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오는 차를 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취향을 알 수 있기 마련이다”
세상 사람들의 취향이 비슷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 중에 하나가 자동차 회사 아닐까? 지역이나 특색을 고려하지 않고 자국에서 만든 라인업을 전부 전 세계에 팔아치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슈퍼카 업체처럼 적은 수량만 만들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살 사람만 사라고 하지 않는 이상, 각 나라에 맞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수출할 때는 기본 라인업에서 해당하는 나라에 팔릴 차 위주로 선별해야 하고, 취향을 맞출 만한 모델이 없다면 아예 새로운 차종을 개발해야 한다.
취향 외에도 각 나라 법규나 들어가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므로, 수출할 때는 효율적인 차종 선별이 필요하다.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모든 라인업을 통째로 보내면 좋겠지만, 판매량이 적은 모델까지 다 포함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차종이 여러 개여도 전부 인기가 많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자동차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 시장은 우리나라만의 특색이 있다. 유행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역동적으로 변하지만, 바뀌지 않는 부분은 예전 특성을 한결같이 유지하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들도 우리나라의 이런 특성에 맞춰 들여올 모델을 정한다. 아우디를 예로 들어보자. 아우디는 종합 자동차 브랜드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세단과 SUV가 큰 축을 이루고 두 차종을 변형한 가지치기 모델이 라인업을 보강한다. 각 모델은 다시 S와 RS로 구분하는 고성능 모델로 나뉜다. 형태와 고성능으로 조합한 세부 모델 종류는 대략 70여 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주요 모델은 우리나라에 꼭 들어오지만, 시장 취향과 거리가 좀 있는 모델은 상황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 판매 차종이 늘 같지는 않고, 유행이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 들어왔다가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 모델도 있고, 예전에는 국내 시장에 맞지 않는 모델이었다가 관심이 커져서 들어오기도 한다. 판매 차종을 보면 국내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아우디의 각 차종과 현재 트렌드, 시장 상황을 연결해본다.
◆ 무조건 들어오는 차
중간 범위에 있는 차종은 크기나 가격대가 적절하기 때문에 기본으로 시장에 깔고 들어간다. 시장에서 많이 팔리거나 어느 정도는 수요를 받쳐주는 모델이다. 요즘 전 세계에 SUV가 인기다. 우리나라는 세단이 강세였지만 SUV로 많아 넘어갔다. 그렇다고 세단이 확 죽지는 않았다. 예전보다는 못해도 여전히 세단은 시장의 기본 차종 자리를 지킨다.
- A4 세단: 크기, 가격, 형태 면에서 입문용 수입차로 큰 역할을 해낸다.
- A6 세단: 수입차 시장의 핵심 모델은 여전히 중형 세단이다. 취향의 표준이다.
- A8: 기함은 시장 상황이나 취향에 무관하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
- Q3: SUV의 인기 영역은 작은 차 쪽으로 이동 중이다. 취향 이동의 길목에 서 있다.
- Q5: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다. 표준형 패밀리 SUV.
- Q7: 대형 SUV는 특별한 존재에서 대중성 높은 차급으로 바뀌었다.
◆ 들어와야 하는 차
기본 차종에서 살짝 비켜 있지만 시장이 원하는 차다. 많이 팔려서 익숙한 기본 모델보다 개성이 조금 더 강한 차를 찾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끈다. 일부는 정규 모델이지만, 대부분 가지치기나 특별 모델이다. 희소한 차를 찾는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표준형에서 벗어난 차를 찾는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 A3 세단: 이 급에서 프리미엄 세단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해치백이다. 독보적인 존재.
- A5 스포츠백: 평범한 세단과 튀는 쿠페의 장점만 뽑은 매력덩어리.
- A7 스포츠백: 변형 차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표준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 Q2: 소형 SUV 인기는 Q3보다 더 작은 분야로 퍼지고 있다. 없으면 아쉬운 차급.
- Q8: 대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모델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 R8 쿠페/스파이더: 슈퍼카는 불황이 없다. 양산차 브랜드가 만드는 슈퍼카라는 희귀성은 여전하다.
- e-트론: 프리미엄 전기차는 이제 막 열리고 있다. 개척자가 필요하다.
- R/RS: 남과 다른 차를 찾는 사람들이 고성능으로 눈을 돌린다. 종류도 많다.
◆ 들어오면 늘 좋은 차
수요가 크지는 않지만 들어오면 찾는 사람이 있는 차종이다. 대중성은 좀 떨어져도 거부감이 크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수요층이 아주 작지는 않다. 의외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반전이 일어나는 분야라, 잘만 하면 시장을 키울 수도 있다.
- A1 스포츠백: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 중에서 이 급은 찾기가 힘들다. 희소성과 앙증맞은 스타일이 장점.
- A3 스포츠백: 해치백은 국내에서 비인기 차종에 속하지만 잘하면 뜨기도 한다.
- A5 쿠페: 국내 판매 중. 가족차가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혼자 타는 차로 최적화한 쿠페가 제격이다.
- A5 카브리올레: 국내 판매 중.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실용성은 큰 편이다.
- Q3 스포츠백: 쿠페형 SUV는 개성 강한 SUV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 TT 쿠페/로드스터: 소형 스포츠 쿠페 시장이 줄어들었지만 존재 가치는 아직 남아 있다.
◆ 들어 왔으면 하는 차
들어올 가능성은 적고 들어와도 수요는 크지 않지만, 시도는 해볼 만한 차다. 시장이 아예 죽지는 않아서 다른 업체 차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니아층이 존재해서 작지만 꾸준한 수요가 이어진다. 활성화만 하면 조금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 A1 시티카버: A1에 아웃도어 성격을 불어 넣었다. SUV는 아니면서 SUV 감성을 풍긴다.
- A4 올로드 콰트로: 왜건이지만 왜건 같지 않은 오프로더 감성 충만한 차.
- A6 올로드 콰트로: A4 올로드 콰트로가 조금 작게 느껴진다면 한 등급 위로.
◆ 끝내 들어올 가능성이 낮은 차
소수 마니아만 찾는 차다. 우리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차가 왜건이다. 올로드 같은 변형 왜건은 그나마 개성이 강해서 관심을 두지만, 일반 왜건은 짐차라고 생각해서 피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사회 분위기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왜건은 설 자리가 없다. 카브리올레는 수요는 적아도 예전에는 관심은 좀 있었지만 요즘은 아예 찾는 이가 확 줄었다.
- A3 카브리올레: 차는 예쁘지만 패션카 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
- A4 아반트: 공간 활용성은 좋지만 뗄 수 없는 왜건 꼬리표가 달려 있다.
- A6 아반트: SUV 역할을 해내면서 훨씬 개성이 강하지만 국내 인식은 여전히….
◆ 다시 들어오면 좋은 차
잘 팔려서 들여왔다기보다는 시험 삼아 또는 이벤트성 한정판으로 들여온 모델이다. 극소수 마니아만 찾는 차다. 국내에 RS6 아반트가 잠깐 들어왔다. 아우디는 A6 세단에는 RS를 두지 않고 주로 왜건인 아반트로만 만든다. 왜건에 고성능이라니,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유럽에서는 익숙할지 모르지만 우리 시장에는 맞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국내에는 들어오기만 하면 아주 희소한 차가 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