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쉽사리 득점하지 못하도록 수비하고 방어하는 일련의 플레이를 "디펜스 플레이"라고 합니다.
게임중에 디펜스를 당하면 내놓고 말은 못해도
(드러내 놓고 불평을 하거나, 공 좀 달라고 애걸하는 타입도 있기는 있지요)
심기가 불편해 지거나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런 상대와는 다시 게임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디펜스는 당연한 것입니다.
고의적, 심지어 노골적으로 디펜스에만 치중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정상적인 플레이에 포함되는 디펜스는 그 사람의 실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디펜스를 1. 우연적인 디펜스 2. 자연적인 디펜스 3. 의식적인 디펜스 4. 의도적인 디펜스 5. 악의적인 디펜스의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우연적인 디펜스
말 그대로 우연히 디펜스가 되는 경우입니다. 키스가 나고 우당탕 굴러가고 그러다가 공들이 섰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배치되는 경우로 불평도 못할 상황입니다.
이런 것은 운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 게임에서 승부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디펜스를 논하는 마당에서는 별 의미 없겠습니다.
2. 자연적인 디펜스
공을 다루는 스타일 때문에, 혹은 받은 공의 배치상 실패하면 저절로 디펜스가 되게 되어 있는 경우인데,
스타일 때문이라는 것은 내공(큐볼)을 다룰 때, 끝공(2적구)에 도달하여 간신히 맞을 정도 이상의
힘과 스핀을 주지 않는 데서 생기는 디펜스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클럽에서는 초구님, 스릉님 등이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분들입니다.
물론 이 분들도 의식적인 디펜스나 의도적인 디펜스플레이를 할 때도 있지만
꼭 그럴려고 하지 않아도 스타일 때문에 보편적으로 뒷공이 잡히기 쉽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흐느적 거리며 스물스물 굴러가는 공 보면서 보면서
하염없이 늙어가는 2차 피해도 겪습니다.
3. 의식적인 디펜스
의식적인 디펜스는 이런 방식으로 공을 다루면
득점에 실패했을 경우 디펜스가 되는 것을 알고 초이스를 한다는 뜻인데
이 경우 디펜스는 자체는 부수적이고 득점이 우선입니다.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바람직한 유형이며
대부분의 우리 클럽 고점자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로또님, 쿨님, 신의송님, 하연사랑님, 예랑님 등 내노라하는 검객들은 이 유형의, 이런 능력을 갖춘 분들입니다.
4. 의도적인 디펜스
작정하고 디펜스에 치중하는 경우입니다.
의식적인 디펜스와 구별되는 점은 득점의 확률이 떨어지는 초이스를 감수하면서라도
디펜스로 상대의 기를 수그러뜨리거나 게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플레이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이 따로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식적인 디펜스가 가능한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승부상 필요할 때에 일시적으로 택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악의적인 디펜스
이쯤 되면 슬슬 기분이 나빠지는 분위기가 되는데,
이 유형을 다시 둘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의적 디펜스
*. 쿠션에 붙은 상대방 수구(큐볼)는 절대로 먼저 치지 않는다.
*. 성공 확률이 다소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빨간공을 끝공(제2목적구)으로 선택한다.
이런 경우 솔직히 기분은 나빠도 딱이 뭐라고 항의할 수도 없고 걍 속으로
"어.....이 매너 드런 넘....다시는 게임 하나봐라...." 하고 짜증을 삭히게 됩니다.
악의적 디펜스
*. 아예 득점을 포기한 채 디펜스만을 목적으로 미스샷을 하거나 힘조절을 하여
공을 쿠션에 붙여 놓는 등 에이스님에게 걸리면 페널티를 받을 플레이를 하는 경우.
공격형 플레이어를 만나면 시원시원합니다.
원없이 내지르고 하고 싶은 대로 쳐 나가면 됩니다.
타율이 높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인데 우리 클럽의 삼백이님, 박빌드님 등이 이런 타격전 선수타입이지요.
수비 같은 것은 별로 안중에 없습니다.
"나는 그냥 나 칠거 칠테니 당신은 당신 칠거 알아서 치쇼.....먼저 끝내는 넘이 이기는 거 아니겠소 ....?"
화끈하지요....에버리지도 높게 나옵니다.
그런 맛에 당구를 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다 일까요...?
반대로 수비형 선수를 만나면 신경을 쓰게됩니다.
"의식적인거야...? 이거 너무 의도적인거 아냐...? 뭔 공을 이렇게 쳐....
어....그....뒷공 참 드럽네....죽갔구나...."
입밖에는 안 나와도 속으로는 벨 벨 오만가지 잡생각이 가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악의적이거나 지나치게 고의적인 디펜스가 아니라면,
의식적이거나 의도된 디펜스 플레이는 경기의 질을 높여줍니다.
쉽게 할려면 수비선수 없이, 아예 골 키퍼도 없이
그냥 상대방 골 문을 향해 디립다 공을 차 넣는 것으로 축구시합을 하지
뭐하러 전문 수비수를 발탁하고 작전을 짜고 골키퍼를 죽게 훈련시킵니까...?
당구로 치면 초구만 오십 번 씩 쳐서 누가 더 많이 성공시키나로 승부내면 될 거 아니겠습니까?
에버는 좀 떨어지고, 게임은 긴장속에 고민을 하게 만든다 해도
제대로 디펜스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상대와 게임을 하면서
그 빗장을 풀어내며 득점하는 능력을 갖출 때, 당구의 진정한 묘미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첫댓글 저도 처음에는 무조건 득점위주의 경기를 했더랬고...의식적,의도적 디펜스를 하는 플레이어와의 경기에서 많이 힘들어 했더랬습니다...하지만 역시 자작나무님의 표현대로 '그 빗장을 풀어내며 득점하는 능력' 을 갖추기 위해 많이 노력하게 되고..그 재미에 역시 당구의 질 또한 올라가고 진정한 묘미를 찾아가게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좋은 글..계속해서 이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모든 스포츠의 발전은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것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서 이루어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것에 익숙해지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하게 되는 "내성의 원리" 때문에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시도하게 만들고 그것이 발전의 힘이 되구요....
디펜스와 포지션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경우가 상당히 많지요. 맞으면 포지션 , 득점 실패하면 디펜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상대방의 당구를 보는 관점이라고 봅니다. 초구와 비슷한 배치에서 2적구가 빨간공인 경우에 득점이 되면 대략 편한 후공이 남을 것이고, 득점이 실패하면 상대에게는 다소 쉽지 않은 후공이 남게 되겠지요(물론 힘조절을 하지 않고 공을 까버리면 예외지만요^^). 디펜스도 분명한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자연적인 디펜스 , 의도적인 디펜스의 경우만).
디펜스 능력은 실력 중에서도 상당히 고급수준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겨루는 종목의 그 어떤 선수도 방어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선수로 살아 남을 수 없쟎습니까...?
시원하게 가려운곳을 긁어주는 글이네요. 아울러 저는 어떤 유형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는거 같구요..저는 상대방이 디펜스를 하면 더 그 상대하고 더 치고 싶더라구요..제가 문제를 풀면 제가 이기고(물론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는거죠) 문제를 못 풀면 다시 도전하고... 경기 내용이 승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라서요...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옳소~찬성하오~~지지하오~~~
승패도 중요합니다.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내가면서 실력이 조금씩 상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 좋지 않은 상황을 위해서도 꼭 이겨야 하는 경우도 있구요. [구슬모아]에는 안 계시겠지만 핸디를 받고 치는 하점자가 이긴 경우 뒷담화로 실력에 대하여 회자되는 정말 이상한 경우도 있거든요. 고수를 고수로 인정해줄줄 모르는 평생 제자리에서 맴돌기만할 피곤한 비매너 하수들 때문에...
뭐니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것은 승패가 되겠습니다만...매타득점님 말씀대로 하점자가 핸디경기에서 이기고 기뻐하는것은 예의가 아니지요......당구요금을 안내게 되서 기쁘다는것이겠지요............같은 핸디끼리의 경기 결과 패자가 요금을 내는것은 이해가 되지만,,,,,,,핸디경기에서의 패자부담은 아무리 봐도 고쳐져야 할 겁니다
승패가 중요한 것은 이겼냐 졌냐 때문이 아니라 안졸리냐님이 졸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의 연장선에서, 매 순간의 상황을 누가 더 잘 감당해 냈느냐에 대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엄숙한 결과가 게임비를 지불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게 되며, 그로인해 치사빤쓰스러운 "핸디 속이기" 라는 기형적 관행을 낳게 되었겠지요.
저는 저하고 같이 경기하는 사람의 당구를 유심히 관찰하곤 합니다. 저보다 고점자인 경우는 논외로 하고, 상대방이 늘 놓치는 종류의 공에 대한 태도를 주시하지요.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는 데도 불구하고, 연습도 안하고... 따라서 시도도 안하고... 시도해도 번번이 실패하고....그러면 장부 찢고 우호적인 거래는 접습니다.
공부하는 걸 봐도 시험을 치를 때, 틀리는 문제를 번번이 틀리는 아이는 결국 성적이 향상되지 못합니다. 틀리던 문제, 해결하지 못하던 과제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향상이며 발전이고 그것이 주는 기쁨이 경기자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그 분야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공 맞추기에 급급했었는데 이제는 포지션 플레이도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려고 합니다. 공이 잘 맞을때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은 공들로 인해 운이 좋을뿐이라는 생각이었구요.... 의도한 대로 포지션을 만들어 치는 기쁨을 느끼고 싶습니다.
포지션을 염두에 둔 플레이를 하면 당장은 에버리지도, 승률도 떨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일정 기간을 지속하며 연습하다 보면 실력이 많이 향상됨을 알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사실 어려운 공을 지속적으로 만나면 의욕도 꺽이고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격투기경기에서 두들겨 맞았다고 기분 나빠하는 꼴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악의적인 디펜스가 경기룰에 벗어나지 안는다고 한다면 정상적인 경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정식 경기에서는 심판이 판단하기에 악의적인 디펜스라고 보여지면 페널티를 줍니다. 실 예도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초구를 칠 수 있도록 한다지요...?
자작나무님의 글 하나하나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듯 합니다..ㅎ 제 생각엔 경기 중 가져야 될 생각들의 유형을 나열해 보자면, 1. 득점과 함께 포지션성공, 2. 단순득점성공, 3. 실패할시 디펜스성공.. 크게 보자면 대략 이정도 되겠는데요.. 문제는 어떠한 경우라도 1번의 초이스가 최우선이 되어야 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2번과 3번은 그 우선 순위에 있어 달라질 수 있다는 거겠죠.. 경기가 초반이냐 중반이냐 후반이냐에 따라 다르고, 또한 경기의 흐름, 각자의 득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또한 상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자작나무님의 연구가 있으면..좋겠는데요..ㅋ
연구는 못하고, 잔머리는 열심히 굴리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