가락으로 타다닥 책 등 쓸어보다가 책상으로 가 의자에 앉아보는데.
은탁 : 오, 편안한데. (팔걸이에 손 올리고 한껏 기대서) 이렇게 앉았을라나? 히히.
(하다, 책상 위에 놓인 시집 발견) 어, 내 책! 내가 보고 있으랬지 갖고 있으랬나?
좋으면서 괜히 입 삐죽 하고, 다른 것들 구경하는데, 책들 옆에 도깨비 유언장 노트 놓여있다.
은탁, 호기심에 살짝 손끝으로 유언장 넘겨보면 그 안에 자기가 준 단풍잎 코팅 들어있다.
은탁 : ..안 버렸네. 치. 소중히 간직하기는. (하다가 유언장 내용 보는데 전부 다 한자다) 무슨 책이냐. 내가 또 한자는 좀 알지.
(하며 보다가) 아 나 한자 모르지.
바로 단풍잎 있던 갈피에 놓고 유언장 펼쳐둔 채 다른 것들에 정신 팔린다.
펼쳐진 유언장 페이지 속, 언젠가의 도깨비가 쓴 유려한 한자 필체 위로...
도깨비E : 이국의 땅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S#20. 숲속/ 오두막 안 (밤)
오두막 등잔불 밑에서 한자로 유서 쓰는 김신.
도깨비NA : 칼로 활로 땅을 빼앗고 곡식을 빼앗고 생을 빼앗는다. 이국의 신神도 고려의 신神도 다 한통속이다.
S#21. (과거회상) 숲속/ 오두막 뒷마당 (여러 해 낮에서 밤)
유금선의 묘비 옆에 생겨나는 유서원, 유문수, 유한호, 유정우의 묘비. 그리고 그 옆에 생기는 김신의 묘비.
도깨비NA : 함께 고려를 떠나왔던 어린 손자의 손자의 손자를 묻었다.
S#22. 숲속/ 오두막 안 (밤)
작은 의자에 쓸쓸히 앉아 있는 김신.. 그 위로,
도깨비NA : 나는 작은 방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몇날 며칠을 보냈다. 나의 유서는 죽음을 앞두고 남기는 말이 아니다.
S#23. (과거회상) 외국 어딘가 (밤)
높은 천장. 화려한 샹들리에. 멋진 르네상스식 인테리어의 거대한 홀.
허나, 흰 시트로 가구며 그림 다 덮여있고, 촛불 몇 개 밝혀진 홀에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보면, 도깨비, 참고 참았던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그때 창밖의 섬광 번쩍! 도깨비의 손 안에 쥐어진 검 보인다.
도깨비, 울부짖으며 가슴에 박힌 검 빼보려 하는데.. 이 또한 일종의 자살이다. 허나 검은 꼼짝도 않는다.
울음소리 더더욱 깊어지고.. 바닥을 모르겠는 외로움이 추락하던 어느 날이었다.
일각에, 같은 페이지의 유언장 놓여 있고..
도깨비NA : 신이여. 나의 유서는 당신에게 죽음을 달라는 탄원서이다.
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 적도 있으나, 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S#24.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어두운 방안,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방 안 옅게 비추고 있다.
소파에 누워 있는 도깨비의 얼굴위로,
도깨비NA : 그리하여 나는 이 생을 끝내려 한다. 허나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도깨비 : (천장만 보다가 문득..) 넌 신을 본 적이 있어?
하고 보면, 침대에는 저승이 누워있다. 시트 얼굴까지 다 덮고.
도깨비 : 혹시 지금.. 신을 보고 있는 거야..?
저승 : (끙.. 시트 걷으며) 말 걸지 말랬지. 나 같은 말단이 신을 어떻게 봐.
도깨비 : (다시 천장 보며) 난 봤는데.
저승 : (!) 어떻게 생겼는데.
도깨비 : 그냥.. 나비였어.
저승 : 꼭 그런 식이지. 지나가는 나비 한 마리도 함부로 못하게.
도깨비 : 얼굴이라도 보여주면 원망이라도 구체적으로 할 텐데.
저승 : 그러게..
도깨비 : 신이 정말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주는 거라면, 날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싶다...
저승 : ..힘들어?
도깨비 : 걱정 마. 안겨서 울진 않을 거야.
저승 : (픽) 인간들은 그렇게 잘도 보는 신을 우린 어떻게 한번을 못 본다.
원망과 허탈함이 섞여 있는 두 사람의 대화. 각자 자신의 운명에 대한 회한으로 마음 수런한데..
S#25. 이미지 컷 (밤)
밤의 도시 전경. 까만 어둠 속에 빨간 십자가들만 미친 듯이 반짝이고..
E (알람소리) 때르르르릉-
S#26.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다음 날 아침)
핸드폰 알람 탁 끄고 벌떡 일어나는 은탁, 몸 반만 일으킨 채 습관처럼 이불 개키다가,
은탁 : 아... 여기 도깨비씨댁이지. 아침들은 어쩔라나. 찬거리가 좀 있을라나..
(일어나 환한 빛 들이치는 방 둘러보며) 있을 건 다 있는데 뭔가 쓸쓸하단 말야.
S#27. 도깨비 집/ 식당 (다음 날 아침)
교복 차림의 은탁. 머리 묶으며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저승과 도깨비 이미 일어나 각자 요리 중이다.
도깨비는 한쪽에서 스테이크 굽고, 저승은 한쪽에서 샐러드거리 다듬고..
은탁 : 우와. 아름다워라. 남자들 살림이라 어떨까 했는데. 저 누가 만들어주는 밥 먹는 거 되게 오랜만이에요.
도깨비 : 준다고 안 했는데.
은탁 : 치.
Cut to. 깨끗하게 비운 그릇들. 스테이크 핏물과 샐러드의 드레싱만 각각 남았다.
은탁 : 잘 먹었습니다! (일어나 자기 먹은 그릇 치워 싱크대로 가며) 제 용돈은 제가 벌어 쓸게요.
내일부터는 식사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빨래도 제가 알아서 하구요.
도깨비E : 우리 원래 그렇게 해.
은탁 : (접시 싱크대에 넣으며, ??) 이런 부잣집은 일해주시는 분 다 있고 그런 거, (하며 돌아섰는데)
공중에서 포크와 나이프로 챙챙 칼싸움 하고 있던 도깨비와 저승, 은탁과 눈 마주친다.
은탁 : (끄덕) 두 분이 이 모양이시라서 사람을 못 쓰는구나..
두 남자 : (쩝...)
은탁 : 뭐 비슷한 맥락으로 제가 뭘 좀 적어봤는데요. 경청해 주시면 좋겠어요.
(가방에서 종이 꺼내더니) 흠, 흠. (목 풀고) 호소문.
두 남자 : ???
은탁 : 일. 비가 자주 안 내렸음 좋겠습니다. 시민들 불편하니 제가 이 집에 사는 동안은 (도깨비 깊게 보며) 부디 행복해 주세요.
도깨비 : !!.. (은탁의 진심에, 문득 슬퍼지고..)
은탁 : 이. 불만이 있으시면 말로 해 주십시오. (저승 보며) 저를 데려간다거나 데려가겠다거나 혹은
데려가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승 : !!...
은탁 : 삼.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지 마시고요. 지은탁. 010-1234-1234. 참고로 수업 중엔 안돼요.
알바 중에도 싫어요. 도서관에선 꺼놔요. 이상입니다. (읽은 종이 냉장고에 탁 붙이고) 그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은탁, 꾸벅 인사하고는 가방 메고 쌩 나간다.
저승, 도깨비 냉장고 앞으로 가서 <호소문> 멀뚱히 바라본다.
도깨비 : 전활 하란 얘길까?
저승 : 우리가 핸드폰 없는 거 알고 무시하는 거 아닐까?
도깨비 : (!!!) 뭐! (자존심 확 상한 얼굴인데!)
S#28. 도깨비 집/ 거실 (낮)
덕화, 테이블 위에 탁탁 핸드폰 두 대 내려놓는다. 핸드폰 위에는 포스트잇에 각자 폰 번호 써서 붙여 놨다.
저승 : (그 중 까만색 핸드폰 집어 들며) 난 이거. 시크한 블랙. 맘에 들어.
넌 이거. (다른 핸드폰 남는 거 도깨비 주며) 시퍼런 블루. 맘에 들어?
도깨비 : 이 자 지금 흥분했다. 이런 거 처음 봐서. (블루핸드폰 들며) 설명해줘.
덕화 : 자자 번호는 차차들 외우시고. 이게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건데,
도깨비 : (여유 부리며) 난 괜찮으니 설명은 이런 거 처음 본 이 자에게만. (저승 보면)
저승 : (빡!! 하지만, 덕화에게) 이 자 말이 맞다. 나에게만 설명하면 된다.
덕화 : (도깨비 보며 갸웃) 삼촌 진짜 쓸 줄 알아? 얘가 엄청 스마트한데.
도깨비 : 몰라서 안 썼겠느냐. 필요 없어 안 쓴, (“것이지.” 하는데)
저승 : (다급히 치고 들어와) 드라마를 보니 서로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하던데.
도깨비 : (빡!) 그렇게 급하면 300년 전에 사지 그랬어.
덕화 : 아 이 삼촌들 진짜. 그건 이따 알려드릴 거구요, 자 그럼 일단 플레이스토어부터 가 봅니다.
저승 : 지금?
덕화 : 네?
도깨비 : (일어나며 외투 챙기는)
덕화 : (?) 왜 일어나요?
도깨비 : (아는 척 혀 굴리며) 플레이스토어에 가자며.
저승 : 아. (하며 발딱 따라 일어나 역시 덕화 보면)
덕화 : (뜨악.. 저승과 도깨비 보다가, 도깨비에게) 할 줄 안다며. 왜 저래?
저승과 도깨비 영문 몰라 덕화만 보는데..
S#29. 도깨비 집/ 저승 방 + 도깨비 방 (낮)
저승과 도깨비, 각자 방에서 함께 전화통화 연습하고 있다.
/저승 : (긴장한 채 핸드폰만 보고 있고, 곧 벨소리 울리고)
/도깨비 : ? (팔 뻗어 화면 보고 있는데 시꺼멓다) 얼굴 보고 통화하자며.
/저승 : 그니까. 얼굴 안 보이는데?
/도깨비 : 너 귀에다 갖다 댔어? 좀 떼 봐.
/저승 : 뭘 떼.
/도깨비 : 팔. 팔을 좀 멀리 떼보라고.
/저승 : 팔을? 아아. (핸드폰 든 팔 귀에서만 멀리 떼며) 이렇게? (더 떼며) 이렇게??
/도깨비 : ...
S#30. 은탁 학교/ 전산실 (낮)
점심시간. 한산한 전산실. 아이들 몇몇 흩어져서 인터넷 하고 있고.
은탁도 구석자리 어딘가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에 ‘김신’ 검색하고 있다. 딱 한 줄 나온다.
[김신. 출생·사망 1082~? 고려시대 무신이다. 행적에 대해 역사서에 남은 기록은 없다.]
은탁 : 무신이면.. 장군님! 오 나랏일~ 오 안정적~ 근데 뭐 이렇게 자료가 없냐 별 업적이 없나..
S#31. 생활소품샵 앞 (낮)
메모지에 적어 놓은 필요한 물품들. 빗, 칫솔, 수건, 건전지, 면봉 등등이다.
은탁, 가게로 들어가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고. 은탁 번호 보고 받으면.
은탁 : 여보세요?
S#32. 생활소품샵 안 (낮)
바구니 들고 은탁과 나란히 걷고 있는 도깨비.
은탁 : 오 스마트폰도 쓸 줄 알어.
도깨비 : (마치 늘 알고 있었다는 듯) 5.5인치 QHD 디스플레이에 엑시노스8890 옥타코어 프로세서로 램 4기가바이트,
강화유리소재로 더 가볍고 슬림한 바디를 자랑하는,
은탁 : (뜨악) ..뭘 외운 거야.
도깨비 : .... (얼른 메모지 툭 뺏으며) 뭐 필요하다고? 골라 얼른. 빗, 칫솔, 수건은 집에 많고,
은탁 : (어!) 아저씨 이쪽이요. (무언가 보고 달려간다)
도깨비 : (따라가면)
은탁 : (메밀군과 팥군 가리키며) 아저씨 이거 뭔지 모르죠. (소곤) 사실 얘 아저씨예요.
도깨비 : 볼이 발그레 핑크색인데 뭔 아저씨야.
은탁 : 말구요. 얘가 사실은 도깨빈데 사람들이 자기를 무서워하니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메밀묵을 뒤집어쓰고
도깨비 아닌 척 하고 있는 거거든요. 되게 귀엽죠.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바구니에 턱, 담기는 메밀군과 팥군.
은탁 : (스탠드 가리키며) 아저씨 이게요 사람들이 밤에 공부할 때 쓰는 건데요.
바구니에 턱- 담기는 스탠드 상자. Cut to.
은탁 : (가리키며) 아저씨 이게요,
카트에 턱- 담기는 탁상 알람시계. 바구니 안 보면, 어느새 수북하게 물건 담겨 있다.
도깨비 : 더 필요한 건 없어?
은탁 : 에이 지금도 많아요. 나중에 들고 나갈 거 생각하면 다 짐이에요.
도깨비 : 그게 무슨 소리야.
은탁 : (샐쭉) 남녀 사이 모르는 거잖아요. 제가 나갈 수도 있죠.
도깨비 : 그거 말고. 나중에 들고 나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누가 나갈 때 준대? (계산대로)
은탁 : (띵! 본전도 못 찾고..)
*카트(바구니)에 텀블러와 스피커 담겨 있는 걸로 세팅해 주세요.
S#33.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저승 엠블럼 찍힌 행낭 여는 저승. 이달에 처리해야 할 명부(청첩장) 묶음들 들어있다.
11/7~11/13 한 묶음, 11/14~11/20 한 묶음, 11/21~11/27 한 묶음. 한 주별로 묶여있는데.
대강 내용물들 살펴보고 행랑 확인증 수취인 란에 만연필로 ‘김차사’ 적다가, 멈춘다..
/써니 : (4부) 근데 생각해보니까 전 그 쪽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예요?
써니의 물음이 생각난 것이다..
S#34. (과거회상) 카페 앞 (밤)
53씬에 이어.. 카페 나온 저승과 따라 나온 써니,
써니 : 아니 내가 연봉을 물었어요, 재산 정도를 물었어요, 유산 유무를 물었어요?
그쪽 이름 좀 물었다고 벌떡 일어나 가는 게 어딨어요?
저승 : 이름에 좀 민감해서요. 미안합니다 선희씨.
써니 : (빡!) 선희 아니고 써니라니까! 벌써 헤어지는 거예요 우리?
저승 : 잠깐 커피라고.. 다 마셨고..
써니 : 기막혀.
저승 : 근데 저기.. 아까 커피 리필하신다고 빌려가신 영수증 안 돌려주셨는데..
써니 : (더 기막혀) 내가 왜 커피를 리필 했는데요.
저승 : 커피를 매우 좋아하세요?
써니 : (입 벌어지고)
저승 : 영수증은 꼭 좀.. 저희 회사가 워낙 철저해서요..
써니 : (입 더 떡 벌어지고)
S#35. 다시 현재,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화면 가득 핸드폰 화면. ‘선희 아니고 써니’로 저장하고 있는 저승. 일각엔, 옥반지와 써니의 전화번호 놓여있는데...
그때, 띠리릭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은탁 목소리 들린다.
은탁E : 다녀왔습니다!
S#36. 도깨비 집/ 거실 (밤)
도깨비 : (사온 물품 건네며) 니 방 가봐. 대충 살 만큼은 해놨어.
은탁 : 진짜요? (물품 한 아름 안고 계단 오른다)
S#37.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문 열린 은탁의 방. 은탁 휘둥그레 방 살펴보고 있다.
차분하게 발린 벽지, 벽지와 톤을 맞춘 커튼, 좋아 보이는 침대, 책상, 여러 가구들.
시계 하나, 책장 어디쯤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 벽에 걸린 그림 하나 전부 세심하게 꾸며놓았다.
은탁 : (좋아서 꺅! 음소거 비명 막 지르는데)
도깨비 : (방으로 들어오며) 마음에 들어?
은탁 : 깜짝아. 올라오실 거였는데 (물품) 이거 다 저한테 들려 보내신 거예요?
도깨비 : 내 손은 좀 쉬어야 해서. (방) 이거. (물품) 이거. 돈 많이 쓴 손이라 이 손이. (다른 손 들며) 아 이 손으로 썼나?
은탁 : (돌변) 이곳은 천국인가요? 맘에 꼭 들어요. 이걸 다 직접 하신 거예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깨비 : 이걸 다 직접 하는 마음으로 부탁했어.
은탁 : (띵!) 아.
도깨비 : 그럼 쉬어. (나가며) 벽에 못 박지 말고 아래층이 내 방이니까 뒤꿈치 들고 걷고.
은탁 : (말 끝나기 무섭게 발뒤꿈치 들며) 네 쉬세요~
E (문 닫히는 소리 들리고)
은탁 : (여전히 발뒤꿈치 들고 방 이곳저곳 꺅! 돌아다니며 좋아하는데)
S#38.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뿌듯해 하며 은탁이 위층에서 내는 소리들 듣고 있다.
도깨비 : 화분을 옮기는군. 남향에 두어야 하는데, (사이) 잘 놓는군.
(사이) 침대를 좋아하는군. (사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군. (흐뭇하고)
S#39.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앞 (밤)
여전히 까치발 든 채 자기 방문 앞에서 무언가 쓰고 있는 은탁의 뒷모습.
이내 방문에 쓰고 있던 팻말 걸고 방으로 들어가는 은탁.
걸린 팻말 보면, <한 소녀가 공부 중일 겁니다. 고3이니까요ㅠㅠ> 쓰여 있다.
그때, 팻말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 길게 진다. 보면, 저승이고. 저승, 똑똑 노크한다.
은탁E : (덜덜) 이, 이름이요?
S#40. 도깨비 집/ 거실 (밤)
은탁, 잔뜩 쫄아 저승과 마주 앉아 있다. 저승, 표정 변화 없이 그런 은탁 보고 있다.
은탁 : 이름은.. 왜요? 혹시 그건가요? 저승사자가 이름 세 번 부르면 죽는다는? 저 이제 기혼이에요. 이제까지와는 다른 저라구요.
가정이 있는 몸이야! 남편성 따를 거라서 저 이제 지은탁 아니에요. (횡설수설인데)
저승 : 니 이름 말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이름.
은탁 : (의외고) 네?
저승 : 이름이 없어. 내가.. 그래서 좀 참고하려고. 그런 이름 뭐냐고.
은탁 : 아저씬 이름이 없어요? 도깨비 아저씨는 이름 있던데.
저승 : ..뭔데.
은탁 : 김신. 되게 예쁘죠.
저승 : (중얼) 재수 없어..
은탁 : (뜨끔, 얼른) 생각하신 이름 있으세요?
저승 : 혁.. 준..
은탁 : ....
저승 : (눈치보며) 민..?
은탁 :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름이라하면 대표적으로 이 세 명이 있죠. 현빈, 원빈, 김우빈.
저승 : (골똘) 아. ..빈.
S#41. 덕화 차 안 (다음 날 낮)
하교한 은탁 치킨 집 데려다주는 덕화.
덕화 : 설마 진짜 현빈, 원빈, 김우빈 그런 걸로 짓는 건 아니겠지?
은탁 : 그러시는 분 이름도 유덕화잖아요.
덕화 : 그게 아주 깊게 열 받는 사연이 있어요. 아 왜 삼촌은 92년에 하필 유덕화한테 꽂혀가지고!
나 그래서 무간도도 아직 안 봤어. 보이콧이야. 내가 천우그룹 총수 돼도 61년생 그 냥반한테 검색어 밀릴걸?
하긴 너한테도 치이는데.
은탁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덕화 : 니 손에 나의 아주 중요한 게 달려있단 얘기야.
은탁 : 중요한 거 뭐요?
덕화 : 내 카드. 나 그거 내 목숨보다 중요해.
은탁 : 우와.
덕화 : 뭐가 우와야.
은탁 : 나는 내가 갖고 태어난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뭐가 되게 많이 내 손에 쥐어져 있어서 신기해서요.
(하다) 여기 여기요. 저 치킨집 앞에 세워주시면 돼요.
덕화 : (!!) 설마.. 너 알바 하는 치킨집이 저기야?!
은탁 : 네. 왜요?
S#42. 고급 일식집 (낮)
테이블에 차려진 화려한 회며, 초밥들. 덕화와 김비서 식사 중이다.
덕화, 우아하게 회 한 점 집어 먹고, 냅킨으로 입 닦으며,
덕화 : 드시면서 들으세요. 일전에 말씀드린 치킨 집 문제 말입니다.
김비서 : (보면)
덕화 :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사이) 없던 걸로 하죠. 캔슬해 주세요.
김비서 :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일 하지도 않았습니다.
덕화 : (팔 삐끗, 굴하지 않고)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거겠죠?
그래서 말씀인데, 혹시 할아버지가 꼭 전해라 그런 거 뭐 없으실까요?
김비서 : 있습니다. 지은탁양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각별히 몸가짐 유의하시랍니다.
덕화 : 전하실 게 카드가 아니구요? (멘붕)
김비서 : 일, 지은탁양에게 말 걸지 말 것. 이, 침묵은 금이라는 걸 명심할 것. 삼, 과묵할 것. 사, 입 다물 것.
모쪼록 이 어려운 일들을 훌륭히 해내시길 바란다는 전언 있으셨습니다.
덕화 : 카드가 아니구요?
김비서 : 아니구요.
덕화, 눈은 영혼 없이, 허나 손에 든 나무젓가락 우지끈, 부러져 나가고..
S#43. 수능 준비하는 은탁 몽타주 (여러 날 밤) → 수정
/-1. 치킨 집
마대자루로 홀 바닥 닦으면서 한 손에 영단어장 들고 계속 중얼중얼 외우는 은탁.
/-2. 은탁 방
열심히 수능 기출 문제 푸는 은탁. 안 풀리는 문제에 인상 쓰고 있는데 똑똑, 노크 소리 난다.
은탁, 문 열고 나가보면 사람은 없고 과자 담겨져 있는 접시만 놓여있다.
과자와 함께 있는 메모지. 보면, <공부 하다가 심심할 때 검 좀..>
Cut to. 다른 날
똑똑, 노크 소리 나고. 은탁 문 열어보면 또 사람은 없고 접시만 놓여 있다.
접시에 예쁜 과일과 함께 있는 메모지. (삭제) <공부하느라 바쁜 건 아는데 시간 날 때 검 좀..>
Cut to. 다른 날
또 똑똑, 노크 소리 나고. 문 열면 샌드위치와 함께 텀블러(몸통에 메모 적을 수 있는) 보인다.
<공부하느라 힘든 건 알지만 잠시 잠깐 검 좀..>
S#44.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앞 (다른 날)
똑똑, 노크 소리 나고. 문 열면 데친 브로콜리와 초장 담겨 있고 세로 서체로 쓰인 메모 보인다.
<공부하느라 고독한 건 알겠으나 짬날 때 저 자의 검 좀... 나의 독려는 비밀..>
S#45. 도깨비 집/ 식당 (밤)
은탁, 빈 접시 싱크대에 탁탁탁, 올려놓고 돌아서는데 분명 없었던 도깨비, 언제 왔는지 식탁에 앉아 커피 저으며 앉아있다.
은탁 : 아 깜짝이야.
도깨비 : (목소리 깔고) 넌 꿈이 뭐니. 뭐가 되고 싶어. 이렇게 많이 먹어가면서 검도 안 빼주고 공부만 하는 너는 꿈이 뭐냐고.
은탁 : 라디오 PD요. 수시도 다 그쪽 학과로 넣었는데요.
도깨비 : 그 얘기가 아니잖아! 너 이렇게 독해력 딸려서 대학 붙겠니?
은탁 : 와 뭔 그런 악담을. (더는 피할 수 없자, 끙, 앉으며) 안 그래도 제가 심사숙고를 좀 해봤는데요.
(시선 안 마주치며) 아저씨 예뻐지는 거 당분간 보류 할게요.
도깨비 : (!!) 보류우? 너 심사숙고 한 거 맞아?
은탁 : 저 효용가치 없어져서 아저씨가 저 쫓아내면 어떡해요! 그 생각하면 자꾸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도 안 돼 가지고..
도깨비 : 공부도 안 되는데 간식은 왜 꼬박 꼬박 다 먹어!
은탁 : 이 봐 이 봐. 본색 나오는 거. 아까워요? 그니까 제가 오백 해주고 치워달라고 했을 때 해 주셨음 좋았잖아요.
도깨비 : 야 암만 그래도 내가 어? 명색이 물이고 불이고 있다가도 없는 그건데 현금 박치기를 어떻게 해 상스럽게!
은탁 : 아휴, 제가 다 고급지게 받죠.
도깨비 : (띵!) 근데 넌 대체 왜 꾸준히 오백이냐? 액수가 너무 애매해서 묻는 거야. 서울에 월세 방 하나 못 얻을 금액인데.
은탁 : 월세 방까진 꿈도 안 꾸고요, 어른 될 때까지 찜질방 전전할 돈이랑 혹시 제가 대학 붙으면 등록금 내야 하니까
거기서 이백은 킵 해놓고요, 학자금 대출 받고, 이런저런 생활비 메우는 것까지 정확히 계산해서 산출한 금액이고요,
그 애매한 오백이 저 같이 없는 사람한텐 오억만큼 무겁고요. 됐어요?
도깨비 : (멍- 해져서 은탁 보는데)
그때, 일각에서 냉장고 문 닫히는 소리 탁, 하고 들린다.
보면, 저승, 냉장고 앞에 야채즙 든 채로 역시 멍- 서 있다.
저승 : 오백.. 해줘. 어떻게 그걸 아직, 냉혈한..
도깨비 : ..!!
/은탁 : (4부) 아 고백 해줘로 들었어.
도깨비 : (역시 오백 해줘를 고백해줘로 들었다) 너 발음 똑바로 해. 놀랬잖아!
은탁 : 오.백.해.줘. 라고 하셨어요.
도깨비 : 넌 가서 공부하고.
은탁 : (칫! 식당 나가고)
저승 : (식당 나가다가 문득) 근데 니 이름이, 김신이야?
도깨비 : !! (어떻게 알았지? 긴장하며) 어. 왜?
저승 : ..니 이름은.. 되게 멋있다.. (나가는)
도깨비 : ????
S#46. 치킨 집 (다른 날 낮)
써니, 테이블 위에 핸드폰 올려놓고 뚫어져라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써니 : 하 참나. (기막혀 노려보다) 안 하냐? (어이없어 또 노려보다) 해라?
은탁 : (써니 앉은 테이블 훔치며 앉더니) 사장님 바쁘세요?
써니 : 바쁜 지가 언젠지도 모르겠다.
은탁 : 그럼 잠깐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제가 의논할 언니가 없어가지고요.
써니 : 언니라고 부르면 장르는 딱 하나지. 애 가졌니?
은탁 : (헉!) 아니요?
써니 : 그럼.
은탁 : 그냥 일찍 결혼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써니 : 남자 몇 살이야. 열아홉? 스물?
은탁 : 더 좀 많아요..
써니 : 지가 많아봤자지. 애는 어떤데.
은탁 : 음.. 항상 책을 가까이 하고, 음악과 그림에 조예가 깊고, 옛날엔 나랏일 했었고..
써니 : 그딴 거 말고. 너한테 어떻게 하냐고. 잘해줘?
은탁 : !!... (새삼 깨닫고) 일단은요. 제가 필요하니까..
써니 : 그럼 넌. 넌 그 자식 좋아해?
은탁 : 아아니요?
써니 : 그럼 그 자식은. 그 자식은 너 좋아해?
은탁 : (!!) ..아니요..
써니 : 뭐야 그럼. 둘 다 아닌데, 이 결혼을 왜 해.
은탁 : 그러게요.. 하하.. 이 결혼 뭐지..
말하다보니 괜히 서운해져버린 은탁이고..
S#47. 책방 골목 (낮)
생각 깊은 얼굴로 책방 골목 지나가는 은탁.
/1씬에 ‘그게 필요하면 그거까지 하고. 사랑해.’ 하던 도깨비 떠올리고.
은탁 : (새삼 서운하고..) 안 필요해요 그런 사랑. 아저씨나 필요해 하지 마세요. 내가 예쁘게 해주나 봐라.
은탁, 터덜터덜 어느 책방 천천히 지나가는데, 책방 안에서 그런 은탁 보고 있는 누군가, 도깨비다.
도깨비, 은탁 집 향해 가는 거 보고 외려 책방 안 쪽 문 향해 빠르게 걸어가는데..
S#48. 도깨비 집/ 거실 (낮)
도깨비, 소파에 기대 앉아 <대장부의 삶> 보고 있다.
이내 삑삑삑- 비밀번호 소리 들리고, 괜히 더 근사하게 포즈 잡는 도깨비.
은탁 : 다녀왔습니다..
하고 들어와서 도깨비 쪽 보지도 않고 방으로 쌩, 들어가 버린다.
방문 닫히자 맥 빠지는 도깨비. 끙.. 그대로 책 내려놓고.
Cut to.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은탁 방에서 나온다.
도깨비 이번엔 양 손에 클래식과 비틀즈 LP 들고 짐짓 고민하는 척 하고 있는데,
은탁, 도깨비한테 시선도 안 준다.
그때, 테라스에서 다 마른 빨개 한가득 들고 들어오는 저승.
은탁 : 빨래 개키시게요? 저도 할게요.
도깨비, 빡! LP 던져버리고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
저승과 은탁, 도깨비 그러거나 말거나 거실 바닥에 빨래 쌓아놓고 빨래 갠다.
은탁 : 맨날 혼자 하셨죠? 보아하니 그래요.
저승 : 알아주니 고맙군. (수건 칼 같이 주름 잡아 개고)
은탁 : 오 화장실 수건 전부 저승아저씨 솜씨구나. 어쩐지 각이 죽이더라..
저승 : ..죽인다는 말 자제해줬으면 좋겠어.
은탁 : 아 죄송. 전 이 집 수건이 참 좋아요. 보송보송하고 고급지고 톡톡하니.
저승 : (빨래 속에 있는 은탁의 빨간 목도리 건넨다)
은탁 : 감사합니다. (자기 빨간 목도리 개키는데)
그때 방에서 그림 들고 나온 도깨비. 뒤뚱뒤뚱 그림 안고 걸으면서 괜히 시선 끌려고 둘 주변 알짱댄다.
도깨비 :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램브란트 반 레인의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한
<야경>이란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프랑스 반닝 코크 대장과 빌렘 반 로이텐부르그의 민방위대>가 제목인
이 그림을 어디에 걸면 좋을까.
하는데, 여전히 은탁과 저승은 도깨비 거들떠도 안 본다.
도깨비, 이씨! 들고 있던 그림 일각에 틱 놓고 두 사람 보는데,
저승 : 나 그 목도리 너 아홉 살 때도 본 거 같은데. 그 목도리 맞지?
은탁 : 오 맞아요. 엄마 유품이에요. 엄마는 제가 귀신 보는 게 목에 있는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셔서
이거 가리면 귀신 못 보겠지 하고 (E) 되게 어릴 때부터 둘둘 둘러줬는데 사실 아무 소용없었거든요.
근데 습관이 돼 가지구.. 이제 이게 엄마 같기도 하고 그래요.
두 남자 : (또 멍-)
저승 : (도깨비한테) ..오백 해줘.
도깨비 : 자꾸 무슨 고백을 하래 너는!
저승/은탁 : ? (뜨악 보면)
도깨비 : 그리고 넌 무슨 뭐 묻기만 하면 사연이, 어? 무서워서 뭐 묻겠냐?
저승 : 왜 저래.
은탁 : 아저씨한테 대답한 거 아니잖아요.
저승 : 되게 별로야 성격이.
은탁 : 힘 드셨겠어요. 근데 이름은 정하셨어요?
도깨비 : (빡!) 어이 고삼. 너 공부 안 해? 너 그러다 잘하면 대학 떨어지겠다?
은탁 : 잘하면 대학을 왜 떨어져요. 잘하면 철썩 붙지.
도깨비 : 됐고. 너 빨리 들어가서 공부해. 라디오PD 되겠어 그래가지고? (그 와중에 자기만 아는 얘기 어필하는)
저승 : 너 라디오PD 될 거야? 멋있다.
은탁 : 네. 제가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좋아해서요.
도깨비 : (빡!) 라디오 얘기 내가 말했는데 왜 쟤랑 얘기해!
은탁 : 아니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말도 좀 섞고,
도깨비 : (허!) 사라암? 야 니가 같이 사는 것 중에 사람 있나 봐라 어? 나 여기 검 좀 봐라 어?
은탁 : (저승한테) 아저씨 이름 아직 안 정하셨으면 박보검 어때요? 박보 검!
도깨비 : (빡!) 뭔 검? 너 아주 검 좀 본다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아주!
은탁 : (손에 든 빨래 휙 던지고 일어서서) 참나. 내가 누구 때문에 이 점이 생기고 누구 때문에 귀신을 보는데요.
도깨비 : (다가가서 은탁 머리카락 휙 쳐서 제끼고) 이 낙인 뭐! 예쁘기만 하구만!
은탁 : 아저씨.. 지금 내 머리카락 쳤어요? 와.. 이러니까 가슴에 검이 꽂히지. 사람이 저런 게 꽂힌 덴 다 이유가 있다니까.
도깨비 : 너 어떻게 사람 아픈 델 그렇게 콕콕 찔러? 사이코패스야?
은탁 : 아저씬 뭐 처음에 안 그랬는줄 알아요?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다, 소문에 살지 말고 현실에 살아라,
자긴 뭐 아주 콕콕 안 찌르고 푹신푹신 했는 줄 아나봐?
도깨비 : 너 위해서 얘기 한 거잖아 너 위해서!
은탁 : 나 위할 거면 남친이나 내놔요! 알바 이모네 남친! 수호신이 뭐 이래! 안 이뤄줬잖아요 남친!
도깨비 : 여기 있잖아 남친!
은탁 : 여기 어디요!
도깨비 : 여기! 니 앞에! 나!
은탁 : ?! (앗!)
도깨비 : !! (엇!)
은탁과 도깨비, 서로 놀라 눈 어디에 둘지 모른 채 보고 있고..
저승, 빨래 개다 만 자세로 어두운 기운 내뿜으며 그런 둘 노려보고 있는데..!
S#49.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낮)
은탁, 문 쾅 닫고 문에 기대서고는,
은탁 : (발그레) 미쳤나봐. 남친이래.. 참나 누구 맘대로? 나 좋아해? 치. 와 어이없어.
말과는 다르게 설레 보이는 얼굴이고.
S#50.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도깨비, 문 쾅 닫고 문에 기대서고는,
도깨비 : 900년만의 실언이군. 따지자면 남친이 아니라 남편인데.. 가서 소상히 정정을 해야 하나. 몹시 곤란하군.
그러나 도깨비, 슬쩍슬쩍 올라가는 입 꼬리를 감출 수 없고..
S#51. 도깨비 집/ 식당 (낮에서 밤) → 수정
식탁 앞에 정물처럼 앉아 영혼 없이 야채즙 쪽쪽 빨고 있는 저승이다.
저승 : 누구는 이름이 없어서 전화도 못하고 있는데 지들은 아주..
(시간경과) (밤)
어둠 속에 여전히 정물처럼 그러고 있는 저승. 빈 야채즙 통들 허망하게 나뒹굴고 있고.
저승 : 누구는 이름이 없어서 전화도 못하고 있는데 지들은 아주..
달라진 게 있다면 손에 써니의 전화번호 메모지 들려 있다.
그때, 전등 스위치 탁 켜지며,
덕화 : 아우 캄캄해 죽겠네. 뭐하세요?
도깨비 : 너 아직도 그러고 있냐?
저승 : 나가. 둘 다.
덕화 : (도깨비에게) 끝방삼촌 왜 저래? 무슨 일 있어?
도깨비 : 딱 여자 생각하는 얼굴인데..
저승 : (헉! 놀라) 내가 뭐! 뭐가! 어디가! (하는데 손 안에 있던 메모지 툭 떨어뜨리고)
덕화 : (냉큼 메모지 주워 들고) 이게 그 여자 전화번혼가 봐. 오 입술.
저승 : 내놔. 말로 할 때.
덕화 : 삼촌. 이 입술자국에 뽀뽀 해봤어 안 해봤어. 솔직히.
저승 : 너 나 좀 따라와야겠다. 좋은 덴 아닐 거야.
덕화 : (도깨비에게 구원 요청) 사, 삼촌..!
도깨비 : 신호 간다.
저승 : !!! (돌아보면)
도깨비 : (저승 핸드폰으로 써니 번호 눌러 전화 걸고 있다)
저승 : 야! 하지 마!
도깨비 : 안 걸 거면 왜 받아 와.
저승 : 인간처럼 보이려고! 언젠가 전화 할지도 모르니까!
도깨비 : 지금이 그 언젠가야.
곧이어 수화기 너머 달칵, 받는 소리 들린다.
써니F : 여보세요?
도깨비 : (핸드폰 내밀며) 인간처럼. 얼른.
헉!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다급했던 저승, 확 시간을 멈춰버린다.
시곗바늘 멈추고, 떨어지던 식탁의 꽃잎도, 움직이던 덕화도, 도깨비도 다 멈춘다.
저승 : 흠, 흠. (목 가다듬고) “안녕하세요 저는”, 아 아니야. 별로야. 좀 나쁘게 나가볼까?
“뭐해? 내 목소리 몰라? 잊을 만한 목소리가 아닌데.” 아 너무 나갔나. (톤 다르게)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도깨비E : 난 세 번째. (흉내) 여보세요~
저승 헉! 보면, 도깨비 팔짱 끼고 그런 저승 같잖게 보고 있다.
저승 : 너 다 듣고 있었어? 너 왜 이거 안 걸려!
도깨비 : 멋있지? 신기하지? 전화나 받어. (하더니 멈춘 덕화 입에 식탁 위의 빵 한 개 턱! 물리며) 이건 나도 할 수 있거든.
도깨비, 저승이 멈춘 시간 탁 풀면, 멈춘 시곗바늘 틱틱 돌아가고...
덕화 : (뭐라 말하려는데 입에 빵 가득, !!! 이거 뭐지? 이거 뭐야 멘붕인데)
저승 : (목소리 쫙 깔고) 여보세요.
S#52. 치킨 집 (밤)
써니 : 전화를.. 할 줄 아네요? 못하는 줄. 아니면 손가락 부러졌거나.
저승F : 배웠습니다. 손가락은 안 부러졌구요. 걱정 감사합니다.
써니 : 허.. 제 번호가 거기 있긴 있었네요?
/저승 : 네. 번호분 여기 잘..
써니 : 기다렸어요. 연락.
/저승 : 아, 네.
써니 : ??
/저승 : (그저 가만히..)
써니 : (뭐 이런!) 아, 네. 다음에 뭐 더 없어요? 하실 말씀 더 있지 않나요?
저승F : 예를 들면..
써니 :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 만나야 제일 편하겠냐. 뭐 그런 거?
저승F :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가 편하시죠?
써니 : 아침에 만나서 저녁에 헤어지는 게 저는 제일 편하죠.
S#53. 도깨비 집 앞 (다른 날 낮)
화려한 옷차림의 덕화, 뒤로는 저승 걸어 나오며 선글라스 쓴다.
저승, 최고급 수트 차려 입고 한껏 멋 냈다.
저승 : 인간처럼 보여야 하니 걸어가자.
덕화 : (띠딕- 리모컨 눌러 차문 열고는) 타시죠. 인간이면 인천까지 걸어서 못 갑니다.
저승 : 아..
S#54. 도깨비 집/ 거실 (낮)
은탁, 주방에서 수분음료 마시고 나오다, 도깨비, 방에서 나오다 딱 시선 마주친 두 사람!
>>인서트 플래시 백
도깨비 : 여기 있잖아 남친!
은탁 : 여기 어디요!
도깨비 : 여기! 니 앞에! 나!
/다시, 현재
은탁 : (괜히 화끈) 앞에 계서서 깜짝 놀랐, 목이 말라서, 전 그, 알바 가야해서. (시선 피하며 계단 올라가는데)
도깨비 : 지은탁.
은탁 : (바로 돌아보며) 네?
도깨비 : 어?
은탁 : 방금 부르셨잖아요.
도깨비 : 내가?
은탁 : 네.
도깨비 : 왜?
은탁 : 그니까요. 왜요?
도깨비 : ! (빤히 보다가) 어색해서.
은탁 : 저두요. 히. 그럼 제가 자연스럽게 배고프다고 할까요?
도깨비 : 그럴래? 그럼 내가 자연스럽게 소 먹을래? 해볼게.
은탁 : (또 빙긋) 금방 코트만 입고 나올게요. 아저씨도 옷 입으세요. (방으로)
도깨비 : (바로 일각의 외투 염력으로 휙 당겨서 들고 입으며, 은탁 방 향해) 난 다 입었어!
S#55. 캐나다/ 레스토랑 (낮)
문 열고 들어오는 도깨비 뒤따라 들어오는 은탁, 힉 좋아서 손으로 입 가린다. 캐나다의 레스토랑인 것이다.
은탁 : 오 나 이 집 두 번째야. 이러다 단골집 되겠네. 그때 우리 저기 앉았는데.
도깨비 따라가는데, 그때 트레이 든 웨이터(캐나다인) “(영)어서 오세요.”하며 스쳐 지나가고,
웨이터가 가렸던 시야가 트이자마자 눈앞에 좀 전과는 약간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레스토랑의 10년 뒤 풍경이다!!!
/-1. (플래시 포워드) 캐나다/ 레스토랑 (낮)
유니폼 입은 웨이터의 뒷모습 보이고, 나이 들어 있다. 어느 테이블에 물 리필해 주는데..
앉아 있는 사람, 29살의 단발머리 은탁이다! 혼자 자리 잡고 앉아 통화하고 있다.
은탁 : 그니까요. 뭐 외국엘 와봤어야죠.
써니F : 그니까 하필 아홉수에 뭔 해외야. 나 스물아홉 땐 집 앞 슈퍼도 안 나갔어.
은탁 : 진짜요? (하며 고개 돌려 올려다보며 웨이터에게) 땡큐.
하는데, 은탁의 목 뒤에, 낙인 없이 깨끗하다!!
써니F : 어. 약속이 없어서.
은탁 : (풉) 저 그래도 외국 처음 온 사람 안 같게 엄청 잘 다녔어요. 조금 헤매고 밥도 안 굶고요. 소 한 덩이 크게 먹을게요.
(소근) 저 어떤 남자랑 멋진 레스토랑 왔거든요.
써니F : 레스토랑이 멋지면 어떡해. 남자가 멋져야지. 졸려. 끊어.
은탁 : 하하. 네. 주무세요. (끊고, 일각 보더니, 누군가 향해) 대표님 여기요.
(누군가 향해 활짝 웃으면, 마주 앉는 듯 끝까지 시선 봐준다)
/-2. 다시, 현재
10년 후 미래의 은탁이 보던 시선 끝에 딱 앉아 있는 현재의 도깨비.
카메라 팬 하면, 은탁(19세)과 마주 앉아 있고. 은탁은 메뉴판 신중히 보는 중이다.
도깨비, 그제야 그것이 10년 후의 은탁 모습이라는 걸 깨닫는다!!
도깨비 : !!!!
은탁 : (여전히 고개 숙이고 메뉴판 보고 있고)
도깨비NA : (그런 은탁 보며) 스물아홉의 너는, 계속 환하구나. 하지만 니 옆에... 나는 없구나. 나의 생은 결국.. 불멸을 끝냈구나.
내 죽음 뒤에, 그 시간의 뒤에 앉아있는 너는, 내가 사라진 너의 생은, 나를 잊고 완벽히, 완성 되었구나.
/(1부) 바닷가. 메밀꽃 든 은탁과 마주 보고 있는 도깨비, 지워지고.
/(1부) “사랑해요.” 방긋 웃는 은탁과 마주보고 있는 도깨비, 지워지고
/(3부) 도깨비 향해 검 가리키고 있는 은탁에서 도깨비, 지워지고
/(4부) 캐나다 분수대 앞, 도깨비 향해 달려오는 은탁에서 도깨비, 지워지고
/(NEW 5부) “아저씨 나 사랑해요?” 묻는 은탁에서 도깨비, 지워지고 마지막으로,
/도깨비 : 나는 사라져야겠다.. 예쁘게 웃는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여기서도 도깨비 사라지고...)
도깨비 : 결국 나는, (사이) 그 선택을 했구나.
은탁 : ??? (메뉴판 보다가 고개 드는데)
그런 은탁 보는 도깨비에서, 다시 한 번 카메라 팬하면,
내가 아닌 누군가를 보며 미소 짓는 29살의 은탁과, 현재의 도깨비가 투샷으로,
그런 둘 사이에 놓인 슬픈 운명 읽히면서, NEW 5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