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나였지만(?) 2003년 후반기는 여러모로 가라앉는 모드였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고, 자극이 필요한 시점. 그런 와중에 친구가 던졌다. "인도 갈래?'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이리도 빨리 기회가 올줄... 갈팡질팡 하고 있을때, 엄마는 무조건 가라고 떼밀었다. 한달 간의 휴가를 얻고, 열심히 인도 책자를 공부하고.. 누가 그랬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학교 답사때의 무의미한 여행을 다시는 되풀이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나름대로 진지한 준비과정을 거쳐 스물아홉의 둘째날 이른 아침.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싱가폴을 경유해 15시간 걸려 인도에 도착했다. 그 중 하늘에 떠 있었던 시간이 10시간. 다짐했다. 앞으로 2시간 이내의 비행거리 아니면 가지 말자고.. 어찌도 길고 지루하던지.....
사실 인도에 기대나 희망을 갖고 떠난건 아니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명상과 깨달음의 나라? 글쎄....난 그런 기대는 없었다. 단지....가서 내가 낯선 이방인이 되어 실컷 떠돌아 보는 거..뭐 그정도의 기대..
비행기에서 시계를 맞추었다. 인도가 우리보다 3시간 30분이 느리다니까... 시계를 뒤로 돌리며, 문득 비행기가 타임머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을 3시간 30분 거슬러 올라가는 거 아냐? ㅋㅋ 재밌군..
딱딱하게 굳어버린 엉덩이를 부여잡고 어둠이 깔린 인도 델리 공항에 내렸다. 크헉!!! 과연 수도의 국제 공항인지 아님 화물 터미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름한 공항. 더군다나 엄청난 스모그로 공항 실내까지 매캐한 안개가 그득했다. 인도는 이제 막 도착한 나에게 확연히 새롭고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준비해간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버스로 이동하는 100여m의 짧은 구간에서도 목이 칼칼했다. 더욱 깨는 한마디. 공항 화장실에 갔다온 친구 왈, "화장실에서도 카레 냄새 나." 헉~~
숙소를 잡기 위해 빠하르간지의 메인 바자르(바자르는 인도의 재래 시장이라고 보면 됩니다)로 왔다. 바자르 입구에는 숄과 담요를 뒤집어쓰고 노숙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어둡고, 각종 지린내가 코를 찌르고,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고, 또 그 쓰레기를 헤치는 소와 피부병 걸린 개들....누가 인도의 길거리에 소가 있다고만 얘기 했을까? 내가 본 바로는 개가 훨씬 더 많은데...것두 피부병 걸린 개들..털이 숭숭 다 빠지고, 꼬리가 잘리고, 심지어 눈알도 파인 개....어떤 짐승이건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인도 사람 역시 어느 누구 하나 길거리 짐승을 신경쓰거나 터치하지 않았다. 그야 말로 인간과 동물이 일체되어 어우러져 사는 곳이었다..(내가 본 황당한 광경 중의 하나는 바라나시에서 사람과 개와 소가 함께 모닥불을 쬐고 앉아 있는것. 어찌나 웃기던지.....쩝)
여기저기 흥정하다 결국 225Rs(루피, 인도 돈의 단위. 10루피가 약 300원 정도??)에 그나마 나아 보이는 숙소를 잡았다. 숙소 내부는 우리나라 여인숙 정도라 해야 하나?(여인숙을 가보지 않았으나, 아마 이런 분위기 일거라는 나의 추측..ㅋㅋㅋ)
인도의 숙소는 크게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이다. 그런데 인도 호텔을 우리나라 호텔수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 최고급 호텔도 호텔(참고로 인도 최고급 호텔은 뭄바이에 있는 타즈마할 호텔...인도 최고의 재벌 타타그룹에서 운영중인데, 이건 우리나라 호텔에 버금감. 나는 밖에서 구경만 했음. 아! 화장실과 서점은 이용했다.), 여인숙 보다 못해도 호텔,,,,,뭐~~이런 개념. 게스트 하우스도 마찬가지 수준. 그러니까 호텔이라는 간판에 지레 기죽을 필요는 없단 말씀.
스타 팰리스 호텔에 들었는데 워낙 내부 환경이 열악해 난 금세 우울해 졌다. 찬 시멘트 벽과 바닥. 떨렁 있는 침대. 몸하나 돌릴 틈 없는 화장실. 사실 똑바로 앉아서 용변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흔히들 인도가 따뜻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겨울은 인도도 마찬가지로 겨울이다. 중인도 밑으로는 반팔이 가능하나 델리가 있는 북인도는 우리나라 늦가을~초겨울 정도의 날씨였다. 사실 기온 자체는 많이 춥지 않으나, 겨울이 워낙 짧아(추운 기간이 길어야 한달 반??) 인도에는 난방 시설이란게 없다. 그러니 모든 숙소가 냉랭하고 썰렁하다. 체감 기온이 엄청나게 추울 수 밖에.
춥고 낯설고 열악한 호텔방에서 짐을 풀며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밀려왔다. 덥석 와버린 인도!!! 앞으로의 여정이 어떨런지......... 모든 편견을 없애고 대하려 다짐했건만... 현재로선 어려울 듯 싶다. 호텔로 오는 길에 마주친 낯선 외모의 인도인들... 내 허벅지에 슥 와닿는 손길....얼결에 당한 일이라 소리도 못 질렀는데...
그래도 이상한 건 사람들이 순박하게 느껴진다는 거였다. (아직은 좀 두렵지만..) 그나마의 위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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