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르·카이로우완… 이국적 풍광의 설렘
휴가 여행의 백미는 '구경'이다. 해외라면 이국적 풍광과 낯선 현지인들 모습에, 국내 여행지에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들에 사람들은 묘한 흥분과 즐거움을 느낀다.
'기차홀릭 테츠코의 일본 철도 여행'(문정실 지음, 즐거운상상)은 지구둘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를 열차로 이동한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소개하는 일본의 또 다른 풍경이다. 1년 동안 일본에 체류하면서 최북단 왓카나이에서 최남단 니시오야마까지 지방 열차를 타고 여행한 기록을 담았다. 일본에는 '신칸센'의 반대되는 노선쯤인 '로칼센'이 있다. 지방을 다니는 기차 또는 노선을 일컫는 일본식 용어다. 만약 도쿄에서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면 환승 없이 2시간 45분이 걸리지만 로칼센을 타면 8시간 32분이 걸린다. 저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문도 손으로 닫아야 하는 골동품 같은 기차, 플랫폼에 이끼가 앉았을 정도로 인적 드문 무인역을 지날 때의 설렘"을 구체적 정보와 함께 전한다.
'교과서 속 베스트 여행지'(백남천 지음, 나무생각)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볼 만한 여행지를 골라 초·중학교 교과 과정에서 해당 여행지와 관련된 부분을 따로 설명함으로써 재미와 유익을 동시에 추구한 안내서이다.
올레길·산티아고… 걸으면서 나를 깨닫다
걷기는 다리 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 구석구석을 더듬는 탐색이며, 다리를 통해 우리에게 들어온 자연은 우리 자신을 비춰 보여준다. 걸으면 자신을 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씨가 '길내는 여자'라면, '일본의 걷고 싶은 길'(전2권·미래인)을 쓴 김남희씨는 '길걷는 여자'다. 최근 일본에 관한 여행서가 쏟아졌지만 주로 명소나 먹거리 위주였는데 비해 6개월 걷기의 산물인 이 책은 걷기의 관점에서 일본 구석구석을 더듬었다. 1권은 홋카이도와 혼슈, 2권은 규슈와 시코쿠를 다룬다. 저자는 말한다. "길 위에서 만난 일본은 매혹적이다. 사람들은 상냥했고 음식은 담백했고 시골 마을 구석구석에 전통문화가 살아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6개월 일본 걷기가 끝난 후 텅빈 통장 말고 내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내 나라에 대한 관심이다. 일본 친구들이 좋아하는 백자와 청자에 대해, 일본의 원류가 된 한국의 고대사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났다."
언론인 출신의 여행작가 이신화씨는 'On the Camino'(에코 포인트)에서 우리를 유럽의 걷고 싶은 길로 초대한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걷기 여행은 걷기 열풍의 본산지인 스페인 산티아고로 향한다. 산티아고 800㎞를 끝낸 작가는 보너스로 포르투갈과 독일의 걷기 명소도 소개한다. 일기 형식으로 50일간의 걷기와 먹거리 등을 보고한다.
바쁜 일상은 잊고 이곳에서 한 숨 돌리자
바쁜 일상에 허덕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잠시 집을 떠나 조용한 곳에 머물며 잃었던 자신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더없이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 같다.
저자는 "사찰여행이 잠시 혹은 오랫동안 우리를 치유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숲이나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걸으며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전국 사찰 목록,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일정이 실려 있어 유용하다.
'해외여행 뺨치는 대한민국 국내 명품 여행지'(사진 권기왕·글 홍기운, 랜덤하우스)는 서로 닮은 국내외 여행지 78곳을 한 곳에 모았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 궁금하다면 울릉도를 여행하라" "푸른 초원이 특징인 스위스 그린델발트의 경치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식이다. 무턱대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보다 그에 못지않은 국내의 산하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자연의 정원이 선사하는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면 미국 캘러웨이 가든 못지않은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가보자. 다양한 꽃과 나무, 분재, 난, 허브 등을 차례로 감상하다 보면 지상의 천국에 있는 듯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된다. 넓은 보리밭, 물결 치는 푸른 들판에서 심신을 달래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이탈리아 토스카나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고창 청보리밭에서 초록 평원에 묻혀 있노라면 어느새 숨통이 확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