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노래 (Barcarole)라는 형식의 곡이 있다.
베니스에 가면 경험하게 되는 필수관광 코스인 곤돌라.
그 노를 젓는 사공들이 부르는 가벼운 노래인데,
멜로디가 잔잔하고 아름다워 성악곡에서 기악곡으로까지 발전했다.
잘 알려진 곡은 멘델스존이 작곡한 무언가(無言歌) 중 뱃노래,
그리고 오펜바흐가 남긴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가 있고
쇼팽의 뱃노래가 또 유명하다.
바르카롤(Barcarole)은 뱃노래조의 곡조.
이탈리아어로 '뱃사공' 또는 '곤돌라 사공'이라는 뜻의 barcarola에서 유래했으며, barcarolle이라고도 쓴다.
베네치아 곤돌라 사공의 노래는 원래 6/8박자나 12/8박자의 부드럽게 흔드는 리듬을 특징으로 하며,
18~19세기에 와 오페라 아리아에서 피아노 소품에 이르는 수많은 성악음악과 기악음악에 영향을 미쳤다.
1710년 프랑스 작곡가 앙드레 캉프라의 무대 음악 《베네치아인의 축제 Les Fetes vnitiennes (1710)》에 삽입된 곡
《뱃사공들의 축제 Fete des barquerolles》에 이 용어가 처음 나타났다.
멘델스존으로부터 리스트와 가브리엘 포레에 이르는 19세기의 많은 작곡가들이 유사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프란츠 슈베르트(성악과 피아노), 요하네스 브람스(여성 합창), 윌리엄 스턴데일 베넷(피아노와 관현악),
차이코프스키(사계 중 6월) 등도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바르카롤을 작곡했다.
19세기에 작곡된 가장 유명한 바르카롤은 쇼팽의 바르카롤 작품 60일 것이다.
조르주 상드와의 동거생활 막판, 쇼팽이 가장 왕성한 창작의지를 불태우던 1845~1846년 사이에 작곡된 것이다.
결핵이란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삶 속에서나마 느끼고 싶었던,
배 위에서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며 유유자적하고 싶었던 쇼팽의 여유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잔잔한 파도에 부딪히며 천천히 흔들리는 배 위에서 느끼는 여유와 낭만...
깊이 있는 선율에 다채로운 형식, 그리고 쇼팽 특유의 낭만성을 잘 살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조아키노 로시니, 주세페 베르디, 요한 슈트라우스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의 오페라에 바르카롤이 등장했다.
이 중에 자크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Tales of Hoffmann》에 나오는 것이 가장 유명하다.
Les Contes d'Hoffman - Barcarolle
오페라《호프만의 이야기》 중 3막 '뱃노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 ~ 1880)의 대표작 중 하나.
그는 원래 독일 쾰른 태생이나 오랫동안 파리에서 활동했다.
심혈을 기울여 작곡했던 '호프만의 이야기'는 그의 죽음으로 안타깝게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는데,
후에 에른스트 기로가 완성하여 1881년 파리에서 초연됐다.
(Antonia death, Act3)
옴니부스 형식으로 세가지 짧은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구성된 3막의 오페라에서
'뱃노래'는 베니스를 무대로 3막이 오르면서 나온다.
주인공 호프만의 여인들에 대한 사랑은 훼방꾼들에 의해 매번 비극으로 끝나지만...
곤돌라에 몸을 실어 출렁이는 물결을 타고서 아름다운 베니스의 저녁 정경에 젖어 보는 뱃노래는
서두르지 않으며 느긋하게 시정(詩情)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가락이다.
자크 오펜바흐는 원래 그의 이름과 성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라인강변의 도시 오펜바흐에서
유대인 음악가들의 중심이 돼 일하던 중 '에베르시토'라는 성(姓)을 '오펜바흐'로 고쳤다.
그리고 그의 10명의 아이중 일곱째인 '야곱'은 프랑스로 가 오페라 방면에서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자
'야곱'이란 이름을 '자크'로 고쳐 '자크 오펜바흐" 라는 이름으로 음악사에 남게 되었던 것.
유대인인 오펜바흐가 작곡한 이 뱃노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아름다움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기도 했다.
1930년대 파시즘 치하를 배경으로 가족의 사랑과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는
이탈리아의 명배우였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 각본, 주연 등 1인 3역을 맡아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석권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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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도시로 이사온 첫날 주인공 귀도는 운명의 여인 도라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 곁을 맴돌던 어느날 그녀를 좇아 베네치아에 있는 극장에 가게 된다.
약혼자와 함께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관람하고 있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는 더욱더 흠모하게 된다.
이때 흘러 나오는 멜로디가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였다.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이라 아우슈비츠로 끌려 갔던 귀도는
아내를 만날 수 없지만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확성기를 통해 '호프만의 뱃노래'를 들려 주며
자신과 아들 로슈아가 건재함을 알린다.
이후 독일군이 패하고 전쟁은 끝나지만 귀도는 아내의 행방을 찾다 총에 맞아 사망하고 만다.
수용소 생활을 마치 게임하러 온 선수처럼 아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지 않게 재치있게 대처함으로써 아이는 살아남게 된다. 극적으로 엄마도 만나게 되는데... 좋은 아빠란 어떤 사람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