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서울예대 극작과 08학번이 된 저돌적인아이 입니다
우선 이곳에 합격수기를 쓰게 되서 기쁘기도 하지만 좀 긴장되네요... 합격자들의 합격수기는 지원자들의 아주 영양가 높은 참고서가 되는 것을 알고 있고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혹여나 잘못 전달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서울예대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발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개연성과 상상력 중 개중에 중요한것을 꼽자면 상상력인 듯 싶습니다. 그렇다고 SF 판타지로 쓰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습작도 중요하지만 너무 현실에 얽매이는 사고를 깨는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는 좋지 않습니다.
이번 서울예대 극작과의 제시문은 40대,식물인간,이 사람의 사연을 써라 였습니다.
글을 읽자마자 뺑소니, 집단폭력과 같은 육체적인 외상으로 인한 식물인간이 생각났습니다. 처음에 생각나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감히 버리고 머리를 더 순환시키세요 생각이 안나면 그 상황을 그림으로 일단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생각나는건 연습지에 모두 적어보구요. 전 만창스터디 때도 그렇고 구상을 할 때는 항상 적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적고 그리다 보면 뭔가 나오거든요. 한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건 연습지에 쓰고 나서 옯겨 적는다고 연습지에 글 죽죽 써내려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90분중에 20~30분은 구상을 해야 합니다. 항상 강조드리고 싶은건 현란한 말솜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입니다. 충분히 생각하시고 구성하신 후에 남은 한시간 동안 침착하게 글 써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뇌사상태로 판정 받았지만 이상하게 청각을 담당하는 뇌부분만 살아있는 과학자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식물인간 상태는 식물인간만이 아는겁니다. 뇌사라고 판정했지만 귀는 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구요, 그리고 뇌라는게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많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제 멋대로 상상하기가 더 좋았습니다. 평소에 베르나르베르베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영향을 받은 부분도 없지 않게 있었습니다. (나무,파피용..)
제목은 획기적 발견 으로 했습니다
이야기는 병원에서 주인공의 식물인간 판정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40세 임미선 여자 이구요
[임미선씨 17시 58분 식물인간 판정되셨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믿지 못하죠 본인은 아직 생각을 하고 있고 병원에서의 북적거리는 소리나 링겔 병안에서 포도당 떨어지는 소리, 자신이 숨쉬는 소리까지 듣고 있으니까요. 움직여 보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어떻게든 일어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뇌사라고 하는 상태가 모든 뇌가 죽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 하지만 주인공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인공의 사연이 시작됩니다. 아! 또 말씀드리고 싶은건 분량이 짧은 꽁트같은 경우 1인칭 시점이 유리합니다.
주인공은 카이스트 신경세포 생물학부 교수입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과학적인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_-카이스트에 저런 학부가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정말 아는것도 많고 유능하지만 말표현을 잘 하지 못하고 강의력도 없기 때문에 실제 실력보다 평가 절하되고 있구요. 학생들은 무시하고 동료 교수들조차 외면합니다. (주인공이 소외되고 있는 점을 묘사했습니다)주인공은 강의 시간도 많이 없기 때문에 개인 연구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냅니다. 일생일대에 "획기적인 발견"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동료 교수에게 연구 결과를 뻈겼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흰쥐 687호에서 노화를 지연시키는 비결을 알게됩니다. 일반 쥐보다 10배정도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합니다. 688호 689호690호가 연이어 성공하자 강아지,고양이에게도 실험을 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상념을 집어 넣었습니다. 생명학을 다루는 교수가 인간의 생명을 제외한 동물의 생명은 함부로 다루면서 일개 실험도구로 쓰고 있다는 것을요..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도덕적 양심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낙오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싶어합니다. 지금까지 학문 자체가 좋아서 공부했지만 자신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고 과학자로서의 획기적인 발견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어렵게 결심합니다.본인이 첫번째 임상실험자가 되겠다고.. 평소에 신뢰하던 조교 2명과 친분이 있던 유능한 신경외과 의사를 불러 지금까지의 연구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며 자신을 수술대에 올려달라고 합니다. 세사람은 깜짝 놀라며 거절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설득을 하고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이 잘못되면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기로 각서를 씁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냉소적으로 생각하죠 설사, 각서를 쓰지 않더라도 세사람은 세상에 공개하지 못할거라고.. 사람을 대상으로 위험한 수술을 했다는것이 알려지는 날에는 사회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주인공은 수술대에 오르고 세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수술과정을 상기시키고 마취 됩니다. 마취 되기전 생각하죠. 세사람은 나의 뒤통수부터 목뒷덜미 그리고 등까지 절개를 할 것이다. 그리고 행동을 담당하는 뇌부분과 목과 어깨를 연결하는 신경세포 그리고 척추 두번째뼈 아래에 인공세포를 연결할 것이다. 마취제가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고 잠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병원 장면으로 돌아옵니다. 지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아무도 슬프게 울거나 안타까워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잠시후 의사와 어머니가 소곤대는것 같더니 의사는 말합니다.
[산소 호흡기, 분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점점 들리지 않게 되고 이제 아무것도 못 듣게 됩니다. (죽은거죠...-_-)
쓴 지 좀 된 글이라 생각나는 대로 열심히 적어봤습니다. 상상한 것에 인간의 소외, 고뇌나 슬픔과 같은 진정성 있는 부분을 잘 버무려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 합격 문자를 받고 면접 준비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솔직히 많은 것을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보려고 했던 뮤지컬도 10분 늦게 가서 그냥 날리고 왔구요....( __)유난히도 추웠던 금요일, 8시 20분, 마로니에 공원을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신 대본을 봤답니다. 그리고 하루 전 날에 예상 질문들에 대답할 것들 끄적끄적 적어봤습니다.
너무 준비를 안 한 것 같아서 튀어 보기라도 해보려고 은색 가면(동방신기 롸이징썬 가면)과 뮤지컬 노래 몇소절을 준비해 갔습니다. 가면때문에 울퉁불퉁해진 가방을 조물딱조물딱 거리다가 그냥 말았습니다.
도우미 분들하고 얘기 조금 하다가 면접을 보러 들어갔습니다.
배꼽인사 크게 하고 우렁찬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이강백교수님: 뭐가 하고 싶은가..
저돌적인아이: 뮤지컬이 하고 싶습니다.(원래 더 준비한 멘트도 있었는데..못했습니다-_-뮤지컬 하고 싶다니까 어떤 남자
교수분이 오호~ 이러시던..)
이교수님: 최근에 본 뮤지컬은?
나: 최근에는 마리아마리아 봤고, 김종욱찾기, 오 당신이 잠든사이에는 대본 분석했고 맘마미아와 돈키호테는 영상으로
봤습니다
이교수님: 이번에는 장성희 교수님이 해보세요
장성희교수님: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소극장가에서 열풍을 몰고 있는 뮤지컬인데 관객들이 그렇게 계속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인상 너무 좋으시던..)
사실 마리아마리아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 간 터라 당황했습니다. 오 당신이 잠든사이에는 대본분석 밖에 못했었구요..어떻게 빙빙 둘러댔습니다.대답의 요점은 감동적이기 때문이라는 거였구요..
장교수님: 구체적으로 어떤걸 쓰고 싶어요?
나:........(생각을 했습니다..그리고 생각난 것이 조별 발표 때 했던 근친상간 동성 코드가 생각나더라구요.)
퀴어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성코드가 많은 분야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직 뮤지컬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장교수님 : 어떤 퀴어물이요?
나: ........(또 생각을 했습니다..)
장교수님: 뭐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여러가지 있잖아요
나: 청소년 사이에서의 동성애를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일인데
그런 미묘한 감정들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이교수님: 그럼 마지막으로 학생의 장점을 말해보세요
나: 저는 창의적인 발상이 저의 장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주제에든 독특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그런 창의적인 발상은 경험과 관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극작가의 인생이 제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하철 여행이나 버스여행을 많이 하면서 관찰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창의적인 발상을 보여드릴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점 말하면서는 두루두루 교수님들을 쳐다보면서 좀 여유있게 말했던것 같습니다. )
교수님: 그래요 나가봐요 (장성희 교수님이 웃으시면서 크게 끄덕 하시던..)
면접 마치고 나오면서 너무 짧게 끝나서 떨어졌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간 멘트도 못하고 옹알이만 하고 나온것 같아서 속상하고 답답했구요.. 까페에 들어와서 보니 독특한 질문받으신 분도 있고 해서 더 초조해졌습니다. 전 독특한 질문 하나도 못받고 그냥 뮤지컬 얘기만 했으니까요.. 그리고 현역 분들 제외하고는 그동안 뭐했냐는 질문을 하셨다는데 저한테는 그런 질문도 안주시고 해서..
마지막에 자기 장점이나 자기 소개, 반드시 준비해 놓으세요
어쨌든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합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서선생님께 가장 감사드리구요 비록 짧았지만 함께 했던 우리 2조 멤버들 한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처음 만창 들어가서 했던 수업이 조편성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거 였습니다. 불평하시고 만창수업을 그만 두시는 분도 이었지만 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연출 극본 미술 기록 배우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가 만들었으니까요.. 그때 했던 수업이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동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스트레스나 인생에 대한 고민 때문에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꺼내 놓기가 힘이 들었었거든요. 그리고 일일이 글 첨삭해 주셨던 정서2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만창에서 했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저돌적인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수기를 마치겠습니다..(__)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모니터 앞에서 한시간 넘게 앉아 있던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네요^-^
첫댓글 기태 때부터 언니의 독특한 발상이 부러웠어요ㅋㅋ주연이언니 합격 축하해요^^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
합격수기도 정말이지 저돌적이구나. 저돌양을 실제로 보면, 다들 아이디가 넘 잘 어울린다고 할거다 분명. ^^ 은빛가면 쓰고 노래할까요? 문자 받았을 땐, 정말 노래하면 어쩌지..... 했다. 여하튼 용기는 대단하구나. ㅋ / 브레인스토밍...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 끝까지 고집하길 잘했다는 생각... 너희들의 부쩍 자란 글을 보면서 그 때 이미 확신까지 했다만은, 그래도 새삼 역시 잘 했구나..싶다. 2조의 독특함은 두고두고 기억할거야. 저돌양은 깡패같은 동성애자 역할이 어쩜 그리 잘 어울리던지..ㅎㅎ 극작과 들어가서도, 지금같은 에너지로 종횡무진하거라. 어쩌면 가장 극작과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축하한다 저돌양아..^^
축하드려요~!
ㅋㅋ언니 짱 정말 저돌적인 언니예요~ 우리 브레인할때도 언니 땜에 얼마나 웃고 재밌었는지ㅠㅠ 중간에 나가서 너무 아쉬웠지만 이렇게 잘돼서 기뻐요!! 언니 축하해요~~!!!!!!!!!
저돌적인언니~ㅋㅋ 갑자기 나가서 아쉬웠는데.. 정말 잘돼서 다행이에요!! ^^ 축하해요!!
축하드려요 ~!
저돌적인 합격수기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려요! ㅋㅋ
와 누나 쵝오 축하해!! ㅋㅋㅋ 진짜 누나 오랜만이야 잘 될줄 알았어 나중에 한번 만나 우리 2조 쵝오 ㅋㅋㅋㅋ
저돌적인아이님, 내년에 함께 밀양가요~
밀양...........................................
서울예대 극작과 08학번 저돌적인아이님, 학교로 돌아오세요. 레쿠님이 기다리세염.ㅋㅋㅋㅋㅋㅋ
돌아오라고 해서 돌아가면 냉랭하게 쳐다봐주시면서 마치 싸울 기세로 덤비면서 뭘 또 돌아오라고 하시나요
헐........내가 또 언제그랬다궁....... 다른분들 오해하시거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