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
최용현(수필가)
‘쉘부르의 우산’은 프랑스의 조그만 항구도시 쉘부르에 사는 17살 처녀와 20살 청년의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파스텔 톤으로 그려낸 뮤지컬 영화이다. 1964년 제17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여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뮤지컬 영화로는 처음으로 송 스루(Song-through)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지는 뮤지컬로 오페레타(operetta)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프랑스 비평가들이 대부분 ‘어색하다’ 혹은 ‘우스꽝스럽다’는 평을 내놓았지만,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이별)는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I will wait for you’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된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협의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우산가게를 하고 있는 에머리 부인의 외동딸 쥬느뷔에브(카트린느 드뇌브 扮)와 인근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청년 기(Guy, 니노 카스텔누오보 扮)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이다.
1957년,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독립전쟁이 벌어지고 그 여파로 기에게도 징집 명령이 떨어진다. 입대 전 쥬느뷔에브와 기는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낸다. 집으로 돌아온 쥬느뷔에브는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기는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와주던 소녀 마들렌에게 병든 대모(代母)를 부탁하고 떠나는데, 입대한 기는 알제리 전선으로 향한다.
2부(고독/부재)에서 쥬느뷔에브는 기의 아이를 임신한 채 기의 편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산 장사가 시원치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던 에머리 부인은 일만 프랑에 달하는 세금통지서를 받고 고민하다가 자신의 진주목걸이를 팔기 위해 보석가게에 가지만 매입을 거절당한다. 그때 옆에 있던 보석상 카사르가 그 목걸이를 사겠다고 나선다.
에머리 부인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고 온 카사르는 쥬느뷔에브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청혼한다. 연락이 없는 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쥬느뷔에브는 카사르가 뱃속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하자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둘은 결혼식을 올리고 쉘부르를 떠난다.
3부(귀환)는 전장에서 다리를 다친 기가 절뚝거리며 쉘부르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기는 오자마자 우산가게로 달려가지만 이미 결혼해서 떠난 쥬느뷔에브가 거기에 있을 리가 없다. 기는 전에 일하던 자동차 정비소에 복귀하지만 쥬느뷔에브에 대한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해고당한다.
기의 대모가 병환으로 사망하자, 어렸을 때부터 기를 따르며 헌신적으로 대모를 보살펴주던 마들렌도 떠나겠다고 한다. 그때서야 기도 마들렌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곁에 있어달라고 한다. 기와 마들렌은 결혼식을 올리고, 대모가 유산으로 남긴 재산으로 주유소를 매입하여 운영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3년 후의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기의 아내와 아들은 선물을 사러 시내에 나가고 기가 혼자 지키는 주유소에 승용차 한대가 들어온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쥬느뷔에브. 잠시 침묵이 흐르고, 기가 부상 때문에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고 말하자, 쥬느뷔에브는 차 안에 있는 어린 소녀를 보여주며 ‘이 애는 프랑수아즈예요. 당신을 닮았어요.’ 하고 말한다. 가슴이 먹먹해진 두 사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쥬느뷔에브의 차가 주유소를 떠나고, 곧이어 기의 아내 마들렌과 아들 프랑수아가 선물을 들고 뛰어온다. 기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들을 안고 눈 속에서 뒹굴고,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씨네 오페라 방식으로 연출을 시도한 자크 드미 감독과 이 영화의 전체 삽입곡을 작곡한 미셸 르그랑의 빛나는 예술혼에 여주인공 카트린느 드뇌브의 청순하고 우아한 매력이 한껏 빛을 발한 작품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영상의 시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던 사진학교 출신 자크 드미 감독이 프랑스 특유의 감성과 채색으로 보여주는 쉘부르의 거리 풍광은 마치 예술사진을 보는 듯 아련하다. 또 우산가게의 벽지와 장식품들, 그리고 모녀가 입은 크리스챤 디올의 의상과 소품들은 세련되고 우아하다.
두 번째, 미셸 르그랑의 음악들은 영화 전체에 스며들듯 잘 녹아있고, 모든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움직임도 아주 자연스럽다. 그 때문에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감미로운 샹송 오페라를 보는 것처럼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영화를 보게 된다.
세 번째, 13세에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카트린느 드뇌브의 미모가 절정에 달했던 21세 때의 작품이다. ‘쉘부르의 우산’은 그녀를 단숨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서게 하였고, 그녀 또한 이 영화를 불후의 명작 반열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카트린느 드뇌브는 총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대표작으로는 ‘세브린느’(1967), ‘상류사회’(1974), ‘마지막 지하철’(1980), ‘인도차이나’(1992) 등이 있다.
카트린느 드뇌브는 19세 때 로제 바딤 감독의 아들을 낳았고, 그 후 사진작가 데이빗 베일리와 7년간 결혼생활을 했지만 아이는 없었다. 이혼 후 명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딸을 낳았는데, 두 자녀는 모두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1943년생인 그녀는 지금도 세계의 영화계와 패션계, 화장품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쉘부르의 우산’은 첫사랑과 이별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달리 표현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까지 임신한 여자가 전쟁터에 가있는 남자로부터 연락이 없다는 이유로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라라랜드’(2016)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결말부분에서의 이별이 그러하다.
사랑하는 남녀가 합당한 이유 없이 헤어지는 이런 결말이 왜 그리 못마땅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필자가 문제가 있는 건지….*
첫댓글 저는 이 글을 읽다가 왠지 문득 '해바라기 (I Girasoli, Sunflower, 1970)'가 떠오릅니다...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쟁에 나갔다가 본 부인(소피아 로렌)과 본의아니게 헤어지게 되는 스토리에서 유사한 점이 있군요.
카트린느 드뇌브..
이여자도 프랑스 영화계에 한시대를 풍미하던 여배우 였지만
이제는 할머니가 되엇더군요
누군들 세월을 거스를순 없지만
그래도 비교적 이쁘게 나이들어가더군요
.. 이 영화 본지 참 오래되었네요
아주 오래전 티비 주말의 영화를 통해 보았으니..
내용도 기억에 가물거리는데..
처사님 덕분에.. 다시 보고싶은 영화목록에 ~~ ㅎㅎ
이 영화는 분명히 뮤지컬이지만 별로 뮤지컬 같지 않아서 좋았어요.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 카트린너 드뇌브가 임신을 했는데,
애 아빠가 누구더라 하는 추측기사가 신문 연예란에 나오곤 했었죠.
6,70년대를 풍미하다가 소피 마르소에게 여왕 자리를 물려주었죠.ㅎㅎ
고혹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배우죠.
OST가 좋아서 울적하거나 비오는날 자주 들어요.
동감입니다.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전편이 넘 아름다운 사랑의 시 입니다.
한국개봉시 중앙극장에서 관람했는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몇번이고 가슴아프게보는 영화입니다.음악도 영상미도 최고입니다.~♡
동감입니다.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와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예외적으로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아름다운 영화죠.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이 너무 가슴 아플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