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跡)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스릴러 소설『흔적』. 시체안치소와 범죄 현장을 무대로 여자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의 활약을 그린「스카페타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이다. 압도적인 악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꿈틀거리는 어둠을 탐구한다. 리치먼드의 옛 직장으로 돌아온 스카페타는 마리노와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내면서 범인을 추적한다.
쫓기듯 버지니아를 떠난 지 5년, 플로리다에서 법의학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스카페타는 리치먼드의 후임 검시국장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리치먼드로 돌아온다. 한 소녀의 의문사 사건 수사에 자문을 해달라는 것. 그러나 리치먼드로 간 스카페타를 맞이한 것은 철거되고 있는 옛 검시국 건물과 싸늘한 검시국 내부, 비협조적인 후임 검시국장이었다.
스카페타는 당황하면서도 소녀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한편, 함께 온 마리노는 희생된 소녀의 어머니와 부적절한 관계로 엮이게 된다. 이를 계기로 스카페타는 소녀의 부모가 숨기고 있는 은밀한 비밀을 알아내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스카페타가 수사 솜씨를 발휘하고 있어, 초창기「스카페타 시리즈」에 열광하던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는 시체안치소와 범죄 현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여자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의 활약을 그린 법의학 스릴러다. 새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스카페타 시리즈는 법의학 스릴러를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1억 부, 그리고 한국에서만 30만 부가 팔린 스카페타 시리즈. 롱런 흥행의 원인중 첫 번째는 ‘법의학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콘웰은 시신을 해부함으로써 범인을 역으로 수사하는 법의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체안치소의 풍경을 전 세계에 알렸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로카르의 법칙’에 근거해 시체에 남은 흔적과 증거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 죽은 자의 존엄을 지키는 정의로운 여자 법의관의 존재에 전 세계 팬들은 열광했고, 그녀의 스릴러는 <CSI>, <크로싱 조던>, <콜드케이스> 등 TV를 장악한 각종 법의학 드라마의 모태가 되었다. 드라마 <CSI>에서 3초에 스치고 사라지는 장면들이 콘웰의 소설 속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 된 세부적 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드라마에서는 간과되기 쉬운,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자와 교감해야만 하는 법의관의 직업적 고뇌 역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인기 요인은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창조해내는 흥미진진한 인간 드라마를 꼽을 수 있다. 늘 스카페타와 함께하는, 거친 입담 속에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숨겨두고 있는 민완 형사 마리노 반장,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성숙한 요원으로 성장한 조카 루시와 동성애자인 그녀 주변의 인간관계, 죽어서도 사건의 고비 때마다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는 베테랑 FBI 프로파일러 벤턴... 이들은 때로 반목하고 때로 격려하며 성장해간다. 콘웰은 이들 인물과 그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스릴러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기묘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독자들이 각각의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드라마 다음 회를 기다리듯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깊어진 필력으로 인간 심리의 근저를 파헤치다
《흔적 TRACE》은 2004년에 발표된 스카페타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화려한 액션과 가슴 뛰는 서스펜스는 부족하다는 의미에서 비교적 수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신에 이성의 빛이 비치지 않는 인간 심리의 어둠이 전에 없이 깊숙하게 탐구되고 있다. 의지력으로는 컨트롤할 수 없는 것, 마음 깊숙한 곳에 꿈틀거리는 불합리한 것을 작가는 파헤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시체와 죽음을 붙들고 늘어지는 범인, 쓰레기 수거차와 청소원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검시국장처럼 분명히 병적인 사람들만이 아니라 죽은 소녀의 어머니처럼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비이성적인 부분까지 그려내려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처럼 압도적인 악, 사악의 화신이었던 악인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의 범인은 초자연적인 살인마라기보다는 혐오감을 느끼게 되면서도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데드맨 플라이》에서 수사에 있어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스카페타가 이 작품에서는 충분히 그 솜씨를 발휘하고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마리노와 함께 활약한다. 초창기 스카페타 시리즈에 열광하던 팬들에게는 분명 즐거운 소식이 될 것이다. 리치먼드의 옛 직장으로 돌아온 스카페타가 다시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와 그녀를 멸시하는 권력자들에 맞서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콘웰은 스카페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그녀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디테일한 법의학적 묘사들도 흥미롭게 살아나고 있다.
리치먼드로 돌아온 스카페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스카페타가 리치먼드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검시국장으로서가 아니다. 쫓기듯 버지니아를 떠난 지 5년. 자신의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법의학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스카페타 아래 후임 검시국장으로부터 한 소녀의 의문사 사건 수사에 협력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 왜 내게 부탁을 하는 걸까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스카페타는 마리노와 함께 리치먼드로 향한다.
그런데 리치먼드에 들어간 순간 스카페타가 본 것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옛 검시국 건물이 철거되고 있는 장면이다.
이 무참한 광경이 상징하듯이 현재의 검시국도 스카페타가 국장이었을 무렵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황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스카페타를 부른 당사자인 국장은 비협조적일 뿐만 아니라 적의를 드러내며 사사건건 그녀를 얕보려 든다.
당황하면서도 스카페타는 14세 소녀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고 뛰어다닌다. 얼마 되지 않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시체의 입안에 붙어 있던 이상한 미물(微物)이다. 이것은 최대의 실마리임과 동시에 스카페타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서도 해명하기 어려운, 큰 수수께끼가 되기도 한다.
한편 마리노는 희생된 소녀의 어머니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이 일을 해결하려던 스카페타는 소녀의 부모가 은밀하고 변태적인 비밀을 밝혀내고 범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 범인이 그녀가 이미 알고 있는 자라는 걸 상상도 못한 채…….
* 스카페타 시리즈에 쏟아진 해외 언론의 찬사 *
수년에 걸친 콘웰의 감동적인 노력... 그 소름 끼치는 대단원에 이를 때까지 독자들은 감정을 소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만족감 또한 대단할 것이다 _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온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사건들... 그 교묘한 수법들... 콘웰은 끊임없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_ 월스트리트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