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에도 엘리사의 기적은 계속됩니다. 문둥병에 걸린 시리아의 군대장관 나아만이 엘리사를 찾아가 요단강물에 일곱 번 몸을 씻고 깨끗이 나았다는 이야기입니다. 14~15절을 보겠습니다.
14 그리하여 나아만은 하나님의 사람이 시킨 대로, 요단강으로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었다. 그러자 그의 살결이 어린 아이의 살결처럼 새 살로 돌아와, 깨끗하게 나았다.
15 나아만과 그의 모든 수행원이 하나님의 사람에게로 되돌아와, 엘리사 앞에 서서 말하였다. "이제야 나는 온 세계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디, 어른의 종인 제가 드리는 이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5장에서 열왕기 기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핵심 내용이 나아만의 신앙고백에 담겨있습니다. 이제야 나는 온 세계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는 이 신앙고백 말입니다. 열왕기 기자는, 그리고 최종편집자는,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도 나아만과 똑같은 신앙고백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설화를 채택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나아만이 답례로 드린 선물을 엘리사가 물리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의 종 게하시가 몰래 그를 좇아가 뇌물을 받아오고, 엘리사는 게하시에게 이런 예언을 내립니다. 25~27절을 보겠습니다.
25 그리고 그가 들어가서 주인 앞에 서자, 엘리사가 그에게 물었다. "게하시야, 어디를 갔다 오는 길이냐?" 그러자 그는 "어른의 종인 저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6 그러나 엘리사는 게하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너를 만나려고 수레에서 내릴 때에, 내 마음이 너와 함께 거기에 가 있지 않은 줄 알았느냐? 지금이 은을 받고 옷을 받고, 올리브기름과 포도나무와 양과 소와 남녀 종을 취할 때냐?
27 그러므로 나아만의 나병이 네게로 옮아갈 것이고, 네 자손도 영원히 그 병을 앓을 것이다." 게하시가 엘리사에게서 물러나오니, 나병에 걸려, 피부가 눈처럼 하얗게 되었다.
나아만이 앓던 나병이 게하시에게로 옮아가고 그의 자손도 영원히 그 병을 앓게 될 것이랍니다. 성서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진리의 말씀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 본문에서 또 한 번 확인합니다.
아비의 죄에 대한 벌을 후손에게 덧씌운다는 것이 얼마나 반인권적인 것인지를 본문의 기록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서를 비판적으로 읽지 않고 쓰여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은, 이삼천 년 전의 원시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