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8월6일 (라싸의 마지막)
아이들은 오늘 남은 찡창 기차표 두장을 공안에 걸리지는 말고 재주껏 암표 로 팔던지 실패하면
역에 가서 20프로 수수료를 떼이고 환불하라 하였다.
남쵸호수 당일 130元, 1박 180元.
우선 다 함께 가기엔 돈도 비싸고 아이들에겐 티벳에 미련을 남겨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면 다시금
제 아이를 데리고 찾길 바라며 우리네명만 가기로 한다.
아침 7시 반. 여행사에 신청한 미니버스를 타니 인종전시장 같다.
남쵸호수 까지는 5시간. 이곳은 티벳 도착 후 약 7일 이상 적응한 후에 찾아야 한다는 최고 난코스
이다. 중간 중간 검문소가 있어 여기가 중국의 식 민지임을 상기시킨다. 외래문화가 들어가면 주
민들의 의식도 불손하게 변하여 독립의지를 키울까봐 중국 당국에서는 티벳의 몇 개 도시를 제외
하고는 퍼밋(허가증)이 있어야 갈수 있단다.
차두리를 안다는 내 앞의 독일인은 키가 버스천장에 닿일 만큼 커서 불쌍해 보였다. 이번여행에서
키 큰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알 게 되었다.
좁은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또 사우나 침대에서 .ㅋ.
약 1, 2시간마다 정차한다. 그곳엔 화장실이 있고 또 작은 난장이 있어 관광 객들을 부른다. 여전히
문도 없는 합동화장실이다. 쉬하는 사람 코앞에서 다음 사람이 쳐다보고 기다린다. 마치 밥 먹는 걸
쳐다보는 것처럼, 몇 번 경험하였지만 사람이 없었다든지 우리 식구들끼리여서 괜찮았는데 여긴
정말 눈 둘 곳이 없을 만큼 민망하다.
쉬하고 나오면 어김없이 꼬마들이 5각을 내라고 성화다. 차에서 돈을 안가지고 내린 남자들이 그냥
갈려고 하면 아이들이 양쪽 팔에 매달려서 떼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넓은 평야를 향하여 노상방뇨
하는 남자들에게는 꼬마들이 뒤에서 돌멩이를 던지며 뭐라고 그런다. 오줌누랴, 날아오는 돌 피하랴,
한편의 코미디라 보는 우리는 재밌다.
거의 모든 산은 하얀구름에 꼭대기가 숨었다.
보이는 산마다 푸른 초원마다 야크가 보이고 염소와 양떼가 보이고 그리고 그림 속처럼 유목민 천막
도 보인다. 쌩쌩 달리는 버스곁으로 오체투지로 아스팔트에 절을 해 가며 가는 순례자들이 위험스
레 보인다.
드디어 한여름에 만년설이 보이고 눈앞에 설산이 나타났다
아 ! 해발 5190M 이다. 춥 다
야크가 멋진 옷을 입은 채 얌전히 앉아 있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돈을 내라고 한다. 우리는 퍼뜩
찍고 모른 채 한다. 손발이 저릿하다. 고산증이 심한 사람들은 여기서 얼굴빛이 파래지고 헛것도 보인
다고 한단다. 멀리 눈 아래 터키블루 빛의 호수가 바다처럼 보인다.
남쵸 호숫가에 도착하니 기사가 중국말로 머라고 한다. 못 알아듣는 영어권 사람들은 신경도 안쓴다.
알아듣던지 말던지 .그럼 영어권 사람들은 다시금 중국관광객들에게 영어로 묻는다. 그래서 관광지
중에 가장 코쟁이들이 기를 못 펴는 나라라고 한단다.
호수를 둘러볼 여유를 두시간주며 2시 50분까지 버스로 오란다. 물가 까지 조랑말을 태워주며 돈을
받는다. 30원이라 비싸 안타려 했더니 다시 15원 이란다. 근데 호숫가에 도착하니 또 뭐라고 하는데
추측컨대 여기까지 15원이고 왕복은 30원 인갑다. 우리가 반만 타고 내리니까 말타고 사진찍은
값 5원을 더 내란다. 날 태운 말이 안쓰러워 20원을 주었다.
물가에 송사리 떼가 몰려있고 물결이 찰랑거린다. 산꼭대기에 끝없이 푸른 하늘 호수다. 이 호숫가
를 걸어 돌려면 약 20일이 걸린단다. 티벳인들에게는 이 성스러운 호수를 순례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 될 수 있단다. 특히나 양띠 해에 순례를 한다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하여 12년 마다 북새
통을 이룬다 한다. 사실 여긴 1박하며 노을을 보고 쏟아지는 별을 보고 또 일출을 보아야 할 곳인데
호숫가의 밤은 거의 영하의 날씨라 준비가 안 된 우리는 포기해야 했다.
화는 혼자 사진 찍는다며 나중에 차에서 만나잔다. 우리 세명은 천막가게에서 중국 컵라면을 사먹
고 산책을 하며 거닐었다. 햇빛이 두려울만치 강하다. 하늘나라와 가까움을 느낀다.
약속된 2시 50분, 버스에서 표를 검사한다. 근데 우리 표를 가지고 있는 화가 보이지 않는다.
기사가 빵빵빵 경적을 울려본다. 걱정이 된 우리가 내려서 찾아본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나절이 지나고 많은 관광객들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호숫가 멀리서 사람들 무리가 모여있다.
목청껏 화 이름을 불러본다.
높은 곳이라 목소리가 잘 안나오고 목이 따갑다. 노점을 하는 현지인들이 웃으며 내 목소리를
따라 한다. 속이 탄다. 그래도 화는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호숫가의 사람들에겐 빵빵이 안 들
릴 듯 하다. 약 20분을 찾다가 차로 돌아와서 기사에게 호숫가 가까이 다가가서 빵빵해 달라
고 콩글리시로 부탁했더니 차를 출발시킨다.
3시 15분이다.
다시 부탁하니 안 된단다. 다른 두 친구는 어쩔줄 몰라하며 앉아있고 그중에 용감한 내가 강력히
출발하는 차를 막으니 기사가 막 화를 낸다. 그리고 나 보고도 내려라 한다. 그때 옆의 인정머리
없는 중국여자가 시계를 가리키며 화를 낸다. 나머지 배낭족들은 모른 채 냉담해 한다. 내일은
뱅기를 타고 라 싸를 떠나는 날인데 여기서 지체하면 또 낭패다. 분위기상 마냥 기다리자고 할
수도 없다 .지금 출발해도 밤늦게 도착하니.
화네는 며칠 더 있다 귀국함을 상기하고 화의 능력으로 재주껏 다른 차를 하이크 하여 타고오길
고대하는 심정으로 우리는 떠나는 차에서 무력하게 앉아있어야 했다.
화가 치민다. 언제나 태평스레 약속시간을 안 지키더니 결국 이 낯선 먼나라 에서 버려지는 구나 .
나쁜넘의 기사는 데려온 수만큼 데려가야지 겨우 25분 기다리다 함께 온 사 람을 버리고 가다니 .
물론 약속을 어긴 우리의 잘못이지만 함께 타고온 이기적인 다른 일행들도 야속하다.
돌아가는 잠결에도 화가 나고 돌아가 화의 아이들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이젠 더 이상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5시간을 거쳐 밤 8시 반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항의할 곳은 여 행사 밖에 없어 따지러
갔다. 말이 안 통하니 한명은 숙소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내가 또 내 쪼대로 '마이 프렌드를 저
따거가 버리고 왔다' 고 중국인 사장에게 항변한다. 내 콩글리쉬를 잘 못 알아듣는 사장은 옆의
여직원 에게 대충 전해 듣고는 난감해 한다.
마침 지나던 아이들이 와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엄마는 요?” 한다. 내 말을 들은 아이들은 흥분
하고 따진다. 라싸에서 수많은 렌터카가 운행 중이니 다른 렌트카가 올 때 까지 일단 기다려 보자고
우리보고는 가서 좀 쉬어라 한다.
한국식당 '아리랑'에서 된장끼개를 먹고 있는데 화의 딸 경민이가 울면서 들어와 한국 식당아줌마
에게 도움을 청한다. 옆의 한국손님 일행도 아이가 울며 들어오니 상황을 전해 듣고 함께 여행사
사장에게 따지러 갔다. 사장은 기사가 그 손님은 일박하는 줄 알고 두고 왔다고 했단다. 거짓이다.
무슨 대책을 세우라고 식당아줌마와 중국어 잘하는 아리랑 손님이 다그치니 우선 밤11시까지
기다려 보다가 안 오면 차를 내어서 다시 호수로 찾으러 가잔다. 만일 오늘 못 오면 내일 비행기
환불 수수료등은 자기가 해준단다.
가게 앞에는 소동으로 인해 구경꾼이 모이고 화의 아이들은 울고 우리들 가슴은 돌처럼 무겁고
답답하다. 시간이 지나 밤 10시가 넘으니 혹시나 나쁜 일을 당할까 봐 온갖 상상이 되며 너무
걱정 된다. 혹시 그곳에서 전화를 빌린다면 우리숙소로 전화를 할거한 생각이 들어 내가 숙소에
가서 물어보니 무소식이다.
근데 누가 눈앞에서 날보고 “안녕” 한다.
버리고 온 화가 눈앞에서 방긋 웃는다. 이런...
우선 무탈한 반가움에 껴 안으며 여행사로 가면서 상황을 설명한다. 여행사에 다시 가니 평소
심장이 안 좋다는 화의 아들이 실실웃으며 얘기하는 사장 때문에 드디어 폭발하여 숨을 헐떡
이고 있고 여동생 경민이는 그 곁에서 울고 서 있다. 기사랑 사장은 흥분한 재윈이에 놀라 도망
가고 없고 여직원은 훌쩍거리고 .
겨우 겨우 흥분한 아이들을 제 어미가 돌아옴에 진정시키고 숙소로 돌아왔다..
화는 사진 찍다가 호숫가에서 물에 젖은 바지를 말리다 잠이 들었단다.
화의 스타일은 도저히 패키지여행과는 맞지 않는 듯하다.
아이라면 한 대 ‘콱’ 쥐어박아 주었을 텐데. 두시간 여유에 잠을 자다니.
도와준 아리랑 식당아줌마와 손님인 두분 동포의 유창한 중국어통역이 너무 고마왔다. 그들은
사장에게 ‘중국어도 영어도 못하는 50 넘은 할머니를 버리 고 왔다고 따져주었으니‘..ㅎ
(참고로 난 절대 할머니가 아니다)
라싸에 가면 꼭 고마운 “아리랑” 음식점을 찾길 바란다.
재원이가 자기 엄마에게 한 소리 한다. '그럴 거면 이제 혼자 다니시라고',
지난번 여행 등에서도 항상 엄마의 시간개념 덕분에 사고친 기억들을 쏟아 낸다.
이번기회에 놀란 아이들을 보고 화의 삼십년 된 버릇이 고쳐지면 좋겠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아무일이 없어서, 만일에 말 못하는 할매를 가두어 놓고 야크 젖이나 짜라 했으면 ...
화는 자다가 보니 버스는 없고, 해서 라싸 가는 차를 얻어 타느라 약 한시간 헤매다 중국인 승합차에
낑기 왔단다. 가스나 !.
이렇게 우리의 심심잖은 티벳여행은 오늘밤으로 끝이다.
내일은 다시 중국으로 간다
(우리가 타고싶었던 칭짱열차)
-계 속
첫댓글 그 친구분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