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날 입니다. 태풍 영향인지 연일 날씨가 흐리네요. 그래도 오늘은 꼭 옥상 텃밭에 씨앗을 심기로 합니다. 옥상으로 올라가기 전에 먼저 우리가 심을 작물 씨앗을 관찰했습니다. 2학기에는 배추, 무, 가을상추, 부추를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네 개의 씨앗을 관찰합니다. 아이들이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신기하다'를 연발하네요. 배추 씨앗은 반짝이는 보석같다고 합니다. 씨앗 마다 색도 확연히 다른가 봅니다. 그 작은 씨앗들이 배추도 무도 품고 있는 것이겠지요. 아이들 표현대로 참 신기하고 신비롭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려니 하필 또 비가 많이 내립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우산을 들고 옥상으로 갔습니다. 농사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하지요. 지금이 배추와 무를 심기에 아주 적당한 시기라고 합니다. 비가 왔다갔다하지만 파종시기를 놓칠수는 없지요. 우산을 쓴채로 밭고랑도 만들고 씨앗도 심었습니다. 우산을 들고 작업하기가 힘든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누어 번갈아 우산을 받쳐주기도 했습니다. 오늘 심은 씨앗들이 태풍과 비에 쓸려가지 않도록, 지난 월요일 밭을 갈때 뽑아낸 줄기와 잎들로 두툼하게 덮어두고 내려왔습니다. 싹이 잘터서 튼튼하게 잘 자라길 기대해봅니다.
4층으로 내려와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진환이가 칼과 갑옷을 장착하고 나타났습니다. 어제부터 시간 날때마다 그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자르고 붙여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더니 드디어 완성했나봅니다. 뜻한바가 생기면 꼭 해보고야마는 진환이 입니다. 지난 월요일에도 옥상에서 봉숭아꽃을 보자마자 손가락에 물을 들이겠다고 하더니, 점심시간 내내 작업해서 열손가락 모두에 붉은 물을 들이고서야 하교를 했네요.^^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도 아주 구체적으로 꼭꼭 집어서 요청합니다. 5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는 진환이의 내면에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가 봅니다. 중등에 올라가면 개인프로젝트 시간을 엄청 멋지게 보내지 않을까 싶네요.^^
목요일 오후는 산책시간입니다. 비가 또 언제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외부로 나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이들 표현대로하자면 '만발의 준비'를 하고 산책을 나갔다고 합니다. 산책이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으러 간것이겠지요. 진환이 손에 어제 대천천네트워크에서 받아온 '대천천생물도감'이 들려있는 것을 보니, 그저 놀기만 할 것은 아닌가 봅니다. 봄에는 대천천을 산책하며 꽃도 보고 곤충도 관찰하고, 여름에는 대천천에서 여한없이 신나게 물놀이를 했지요. 그렇게 친하고 익숙해진 대천천과 이번에는 좀더 깊게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학교 가까이 이런 좋은 환경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