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시·도 요구사항 다 빼고
- 이번 주 내 국제입찰 공고
- 영남권 어디든 건립 가능해
- 부산·대구시 모두 당황
- 향후 자문위원회 구성 때도
- 부산-4개 시·도 경쟁 불가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이 부산 가덕도나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지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 범위에서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서훈택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부산과 대구·경북 등 영남권 5개 시·도의 교통국장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용역 과업지시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신공항 입지가 가덕도와 밀양 외 제3의 장소로 선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는 이번 주 내로 용역기관 국제 입찰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입지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용역의 예산은 20억 원이며, 기간은 1년이다.
■가덕·밀양 어느 곳도 명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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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부산상공회의소 2층 상의홀에서 (사)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국토부가 이날 내보인 과업지시서에는 용역의 공간적 범위를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으로만 게재했을 뿐 가덕도나 밀양을 후보지로 해 입지를 정한다는 전제는 빠져 있다. 부산시가 요구한 '24시간 운영+김해공항 존치'는 물론 대구·경북·경남·울산이 주장한 '1시간 이내 접근성+기존공항 폐쇄' 등 어떤 식의 조사 방식도 포함되지 않았다. 용역의 명칭 역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로 표시돼 있다.
"5개 시·도의 시장·도지사가 용역에 관한 모든 사항을 외국기관에 일임하기로 한 만큼 정부가 세부적으로 과업지시를 하기 어렵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부산과 대구·경북 중 어느 쪽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지만 양측 다 내심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이날 회의에서 "조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기본적인 방법은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용역이 영남권 전체를 대상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입지를 조사한다는 점도 꺼림칙한 부분이다. 과업지시서에는 용역의 목적이 '영남지역 장래 항공수요에 대응할 최적의 정책대안 마련'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돼 있다. 가덕도와 밀양을 제외한 제3의 대안을 내놓더라도 딱히 책잡을 게 없는 셈이다.
■경쟁은 또 지금부터 입지 선정 평가항목과 가중치를 확정하는 일은 오로지 용역을 수행할 외국 전문기관에 맡겨졌다. 따라서 부산시는 용역기관을 상대로 '24시간 운영 가능한 해안공항'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용역기관은 시·도별 2명 안팎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구체적인 입지 조사방식을 결정한다. 이렇게 되면 '부산 vs 대구·경북·울산·경남', 즉 '2 vs 8'의 불공정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부산시는 이런 점을 간파하고 자문위원을 시·도별 동수가 아닌 '신공항 성격별 동수'로 구성할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대구·경북·울산·경남이 사실상 '한편'인 만큼 이들 4개 시·도와 부산이 각각 같은 수의 자문위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구·경북 등 4개 시·도가 동의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여전히 가덕도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과업지시서에는 입지 조사 때 '지역의 요구·의견을 수렴하고… 시추 등 현장조사, 가상 시뮬레이션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최근 경남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더 많은 지지를 얻는 등 여론에서 앞서 있고, 안전성이나 경제성을 현장에서 조사하면 당연히 가덕도가 유리하다는 게 부산시의 주장이다. 부산시 홍기호 교통국장은 "과업지시서가 용역의 큰 방향을 잡아주기를 바랐지만 너무 개괄적으로 작성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부터 또 시작이라는 각오로 객관적인 용역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