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개념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24절기의 과학성은 농사라는 대다수 직업을 잘 수행하기 위한 달력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각 절기마다 준비하고 미리 해놓아야 하는 일들을 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소득보다는 미래의 결과를 얻게 하는 시간의 배분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소득을 미리 예측, 대비하는 년중계획표 같은 것입니다.
동물들은 시간개념이 현재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행동도 과거를 반영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런 시간개념은 현재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사항을 유전자코드로 프로그램화한 결과입니다. 하등동물일수록 생존에 필요한 전략들을 쉽게 유전자 프로그램으로 진화시키는 속도가 빠릅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는지 우리는 고스란히 지켜 보았습니다. 숙주(코로나 숙주는 인간이었습니다)의 대응에 따라 자신의 생존전략을 후다닥 바꾸곤 했던 이 바이러스들은 지금도 진화 중입니다.
인간은 유전자 자체가 복잡하기에 진화속도는 느리지만, 세상에 대비하고 꿰뚫어보는 뇌의 진화는 가장 뛰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개념을 정형화하고, 미래 대비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에 늘 많은 것을 투자하는 사회적 행태 등이 그걸 잘 말해줍니다. 거기에다 상황에 따른 융통성있는 사고체계는 유전자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유연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 즉 '뿌린대로 거두리라' '심는대로 거둔다' '사필귀정 事必歸正' '인과응보 因果應報' 등 시간과 시간은 서로 맞물려서 돌아간다는 것을, 유전자가 시켜서 하지않습니다. 인간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가 되어서 각자의 상황에 맞춰 융통성있게 시간개념을 활용하게 되어있습니다.
전두엽의 중요한 역할로 규정하는 '계획성'이란 바로 시간개념의 반영없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침 8시까지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시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하고, 아침 9시에 밥을 주려면 적어도 8시부터는 준비를 해야합니다. 밥을 해주려면 그 전에 장을 보아둔 식재료들이 있어야 하고, 며칠 만에 장에 간다면 며칠먹을 분량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모두다 과거 시간의 준비성과 대비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기에 현재가 어렵다면 과거에 대비가 미약했음을 말해줍니다. 물론 대비를 했더라도 예측가능한 혹은 예측불가의 돌발변수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변수예측도 과거에 반영되어야 현재가 빛나게 됩니다.
과거-현재-미래의 연관성을 예측하고 현재에 반영하는 계획성은 분명 전두엽의 몫이지만 시간개념 자체는 모든 뇌가 동원되어야지만 가능해집니다. 자폐스펙트럼 단계에서는 아예 시간개념이 수동적이고 현재만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DHD단계에서도 아직 뇌의 많은 부분이 회복을 요하기에 시간관리라는 측면이 매우 약하게 됩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시간개념과 인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움직여주어야 하는 뇌영역별 기능을 색깔별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얼핏 보아도 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데요, 시간개념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연관성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장단기 시간인식부터 기억력, 계획성 등 모든 영역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니 시간에 대한 수동적 태도 (시간별로 해야할 일에 대한 지시를 하고 잔소리를 해야 그 시간에 맞는 행동을 시작하는 것)를 벗어나 스스로 시간을 인식하고 해야할 일을 예측하거나 준비하는 것을 위해서는 뇌전체가 깨어나야 합니다. 전두엽은 시간의 계획성을 책임지지만 다른 영역의 도움없이는 마무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좋아지고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시간 강박이나 상동행동에 흔히 사로잡히게 되어있습니다. 태균이가 전형적인 이 단계입니다. 시간강박이 철저해서 주간보호센터에 9시까지 가기 위해서 몇 시에 아침밥을 먹어야 하고, 그 정해진 시간에 아침밥을 먹기위해서는 엄마가 적어도 7시부터는 준비해야 한다, 이런 시간인식이 강박적이다보니 7시에 주방 앞에 서지않으면 엄마를 계속 괴롭힙니다.
밥먹으라고 할 때 그저 달려나오는 준이는 이런 시간인식은 아직 없기에 오로지 현재만 있는 듯한 행동이 대부분입니다. 요즘들어 요일개념을 조금씩 생겨가는 듯 해서 시간인식과 개념에는 시각정보처리 기능의 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해갑니다.
태균이는 어릴 때부터 하루 시간과 요일, 일주일과 한달 등의 개념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자신의 행동에 반영했기에 이런 인식의 차이는 결국 시각정보 처리 감각뇌신경이 시간개념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현재만 살아가는 뇌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행동의 자율성, 준비성, 계획성 등의 개념이 생기게 됩니다. 말이 아닌 본다는 것에 의존한 감각체계가 인간사고와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데이터연구는 차고 넘칩니다.
전두엽의 계획성이란 중대한 임무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시각정보 처리의 문제부터 개선해가야 한다는 것을 자폐증 단계에서는 교과서로 삼아야 합니다. 계획성에는 시간인식 개념이 필수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세상의 정보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감각체계에서 시간강박에 빠진 아이들은 그래서 희망이 많습니다. 그렇게라도 자신이 인식하는 시간개념 속에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정해보려는 가상한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많은 자폐아이들을 보았지만 시간강박적 모습을 보인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ADHD단계에서는 강박은 벗어나 있지만 아예 시간개념을 무시하는 생활태도가 역력합니다. 전두엽의 계획성이란 부분이 아직 제대로 가동을 못하기에 시간의 체계성을 놓치곤 합니다. 시간배분에 관해서는 상당히 수동적이고 관여가 많이 필요함에도, 이미 자기자신이 선호하는 활동에 대한 자아개념이 커져있기에 이 중간을 통제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렇게 시간개념과 인식의 부족함을 메꿔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도파민 보충입니다. 시간개념에 따른 계획성이란 측두엽과 전두엽 사이의 보상체계라는 통로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보상체계의 통로는 바로 뇌 속의 도파민 통로입니다. 전두엽 가동에 도파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수없이 많이 다뤘습니다.
시간개념과 인식없이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저 현재만을 살아가는 태도는 어떤 사회적 활동에 대한 자율성도, 계획성도, 보상에의 기쁨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이의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꼭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될 것입니다.
첫댓글 뇌가 넘 신비로와서 공부해도 그저 그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