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찰제가 아닌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의 가격 흥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한국도 80년대 중반까지는 정찰제를 실시하지 않는 상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정찰제죠.
어렸을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이나 상점에 가서 (그 당시 품질 좋은 옷을 파는 가게를 '양품점'이라고들 불렀더랬죠.)
한 푼 두 푼 깎는 엄마의 흥정 장면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요새 한국은 그런 가게가 거의 없습니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한국인은 이제 가격 흥정의 능력을 많이 상실했다는 말도 된답니다.
그럼, 그런 '고무줄 가격' = '바가지 가격' 을 어디서 볼 수 있나?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 (흔히들 제3세계라고 부르죠?) 을 비롯하여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유명 관광지와 남미 및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 들입니다. (우와~ 많기도 하넹.)
오늘의 미션~~!!!!!!!!!!!
여러분이 여행을 할 때!!!!!!! 소비자가 상인을 못 믿고, 상인이 소비자를 못 믿는 안타까운 상황 가운데,
어떻게 하면 상인이 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선에서 우리가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가지고 오는가 입니다.
부당한 폭리는 가라!!!!!
우리집 큰 아들이 요즘 바이올린을 배웁니다.
제가 약 3년 정도 가르치다가 아들의 실력이 저의 한계를 초월하길래 모로코 오케스트라에 속해 있는 바이올린 주자에게 배웁니다.
2/4 사이즈의 악기를 사용해 왔는데 아이가 성장해선지 선생님이 악기를 바꿔주라고 하더군요.
어~ 악기를 바꾸려면 한국엘 가야 하는데... 아직 한국 갈 시기는 아니고...
난처하더군요.
우리는 매년 여름마다 한국에 갑니다.
그래서 아이들 악기를 한국에 갈 때마다 하나씩 사왔더랍니다.
이번에도 여름에 한국에 가서 악기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의 요구를 묵살하고 어떻게든 여름까지 작은 악기로 버텨 보려고 했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악기를 바꿔주는 것이 아이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카사블랑카에 단 하나 있는 악기점을 수소문해서 찾아 갔습니다.
악기점은 구시가지 메디나(아랍어로 '도시'란 뜻)안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가게 규모는 작은데 없는 악기가 없더군요. 클래식 악기부터 시작해 대중음악 악기까지...
제가 좋아하는 스페인식 만돌린과 아프리카식 북도 있더군요.
아무튼 저는 3/4 사이즈의 바이올린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점원은 다양한 가격대의 악기들을 가져왔습니다.
이 것 저 것 만져 보면서 가장 소리가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골라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점원은, "이 악기는 이탈리아제라서 좀 비싼데요." 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일러주는 가격에 저는 놀라서 자빠질뻔 했습니다.
얼마였는지 아십니까?
450 디람 (한화로 약 7만원) 이었습니다.
연습용 바이올린을 사려면 최하 20 만원은 생각해야 하는 한국에 비해 너무나도 싼 가격이었습니다.
이렇게 싼 가격에 품질도 우수하고... (혹시 그 점원이 가격을 잘못 알았나?)
하지만 이 시점에서 주의할 것 하나~!!!
싸다고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말자.
450 디람을 부르길래 우리는 400 디람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가격은 420 디람에 낙찰되었습니다.
상점에 가서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그 물건의 가격을 정확하게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정찰제를 실시하지 않는 가게에서, 주인이 물건 값을 얼마나 뻥~칠 것인가를 가늠하며 잔머리를 돌리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속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 물건 사는 사람의 명예일진대 그 <명예>란 것을 찾으려고 하는 행위는 어둠 속을 더듬거나 안개 속을 헤매는 행동과 똑같답니다.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님에 비해, 물건의 값어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주인은 절대 답답하거나 불편하지 않습니다.
물건의 정확한 가격은 비밀로 봉해진 채 손님들에게는 영영 알려지지 않죠.
그래서 흥정을 할 때면 왠지 모를 생생한 긴장감과 신비까지 느끼게 된답니다.
오직 주인만이 사람들이 얼마만큼 비밀에 근접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을 지키는 자신의 초연함이 손님으로부터 강탈당하는 위협을 피하는 방법을 탁월하게 꿰고 있습니다.
근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난해한 수수께끼같은 물건의 가격을 손님만 모르는 게 아니고 주인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부르는 값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죠.
상황에 따라 다르고 구매자에 따라 다르며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일주일의 어느 날이냐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때론 주인도 물건의 가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영~ 오리무중일 때가 있다는 거죠.
그럼 부르는 가격에서 얼마를 깎아야 하나?
어떤 사람은 가격의 30%만 내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 생각엔 50% 정도를 깎으면 된다고 봅니다.
물론 어떤 주인은 너무나도 단호해서 10%의 에누리도 없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런데 여기서 주의사항~!!!!
절반 값을 내고 싶다면 처음 제시하는 가격을 절반 값으로 부르면 절대로 그 가격에 살 수 없답니다.
예를 들어 주인이 천원을 불렀을 경우, 내가 5백원만 내고 싶다고 칩시다.
그 때, "이거 5백원에 주세요~!" 라고 하면 절때~~~~루 안된다는 거죠.
주인 : 이거 천원임돠.
손님 : 5백원에 줘요.
주인 : 그럼 8백원만 내요. <------ 이렇게 된다는 겁니다.
주인 : 이거 천원임돠.
손님 : 에이.... 3백원이면 충분하겠는걸요.
주인 : 참나... 적어도 5백원은 주셔야죠!! <------ 이렇게 흥정을 해야~~!! ^^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일상적인 나라들에선 물건을 사면서 흥정하는 일이 고도의 기술일 까닭이 없습니다.
아무튼... 발품 팔아서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죠.
요약하면...
그 물건이 꼭 필요하다는 인상을 주지 마라.
싸다고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마라.
할인해 달라고 요청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의 조금 밑에서부터 시작하라.
한번 흥정하다 돌아선 가게에 다시 갈 경우는 거의 가격을 깎을 수 없다.
끝까지 주인이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가격 만큼의 돈을 꺼내 주인의 손에 쥐어주라. (돈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 녹는 법~!!)
흥정이 좀처럼 종결되지 않을 경우, 지는척 하고 상인의 체면을 세워주라.
< 이상!!!!! 여행하면서 쇼핑할 때 가격을 흥정하는 것에 대한 여러 생각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