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밭의 풀 함부로 뽑지 마라

[김수형]

봄 꽃밭의 풀 함부로 뽑지 마라

나는 착해빠져서, 시키지 않아도 혼자 넓은 마당의 장한(길게 자란) 풀도 다 뽑고, 겨울이면 공동 우물까지 할머니가

물동이를 여나를(이고 나를) 눈 길을 쓸고, 모든 일을 혼자 알아서 척척 하고, 애살(잘하려고 하는 마음)도 많은 아이로

자랐다.

이것은 어른이 되어서는, 자립심은 크지만,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남들과 화합하는 데는 썩 좋은 성격은 못 되었다.

초등 2학년 때만 해도 농땡이 치고 오작구(장난꾸러기) 짓 하느라 결석도 몇 번 하고, 성적은 행핀읍샀사(형편없었어).

한 날(어느 날)은 학교 안 간다고 고모한테  빗자루로 후달구캐사(쫓겨서) 울면서 핵죠(학교)에 갔는데, 불과 1년 새에

우등상을 받았으니, 기특하지. 똑순이 ‘용이’ 고모 덕분.

고모는 동네 처녀들 중에서도 횃대보나 베개 수를 아주 잘 놓는 선수였다.

상장에서 단기4290년이라는 글자를 보고 놀래던 큰 며느리 모습이 우스웠다. 단기를 모르고 산 세대니까.

“봄 꽃밭에서는 어린 풀 함부로 뽑지 마라. 저것이 장차 무슨 꽃을 피울지 모르니.”

예전에 내가 쓴 싯구 하나가 떠오른다. 어릴 때 잘못 솎구면(솎으면) 화초도 같이 뽑히니.

금계포란(金鷄抱卵) 무릉동---김건식 선배 증언

우리 무릉동이 지금은 교가5리로 이름이 바뀌어 참 섭섭하다.

동네 고유의 역사와 특색도 사라지고, 일률적으로 평준화된 숫자로 행정관리를 하네.

무릉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 이름이라고 믿어 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무릉과 도원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무릉처럼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아니고, 실은 1950년 행정구역 개편 때

지었다니, 내가 세 살 때, 올해로 70여 년빼깨(밖에) 안 됐어.

새 이름을 지을 때, 삼척 근덕면 지식인들께서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과 도원을 따서 지은 것이라 추측한다.

‘무릉川’도 그 때 지은 것일까?

무릉동 희남 형에 의하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스님이 관후산에 올라 멋진 풍치를 내다 보고, 우리 동네를 무릉,

웃 마을을 도원이라 불러서 그리 되었다는 말을 해 주었다.

별로 특출한 개성도 없고, 별다른 의미도 없는 땅이라면 그런 황송한(?) 이름을  함부로 갖다 붙일 수는 없다.

얕잡아보려는 의도는 아닌데, 마치 조랑말을 상징하는 포니(Pony) 차에다 ‘장엄하다’는 그랜져(Grandeur) 이름을 붙이지는

않듯 말이다.

무릉은 그렇다쳐도 ‘큰마을’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큰마을인가? 틀림없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게 뭐냐? 이거였는데, 오랜 의문이 풀어진 건 얼마 전 일이다.

소년 시절 같이 뛰놀던 김건식 선배가 이 책  무릉도원기를 받아 보고 놀라운 사실을 문서 보내줬다.

(그러니까 이 부분이 1차 수정 내용이다).

우리집 이야기는 450여 년 전 조선 明宗 시절 경남 통영에서 시작이 되네. 우리집은 安東金가로 舊안동파이지.

나의 14세 선조 할아버지가 통영에서 부사직을 마치고, 고향인 충북 오창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금의 7번 국도

길을 따라 동해안을 끼고 올라오며 새로운 거처를 찾고 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