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소리입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부터 일부러 할일없는 아지매가 되어 실로 오랫만에
집주인 노릇 좀 해 봤습니다.
그동안에
동네 앞산에 가자고 꼬시는 친구의 전화가 두번 왔지만
이를 악물고 그 유혹을 견뎌 냈습니다.
간만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밭솥에 쌀을 앉히니 오랫만에 제 몫을 하게 된 밥솥이 꾸벅 인사를 합니다.
냉장고에 든
묵은 반찬을 정리하고 시원하게 닦아주니 기분좋은 냉장고도 꾸벅 인사를 합니다.
이 긴날에 뭐합니까??
코드를 쭉 잡아 빼놓은 딸내미가 사다 준 텔레비젼을 켜니
텔레비젼도 감격에 겨워 제대로 된 화질을 선사합니다. 꾸벅~
주 업무가 빨래감 놓인 것이 되어버린 쇼파도 깨끗히 정리해서 길게 누우니
이번에는 쇼파가 꾸벅 인사를 합니다.
핸드폰에 밀려 생전가야 울릴일 없는 집전화도
오랫만에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떠니 부르르 감동을 받습니다.
이방 저방 구석에서 공기 청정제 역활을 하고 있는 화분들을
해가 쨍쨍 들이쬐는 베란다로 내놓고 물을 흠뻑 주니
금방 숨 넘어 갈듯 쳐져있던 화분들이 쌩쌩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합니다.
구석에 쳐박혀 있는 청소기를 끄집어 내니~
청소기도 신이나고
마룻바닥도 반잘반질 윤기가 자르르하게 빛나면서 나를 쳐다봅니다.
"쥔여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렇듯 오랫만에 나의 손길을 받은 나의 모든 것들이
지금 이시간 서로들 두런거리는데 다 즈그들 나라 말이라
다른 말은 다 못알아 듣겠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그 말만 제 귀에 들어 옵니다.
앞으로 종종 그 성은을 베풀어야 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사우나로 갑니다.
오죽하면 나의 모든 것들이
성은이 망극하다는 인사를 했는가 무지 반성을 하면서...
출처: 5060들의 손에 손잡고 원문보기 글쓴이: 설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