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방해죄
며칠 여행에서 돌아오니 미수취 우편물 쪽지가 현관문에 붙어있다. 뭘까 했다. 대개의 우편물은 그냥 대문 앞 우편물함에 넣어 놓고 가는데 받는 사람이 없어 배달을 못 했으니 쪽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주면 다시 배달하겠다는 내용이다. 뭐길래, 얼마나 중요한 것이기에 이럴까 했지만, 짐작되는 바가 없다. 전화를 했고 수취인 확인 사인까지 해주고 받은 것은 ‘부산시 중구청 환경과’에서 보내온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구역 충전방해행위에 따른 처분사전통지>다. 동봉된 총천연색 과태료 발부 증명사진은 ‘전기차 충전용’ 주차 칸에 주차된 내 차가 똭 박혀있다. 너무 낯선데 또 너무 선명하다. 사진을 보고서야 “아~~! 거기가 전기차 충전 구역이었구나.” 했고 “내가 왜 저기에 주차했지?” 했다.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된다. “왜지? 왜 그랬지?”가 속으로 뇌일 뿐이다.
그날 캐나다서 오신 형님 내외를 태우고 젊은 시절 추억이 많은 광복동과 남포동을 가보자 했다. 가서 보니 예상했던 대로 주차할 곳이 마땅히 없어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눈에 띈 곳이 옛 미화당 뒤의 복층 건물주차장이었다. 어렵사리 차를 몰고 들어가니 곧장 2층으로 오르고 통로가 좁아 위에서 내려오는 차를 비켜준다고 한쪽으로 바짝 붙였는데 3층과 2층의 커버를 바로 돌아나오지를 못하고 몇 번을 꺾어서 내려왔다. 이러는 중에 어두컴컴한 귀퉁이 빈 자리가 보여 잘 됐다 하고 주차한 것이다. 순간에 든 생각은 위층으로 올라가면 내려올 때 저 차들처럼 몇 번씩 꺾기를 해야 하는데 여기 주차하면 저러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노?”했다.
이랬던 것이 ‘전기차 충전 구역’이었고 지금 받아 든 ‘충전방해 과태료 부과’다. 생판 처음 들어보는 ‘충전방해’라는 죄목에 과태금이 자그마치 10만 원이다. 의견제출기한 내 납부시 20% 감경해서 8만 원이란다. 그리고 이견이 있으면 의견제출 기한 내 첨부 용지에 작성해 제출하라고 했다. 스스로도 ‘전기차 충전구역’을 인지하지 못했던 터라 왜 그랬을까를 궁리해 본다. 증명사진에는 ‘충전구역’이 이렇게 환하고 내 차 또한 인물 좋게 확실히 찍혔는데 나는 왜 못 봤고 어두웠던 기억만 있을까? ㅎ 그랬다. 내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던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충전구역’을 인지 못 할 수가 있나 말이다. 이런 자기부정과 자기변명을 찾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차량의 주차금지 고지와 안내가 없었다는데 닿는다. 그리고 8만 원은 또 너무 많은 액수라 억울하다. 그러면 차라리 아무 데나 주차해서 주차위반 과태금을 무는 것이 훨씬 이득이지 않은가?
그래서 ‘수고가 많으십니다.’로 시작한 의견서로 저런 내용을 완곡하게 써서 보내며 끝엔 선처를 바란다고 선처한다면 손자와 손녀에게 책을 다섯 권이나 사 보내겠다고 했다. ㅋ 돌아온 답은 명백한 위반이라 봐 줄 수가 없단다. 고지와 안내를 제대로 안 한 관리 쪽의 의무 위반도 있다고 따지니 내가 못 봤을 뿐 다 적혀 있단다. 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과태금이 너무 많으니 차라리 주차를 잘 못한 주차위반이 맞지 않냐고, ‘주차위반’으로 부과해달라고 하니 담당이 그 말도 맞기는 한데 자기네는 환경과라 ‘충전방해’만 부과하고 주차위반은 교통과에서 하는 일이라 자기들이 할 수 없단다. 그러면서 “아버님, 사정 봐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자진 기간 내에 납부하셔서 조금이라도 감경받으세요,”하고 정말 미안한 목소리를 전한다. “아~ C! 벌금을 물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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