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후회 /김영미
우산을 잃어버렸다
비 그친 바람결
빼꼼 다가온 햇살에게 기우뚱
함께 한 기억을 접었다
삶의 모서리마다
방패가 되어준 너
상실은 실어증을 앓는다
비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
낯선 어깨를 감싸며 하나 된 널 생각하니
비척거리던 길이
온통 질투에 젖는다
초원을 달리던 둘만의 동심원에서
빗방울 *소타나로 나누던 교감
너무 가까워서 잊었던 소중한 옆지기
하늘은 천둥이 울리고
쫓기듯 사슴은 달린다
쏟아지는 화살을 맞고 나서
내 안으로 요동치는 후회
망각의 짧은 순간과
그리움의 교집합은 이별이다
*소타나: 스페인어로 성직자의 통상복, 법의(法衣) 또는 구타, 때리기, 주먹질
[시작 메모]
-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이 있다
비 예보가 있던 주말에 햇살 너머로 낭만을 즐기며 헤매다가,
구름 속엔 비가 있고 저물녘의 귀갓길이 있다는 걸 잊기도 한다.
때론 친구랑 수다 삼매경에 빠져서 남편의 전화를 받고서야 내가 주부란 걸 깨닫기도 한다.
’세월을 잘못 들른 사람들은 모두 망각의 약도를 갖고 있는 것일까.
가슴 속에 인화성 열망이 많아서일까?
망각의 시간 속에 계절을 풀어 놓고 살다 보니, 기억보다는 망각을 신뢰하는 나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거리의 행방들과 잠시 구름을 비집고 나온 햇살과 노닐다가,
잊은 게 아니라 건망증에 빠진 우산을 놓고 온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비가 오는 날, 아끼던 우산을 잃어버린 것을 후회하곤 한다.
가까워서 볼 수 없는 속눈썹처럼,
보이지 않아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부모님과 남편과 아내의 사랑을 망각 너머에 두고 사는 건 아닌지...
그 망각의 약도를 되짚어 본다.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5회] 뒤늦은 후회 (thegolftimes.co.kr)
첫댓글 고운글 감상합니다
김봉균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경기문협회의에서 만났던 거로 생각 합니다.
진달래작가님으로 기억합니다만,~^^
고맙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