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an이라 불리는 사람들.
뭐라 번역해야 하나...
주술사? 무당?
신체적 정신적, 혹은 영적인 문제가 있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나름 전승되는 전통의식을 베풀어 해결을 도모해주는 사람들...
이들은 원주민 사회의 지도자다.
영적 지도자라 일컫기가 좀 그렇다 한다면 그들 존재와 전통문화를 지켜주는 정신적 지주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선교사들의 주적(主敵, 표현이 좀 적대적이라 마땅친 않지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들인데...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원주민이 세 명 있는데 그 중에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예수님을 안 믿냐는 나의 질문에)
아버지가 메디신 맨이기 때문에 타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그러나 원수의 딸이라기 보다 그저 함께 일하는 동료일 뿐이다.
물론 선교의 대상임에 틀림없으나 그 선교는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해야 한다.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고 한 판 싸움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는 적절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며칠 전 허리가 아프다길래 손에 간단히 침 네 개를 꽂아주었고 그 이후 상당히 편안하게 일하고 있다.
어제(10일), 보호구역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모종의 일로 인하여 교회 근처에 사는 원주민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널찍한 터에 집이 세 채다.
방이 네 개짜리 본채, 두 개짜리 별채, 그리고 호간이라 불리는 원주민 전통가옥이 한 채 있다.
주인 영감님에게 호간의 용도를 굳이 물어보니 메디신 맨이 와서 세레모니(의식)를 하는 곳이란다.
말로만 듣던 사건(?)의 현장을 둘러보게 된 셈이다.
침을 놔주겠다는 핑계로 마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메디신 맨이 바로 그 영감님이며
가만 분위기를 보니 마나님은 영감님 못지 않은 신령한(?) 메디신 우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음... 내가 바로 코리아(혹은 뉴져지)에서 달려온 메디신 맨이거든요. 난 아리조나 주에서 메디신 맨 면허까지 받았다오.
라고 말하곤 허리가 아프다는 마나님의 손에 역시 침을 네 개 꽂아드렸다.
0-10 통증 지수가 8에서 즉각 5로 떨어졌고 조만간 4로 내려가더니 앉았다 일어섰다, 이리 비틀고 저리 꺾고를 자유롭게 한다.
목이 아프다는 영감님에게 손목에 딱 하나 놔주면 그 통증이 말끔히 가신다고 침을 맞으라 하니 엥간치 않은 고집을 부리며 거절한다.
공짠데 왜 그러냐.. 내가 당신 팔을 이렇게 꽉 잡는다고 아프냐.. 그보다 더 미미한 자극이다.. 그러나 효과는 있다라고 갖은 말을 다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더니 첨엔 공짜라 해놓고 나중에 와서 돈을 달라기도 한다며 의심의 눈망울을 부라리기도 한다.
영감님. 내가 공짜라 하면 공짜요 내가 이십 불이라 하면 이십 불입니다. 침이 무섭소?
하니 침이 무섭단다. ㅋㅋ
얼마간의 시간을 지체한 후에 집을 나서며 영감님에게 다음에 내가 또 오면 침을 꼭 맞겠소? 했더니 역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럼 May be?" 했더니 메이비란다.
우리는 웃으며 집을 나섰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무슨 일로 다시 엮이게 될지는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일이다.
그들은 기독교를 포함하는 외래 종교나 문화에 대해서 심한 경각심 내지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싸워서 꺾어야 할 웬수가 아니라 주고 베풀고 섬겨야 할 동류 인간들이다.
한편 생각해 보면 침 그 자체가 그들의 많은 신체적 질병에 거의 속수무책일 수도 있긴 하지만 또한 그들의 삶에 파고들어 마음을 녹여주고 우리의 삶과 신앙을 나눠줄 수 있는 작지만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기도 하겠다 싶다.
물론, 그런 일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삶의 나눔 가운데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