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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그려지는 초상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웹툰 작가가 꿈이라는 친구
웹툰이가 오버랩 되었다. 봉천동 산 88번지 자신의 초라한 집과 아버지를
그려 조롱하던 생각. 성당 뒤편 길을 따라 걸었다.
“아빠 이번엔 무랭루즈야 우리 가서 캉캉 쇼를 볼까요?”
하이힐을 신은 큰 키에 아름다운 여자들. 레이스 치마의 아름다운 출렁거림과
환상의 춤에 마음도 출렁이고 여행의 배가 불렀다. 하지만 나오는 길은 19금이었다.
환락가의 이상한 거리를 찾았을 모파상을 생각하다가 부자는 어색한 웃음을
뒤로 하고 내려왔다.
‘아빠 퇴폐의 반댓말은 윤리와 도덕이죠? 여기를 보니 그래요.
어서 다른 나라로 가요. 가장 도덕적인 광장으로.”
“거기가 어딘데?”
“아테네?”
세계가 생각하자 보여 지는 곳은 멀리 삼각형의 그림자였다.
신기루처럼 보이다가 사라지자 말했다.
“아빠 피라미드가 보이죠? 그 옆에 아테네도? 저긴 ‘파르테논 신전’이야.
광장에 사람들은 철학자들 같은 옷을 입었죠?
무슨 토론을 하는 것 같은데 가까이 가서 들어 볼까요?”
줌 카메라처럼 광장에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열 띤 토론을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들었다.
아버지는 도대체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세계야 뭐라고?”
“아 예. 윤리를 과제로 삼아 욕망을 억제하고 자연의 법도를 따르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에요.”
“허얼~ 어떻게 그런 난이도 높은 토론을 어떻게 알아들어?”
“응 아빠가 땅에 떨어져 주어온 도덕 윤리 책을 읽어보고 알았지 크흐흐흐”
“헐~ 조크야?”
“아빠 나도 답답하니까 빨리 가자.
다음은 인도 켈카타를 가야 하는데 기찻길이 아직 완성이 안 되었으니까
내려서 인도코끼리를 타고 가야해요.”
“헐 인도코끼리가 우리를 인도 하겠구나 크흐흐흐.”
철도가 끝나고 기차가 멈추는 듯싶었다.
정글의 코끼리떼울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 사람은 어느 사이에 귀가 커서 날개 같은 코끼리를 타고 흔들거리다가
밀림에서 벗어나 드넓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무척 신이 난 세계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가 탄 인도코끼리 이름이 뭔지 알아?”
“알지~아들이 본 그림책을 나도 봤는데 서커스를 하는 점보야~”
“아냐 틀렸어~ 점보가 아니고 덤보야.”
“허얼~ 그 거나 그거나 같은 말인데 발음만 틀린 것 아니야?
너 어렸을 때 그랬잖아 혀 짧은 소리로~ ‘이거뚜까 저거뚜까’ 했잖아~”
“아니라니까~ 원래 덤보가 맞는데 일본사람들이 점보라고 불러서 그래요~”
“에이 그럼 덤보라고 부르자.”
“그래요. 그것이 애국이고 세종대왕의 나라말싸미에도 적합 한 것 같아요 하하하.”
일본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번엔 아버지의 말이 길어졌다.
“난 어쩐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싫어.
특히 정치인들은 아주 이기적이고 자기 주관적이고....
위안부 문제나 소녀상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주 최악의 국가야.
앞으로 일본은 전 세계에서 패싱을 당할 거야. 왕따를. 자신들이 자초한 거지.
관동 대지진 봐라 뒤집어씌우고. 그러니까 원폭 투하로 손들고.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고 하지만
때릴 몽둥이도 아까운 존재들이야.
내 생각에는 일본은 물론 어느 나라나 정치인이 천국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로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거야 그치?”
“헐~아빠 마음에 정치인을 천국 생명책에서 완전히 지우고 일본도
지옥 블랙리스트로 만들었네요?
아빠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 독립운동은 못해 보았으니까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겠네요?”
“그래, 일본제품을 몰아내고 한국은 홀로 서기를 해야 해.
독립군 같은 마음으로 재무장을 하고 살아야해 그치?”
“그쵸~ 근데 아빠 우리가 일본 이야기가 왜 이렇게 길어? 지금부터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재시켜요 패스~”
패스를 외치자 덤보 코끼리 날개 아래로 수많은 섬들이 보였다.
“아빠, 섬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 볼래요?”
“그래, 하나 둘 셋 넷.......어 60개다”
“아빠 그럼 여기는 싱가폴이에요. 저는 싱가폴을 아주 좋아해요.
도덕적인 나라? 담배공초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깨끗한 나라?
꿩 잡는 게 매라고 일본을 사정없이 잡을 나라?”
“맞아 맞아. 경제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 땅에 지도자가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면 망하는 법이지. 싱가폴 홧팅~”
두 사람은 파이팅을 외치자 덤보의 등을 내려와 싱가폴 센토사 섬의
테이블카를 타고 있었다.
“아빠 케이블카는 너무 느리지 않아요? 좀더 빠른 게 있는데 그걸 타 볼까요?”
“뭔데?”
“‘자이언트 스윙’ 이라고 시속 120킬로로 날아가는 특수 케이블카인데
수퍼맨이 된 기분이에요.”
“노노노노... 무섭다.”
“하하하하.. 그럼 자전거를 타고 섬 일주를 하거나 아빠는 다리가 불편하니까
전동으로 가는 ‘세그웨이’를 타 던지요.”
“노노노 난 둘 다 불편해 그냥가자.”
두 사람은 급행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센토사를 떠나 본토로 향하는
8분의 대화가 이어졌다.
“아빠. 우리나라는, 특별히 전남에 섬이 많잖아요?”
“그렇지 왜 갑자기 섬이야? 그래 그러고 보니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섬 집 아기’란 동요를 부르면 중간도 못가서 눈물이 그렇게 났다?
근데 지금도‘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그 부분에선
노래를 부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달동네 우리 집으로 향하는 입구 새로남 교회 앞에만 당도하면
또‘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그 부분이 생각나서 어떤 때는
울면서 올라가기도 했어.....”
아버지는 이야기 하는 중에 눈가가 벌써부터 촉촉했다.
“헐~아빠. 아빠 때문에 내 이야기를 못하겠는데요?”
“그래 쏘리 어서 해봐.”
아버지는 어색한 얼굴을 감추려고 하늘을 쳐다보고 눈물을 가두었다.
“아빠. 제가 보기엔 아빠가 어렸을 때 엄마 사랑을 받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결혼 하셔서는 저를 돌보아줄 거시기? 없다는 생각에 제가 가여워서
그랬을 가능성이 다분히 많은데요?”
“거시기? 그냥 엄마라고 그래~나 이젠 집나간 네 엄마 생각은 잊었어.”
“하긴 나 3살 때 나가셔서 벌써 서른이 넘었는데....”
“그이야긴 그만 하고 전남에 섬 이야기나 해봐~”
“아, 그래요.”
세계의 섬 이야기는 조금 전에 아버지 말보다 길어졌다.
누에고치의 실뽑기가 부전자전이었다.
“아빠. 사람들은 모두 육지에 살기를 좋아해요. 사실 섬은 노인이나 어부 정도만 살고
젊은 사람은 없어요. 폐교로 아이들이 떠나고 섬은 자꾸만 죽어가요.
섬을 살고 싶은 섬으로 만들지 못한 섬사람들보다 국가나 교육 환경이 앞장서서
더 섬을 떠나게 하는데 돌아오게 하는 섬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국토 발전 계획이 뭐에요? 균형이잖아요? 수평 이잖아요.
낮은 곳과 알지 못하지만 좋을 곳을 찾아서 여기 센토사처럼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생활영토라는 말이 있어요. 그건 주거지를 말하는데 섬을 개발하면 우리의 주거지인
생활영토가 바다로 이어지면서 작은 국토를 넓게 쓰는 효과가 있어요.
섬을 관광지로 만들면 육지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광 영토도 넓어지고....
센토사를 보니까 제가 울컥 섬 개발에 선봉이 되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제 생각이 우물 안 개구리나 섬 소년 같은 생각일까요?”
“허어어얼~섬 장관님. 앞으로 그렇게 부를까요?”
“하하하 하여튼 센토사는 정말 아름다워요. 외국 정상들이 여기서 중요한 회담을 하면
풀지 못하는 문제도 이 경치 때문에 확 매듭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빠 생각은 어때요?”
“아니야 군대 제대하면 각 잡힌 습관 한 달도 못되어 게을러지듯이 보고 나면 끝이야
본성이 나쁘거나 자신의 이익을 내세우는 사람 마음이란.”
부자의 대화는 본토로 이동하는 8분이 짧게 느껴졌다.
“세계야 다음은 어디로 가지?”
“예 다음은 홍콩에서 기선을 타고 기차도 타고 일본인데 거긴 기성 정치인들이
다 죽을 때까지 맘에 안 드니까 가지 말죠. 하하하.”
“그래 일본은 아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