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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테리아로 하드 드라이브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FreeImage |
리즈대 연구팀은 생물들의 본능인 ‘방향성’을 이번 연구에 접목했다. 생물들은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해 움직이는 방향을 정하고, 생존에 알맞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면서 번성하는데, 식물의 경우는 햇빛과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에 의지하여 가지를 치고 뿌리를 내리며 철새는 태양과 별자리를 이정표 삼아서 이동한다.
박테리아와 곰팡이 같은 미생물들도 나름대로 위치를 찾아 이동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 자성(magnetic)을 가진 마그네틱 박테리아는 지구의 자기장을 나침판 삼아서 움직인다. 이 박테리아는 철을 흡수하여 자성 나노 입자를 만들며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이러한 처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추출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자성패턴을 생성하는 것을 파악했다.
자성을 가진 박테리아
마그네틱 박테리아는 몸의 배 속에 나노 크기의 자석 입자를 가지고 있다. 깊은 바다 속에 사는 자석 박테리아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으면 까만 것이 나란히 배열된 것처럼 보이는데 바로 자석이다. 이것들은 철(Fe)로 구성된 산화물로서 100나노미터 정도의 아주 작은 나노자석이며 보통 자석처럼 S극과 N극을 가지고 있다. N극과 S극은 서로 잡아당기므로 여러 개의 나노자석이 'N-S-N-S……'로 연결돼 한 개의 긴 자석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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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성을 가진 박테리아 ⓒLeeds univ. |
이처럼 마그네틱 박테리아가 가진 나노자석 성질을 활용해 리즈대 연구팀을 포함한 일련의 과학자들이 정보 저장 용량을 현재보다 크게 늘리는 하드 드라이브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컴퓨터 정보를 저장하는 데 많은 자석이 쓰인다. 컴퓨터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정보저장 능력이 커진 하드 드라이브 제조 기술이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하드 드라이브의 정보 저장 용량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으며 그 결과 초창기에 커다란 방 하나를 차지하던 컴퓨터가 노트북만큼 작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소재의 자석 성질을 개선하는 연구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하드 드라이브 면적이 넓으면 그만큼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런데 하드 드라이브는 계속 작아지고 있어서 더 우수한 자석 특성을 가진 소재가 필요하다. 부피가 작아져 여러 개의 자석이 섞여 있게 되면 자성분말들은 서로 강하게 엉겨 붙고 결국 자성 특성은 오히려 나빠지게 된다.
이에 반해 마그네틱 박테리아가 만드는 자성분말은 잘 정렬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합성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그네틱 박테리아는 각각 자성분말이 합성될 용기를 먼저 만들고 그 용기 안에서 자성분말을 합성하기 때문에 각각의 자성분말은 크기와 방향이 철저히 통제된 상태에서 합성되고 최상의 자기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하드 드라이브 용량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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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하드 용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ewSciencetist |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사라 스테니랜드(Sarah Staniland)는 먼저 화학물질로 금 표면을 체스판 모양으로 코팅시켰다. 그렇게 되면 체스판의 한쪽 사각형들은 단백질을 속박하고 다른 사각형들은 단백질을 거부하는 특성을 갖게 되는데, 거기에 자성생성 단백질을 바른 뒤 표면을 철 용액으로 코팅하자 단백질이 덮인 사각형들은 자성물질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연구팀이 만든 각각의 사각형은 폭이 약 200µm로 오늘날의 하드 드라이브와 비교했을 때 데이터를 저장하기에는 너무 크다. 이에 연구팀은 현재 개발된 수준보다 1천 배 정도 작은 나노 크기의 사각형들을 시험해 볼 계획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것은 현존하는 드라이브 밀도에 근접한 수준이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희망은 사각형마다 1개의 철 입자를 가진 하드 드라이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제곱인치당 1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대부분의 하드 드라이브 용량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출처 연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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