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에서 순절한 호남의병들 - 남원의 황진장군!

[관광정보센타]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 2부 임진왜란과 호남 사람들 57. 진주성에서 순절한 호남 의병들(3) - 황진, 장윤, 고득뢰

이름도 흔적도 없이 싸우다 산화 황진과 함께 송제·정명세·양응원 등 순절

활쏘기 등 무예 출중한 충신·의사로 활동

황진 장군을 만나러 남원 정충사(旌忠祠)를 간다. 정충사는 남원시 주생면 정송리에 있다. 이곳에는 진주성 순성장 황진과 전라우의병장 최경회의 부장 고득뢰, 1592년 7월초 금산전투에서 고경명과 함께 순절한 안영의 신위가 있다. 사당 뒤에는 황진 장군의 묘가 있다. 묘 앞에서 재배를 했다. 그리고 황진의 충절을 추모했다.

무민공 황진(武愍公 黃進 1550∼1593). 그는 세종 때 영의정을 한 청백리 황희의 5대손으로 1576년 무과에 급제해 선전관에 임명됐다. 그 뒤 거산도 찰방을 하고, 통신사 황윤길의 무관이 돼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에 갔을 때 왜적이 반드시 전쟁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고 쌈지 돈을 털어 보검 한 쌍을 사가지고 돌아와 말하기를, “머지않아 적이 올 텐데 이 칼을 쓰리라” 했다.

이후 동복 현감으로 있을 적에 왜란에 대비해 무예 단련에 열중했다. 집무가 끝나고 나면 갑옷을 입고 말을 달리면서 혹은 뛰어넘기도 하고 위로 솟구치기도 하며 용맹을 익혔다. 1592년 7월 이치의 승첩에서도 그가 제일 공이 컸다. 이 공로로 그는 익산군수 겸 충청도조방장이 된다. 1593년 3월에 충청도 병마절도사가 돼 진을 안성으로 옮겼다. 이 때 적장 후쿠시마가 안성을 탈취하고자 죽산성을 나와 안성으로 진군했다. 황진은 왜군과 접전해 죽산성을 점령했으며, 퇴각하는 왜군을 상주까지 추격해 대파했다. 6월에 10만명의 왜군이 진주를 공략하자 창의사 김천일, 경상우병사 최경회와 함께 진주성으로 들어갔다.

황진이 진주성으로 들어올 때 의병장 곽재우가 만류해 말하기를, “진주는 고립된 성이기 때문에 지킬 수 없고 더구나 충청병사는 진주성 수비와 직접 관계가 없으니 진주성에서 물러나시오” 했다.

황진은 곽재우에게, “비록 그렇다 하나, 나는 이미 창의사 김천일과 더불어 약속을 했으니 저버릴 수 없다”고 답했다. 곽재우는 그 뜻을 돌리지 못할 것을 알고 술잔을 잡고 서로 이별했다.

황진은 순성장으로 진주성을 굳게 지키며 9일간이나 싸우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진주성이 함락되기 하루 전에 전사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황진의 전사 소식을 듣고 통곡하길, “황진이 이미 죽었으니 나랏일이 어긋나게 됐다” 했다.

황진 장군을 기리다가 '호남절의록' 책에서 황진과 함께 순절한 사람들을 찾았다. 당진현감 송제, 해미현감 정명세, 소제, 양응원, 김사종·김언종 형제, 박흥남·박기수 형제 등이다.

당진현감 송제는 고흥사람으로 임진왜란 때 의주까지 임금을 모셨는데, 재상 이덕형이 명나라에 가면서 그를 종사관으로 삼았다. 1593년에 그는 당진현감이었는데 격문을 호서에 보내 군사 200명을 이끌고 황진을 따랐다. 그는 표의장 심우신과 같이 동문을 지켰는데 마침내 성이 함락되고 적들이 떼로 몰려와 왜적에게 잡혔다. 왜장 가토가 그를 굴복시키려 하니 그는 꾸짖으며 “너는 비록 왜놈일지라도 당나라의 허원과 장순 이야기를 듣지 못했느냐? 내 목은 벨 수 있어도 무릎은 꿀릴 수 없다”했다. 당나라 허원과 장순은 현종 시절 안녹산의 난 때 수양성을 지키다가 순절한 충신이다. 왜적들은 송제를 어지러이 칼로 쳐서 협박했으나 굴복하지 않자 마침내 목을 베었다. 그가 죽은 후에 왜군은 그의 시신에 ‘조선 의사 송제’라고 팻말을 붙여줬다. 갸륵하다. 충신 송제여!

해미현감 정명세는 장흥 출신으로 송천 양응정 문하인데, 1573년에 문과에 급제했다. 임진왜란 때 호서의병장이 돼 아산·평택 사이에 병력을 주둔시켜 왜적의 길을 막고 많은 전과를 올려 조방장이 됐다. 1593년에 황진과 함께 진주성에 들어가 왜적과 싸웠으나 힘이 다해 송제와 함께 적에게 잡혔다. 그 또한 눈을 부릅뜨고 적을 꾸짖다 죽었다. 이 또한 의사로다. 정명세여!

남원 출신 소제는 운량장인 형 소황과 함께 황진의 막하에서 일하다가 이치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진주성에 황진과 함께 들어가 싸웠는데 이마에 총을 맞고 순절했다.

곡성 출신 양응원은 활쏘기와 말 타기를 잘했다. 임진왜란 때 장사 수십 명과 장검을 모아 황진을 따라 이치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진주성 싸움에서도 사졸보다 앞장서 왜적을 많이 죽였다. 황진이 죽자 몸을 안 아끼고 독전하던 중 탄환에 맞아 죽었다.

남원 출신 김사종·김언종 형제도 황진을 따라 싸우다가 진주성에서 죽었고, 이치전투에서 공을 세운 남원 사람 박흥남·박기수 형제도 순절했다.

황진 묘소에서 황진과 함께 순절한 이들을 추모하다가, 황진 후임으로 순성장을 한 장윤이 생각났다. 전라좌의병장 임계영의 부장인 장윤은 전라우의병장 최경회와 함께 1592년 10월부터 1593년 4월까지 성주·개령·선산·의령 등의 왜적들을 소탕해 큰 전공을 세웠다. 이 공로로 최경회는 경상우병사가 됐고 장윤은 사천현감이 된다.

진주성 싸움이 8일째 되던 6월28일에 황진이 죽자 장윤이 순성장이 된다. 장윤은 용맹하기로 소문난 장수였는데 명망이 황진 다음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장윤마저 분전 중에 탄환에 맞아 죽는다.

1593년 6월1일자 선조수정실록에는 장윤의 졸기가 적혀 있다.

장윤은 순천 사람으로 무과에 올랐다. 임진왜란 초에 임계영을 따라 군사를 일으키고 부장이 됐는데, 호령이 공정하고 분명해 사졸들이 즐겨 따랐으므로 임계영이 군사의 일을 모두 그에게 위임시켰다. 그러다가 진주성에 들어가게 됐는데, 서예원이 목사로 있으면서 항시 탈출하려고만 하므로 인심이 분개했다. 김천일이 장윤으로 서예원의 임무를 대신하게 하자 성안이 비로소 지킬 뜻을 견고히 했다. 그가 지킨 땅은 적이 감히 침범하지 못했는데, 장윤이 죽자 군사들이 믿을 곳이 없어 성이 함락됐다.

장윤과 함께 순절한 사람들은 보성사람 남응개, 김대민과 김신민이다. 남응개는 무과에 급제하고 전라좌의병장 임계영을 따라 여러 차례 전투를 해 공을 세웠는데 진주성에 들어가 순절했다. 김대민과 그의 사촌동생 김신민도 진주성에서 죽었다.

한편 정충사에는 전라우의병장 최경회의 부장 고득뢰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고득뢰는 어려서부터 무예가 출중하고 경서와 글씨에 뛰어났다. 1577년에 무과에 급제하고, 어란만호와 방답첨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모친상을 당해 고향인 남원에 있었는데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라우의병장 최경회 휘하의 부장이 돼 장수·무주·금산 등지에서 왜병과 맞서 싸웠다. 그 공로로 평창군수에 임명됐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마중 나온 향리들이 강원도 평창은 외진 곳으로 난을 피하기 적합한 곳이라고 역설했으나, 고득뢰는 나라가 위급하므로 편안함을 취하지 않겠다고 거절하고 의병의 부장으로 계속 왜적과 싸웠다. 1593년 6월에 진주성이 위급하자 그는 최경회와 함께 성을 지키다가 순절했다.

어찌, 이들 뿐이랴! 이름 없이 흔적도 없이 진주성에서 쓰러진 호남의병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 무명용사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추모한다.

                                                                                       김세곤 (역사인물 기행작가,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

[부영]

머리숙여 추모합니다..꾸벅............_()_

[dragon]

다시 한 번 가봐야 겠네요 ~~ 공부한지가 오래 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