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상식이나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적겠습니다. 전조등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은, 야간주행시 안전확보를 위해 절대적인 요소이고 그러니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초보운전자가 쉽게 DIY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하고 쉽게 다룰 수 있는 것. 그렇지요? 운전을 잘 하는 분들이야 미등만으로도 다분히 감각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초보자들은 본능적으로라도 대낮처럼 밝은 조건을 원할 것이고 또 눈이 나쁘거나 문제가 있어서 (안경을 쓴 상태에서도) 조금만 어두워도 사물들이 뿌옇게 보이는 분들도 있다고 하니, 야간주행시 전조등이 갑자기 나가 버리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될 듯. 그러하니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상시 점검하고 스스로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1. 이런저런 이야기들
처음에 만들어진 자동차에는 전조등이 없었습니다. 당장 굴러가는 것이 중요했으니 전조등을 달 생각을 할 만한 여우가 없었을 것입니다. 1984년 벤츠가 처음으로 '베로'라는 모델에 전조등을 장착했다고 하며 이후 모양과 구조에 대한 발전 그리고 빛을 내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실용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옛날에는 전조등이 툭 불거진 형태였고 차체와 분리되어 있었지만 점차 차체 안쪽에 내장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내장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입니다. 효과? 급기야 최근에 볼 수 있는 고속주행형 퍼포먼스-카에서는 전조등을 차체 안쪽 더 깊숙한 곳에 배치하고 단순히 외곽의 틀만 변형하여 멋을 내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공기역학적인 면을 감안한다는 뜻인데 이런 방법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소위 잘 달린다는 모델에서는 Pop-Up형 전조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때의 유행이었습니다. 평상시는 전조등이 바디 안쪽에 숨겨져 있다가 스위치를 켜면 위쪽으로 올라오는 방식인데 전조등을 켰을 경우 돌출부의 공기저항이 커지고 기타 유지관리의 문제 등 때문에 근래에는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어쨋거나 1900년대 초반에 나온 모델, 1950년대에 나온 모델 그리고 근래 모델을 비교하면 (예외는 많이 있지만) 대략 시대적 변천과정과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을 듯합니다.
(1) 1922년 시트로엥 Type A (2) 1958 피아트 8V (3) 멕라렌 F1 요즘 사용하는 전조등은 컨실드-빔(Concealed Beam)이라고 합니다. 전조등 모듈 차체가 밀봉이 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 안쪽에는 반사경이 있고 반사경의 중앙쯤에 발광체인 램프를 설치하게 됩니다. 램프 안쪽 두 발광체의 위치에 따라서 반사각이 달라지는 원리로 전조등이 비추는 각도를 달리할 수 있고 최근에는 아예 하향등과 상향등용 램프를 따로따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통상 High Beam이라고 하는 것은 빛이 비춰지는 높이가 높다는 뜻이고 동일한 논리로 비추는 각이 낮은 것을 Low Beam이라고 합니다. 낮을수록 빛이 가까운 곳만 비추게 되므로 야간주행시 마주오는 차량의 운전자를 생각해서 스위치를 켰을 때의 상태를 Low Beam으로 해 놓았습니다. 보통 Low Beam과 High Beam은 구체적인 명칭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전조등을 켠다"와 "상향등(High Beam)을 켠다"라고 말합니다.
2. 램프규격
정비업소에 가면 정비기사가 알아서 교환을 해줍니다. 그러니 어떤 규격이 있는 지 알 수 없고 종내는 폐차할 때까지 한 번도 램프를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3년간 차를 몰면서 단 한 번도 후드를 열어본 일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던 규격들이 있고 어떤 특색이 있으며 또 차에 맞는 램프를 고르기 위해 무엇을 참조해야 하는 지,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면 언젠가 비상상황에서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전조등 램프는 그 형상, 단자의 모양과 규격, 그리고 발광출력, 사용전압과 같은 조건에 따라 아래와 같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from : www.doohae.com) 자.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실물로 확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대형 쇼핑몰 자동차용품 코너에 가서 이런 저런 것들을 구경해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램프-키트 뒷면에는 적용차종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동일차종도 년식에 따라 접속부의 모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서, 교환품을 구입을 하려면 아예 램프를 빼서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H7'이라는 분류에서도 끝 부분의 마감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코너에서 판매되는 램프는 순정품이 비해 조금 더 밝고(소모전력이 더 클 가능성이 많음) 더 오래가며 자연광에 더 가깝고 그리고 당연히 가격이 비쌉니다. 단순한 경제논리가 적용된 당연한 결과.
교환할 제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55W를 권장하는 전조등 모듈에 100W급 램프를 사용하게 되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대낮같이 환하다고 하니 좋은 일이겠지만 사거리 정차시 또는 주행시 앞쪽 차량에게 큰 실례를 하는 일이 될 수 있고 내부발열에 따라 밀폐된 전조등모듈 안쪽 반사경이 손상되거나 이래 저래 발전계통과 충전계통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광량이 많다는 것은 열이 많이 발생함을 의미하고 그것은 많은 전기에너지가 소모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55W급 순정 전구를 쓰던 차에서 100W급 전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구 하나에 55W ÷ 12V = 약 5A정도 그리고 두 개를 사용하니 대략 10A정도의 전류가 흘렀던 것이, 100W급 전구를 쓰는 경우 소모전류의 양은 대략 두 배쯤이 되고 그렇다면 55W에 비해 7A정도의 전류가 더 흘러야 합니다. 7A × 12V은 80W쯤 되므로 아주 밝은 백열등 하나를 추가로 밝히고 다니는 정도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뜻이 되겠고 이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기의 출력이 높아져야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배터리가 필요전력을 보상해 주어야 하며 (그저 미미한 양이라고는 해도) 그 결과 운행중 에너지공급의 근원인 연료소모량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
참고로, 제품구입시 "램프외부에 지문이 묻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문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교환 중 손가락의 유지(油脂)가 묻을 경우 고열발광 때문에 빛이 분산되거나 램프외부관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HID와 LED
HID(High Intensity Discharge, 고압방전관)램프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빛의 파장이 자연광에 근접해 있다는 것인데 문뜩 잡지나 인터넷상의 광고들은 '강한 빛', '멀리 보인다'라는 특징들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Xenon('크세논' 또는 '제논'으로 발음)가스를 이용했다고 해서 'Xenon Lamp'라고 통칭되는 고압방전관은 형광등과 원리가 유사하고 절전형이며 두루두루 특성이 좋습니다만, 방전관을 구동하는 고압모듈, 제어모듈이 부가되어야 하니 일반램프에 비해 최종 판매가격이 현격히 비싼 것이 흠입니다. HID시스템을 장착했다는 모 국산자동차의 광고문은 "더 좋은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비싼 것임에도 판매원가에는 반영을 안했습니다"라거나 "당신을 위해 특별한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조금 더 비싸고 그 결과로 당신은 좋은 차를 타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음으로. 현대 에쿠스에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LED 시그널-램프'는 사실 단순 응용기술에 불과합니다. 점멸속도가 일반 필라멘트전구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는 특성은 순간시인성이 좋아야 하는 '방향지시등' 요구 특성에는 딱 들어맞습니다. 제동등에도 사용되고 있고 빨리 보인다고 함은 빨리 인식하고 빨리 정지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이므로 사고방지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용산, 청계천 부품상에 나가면 눈부신 고휘도 LED를 개당 1~2백원 정도에 살 수 있고 이 LED를 서 너개 쯤 모은 후 12V 자동차전압을 3~4V로 낮추어 공급하면 작은 5W급 필라멘트 전구와 같은 정도의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자가조립시 문제점은 시판 LED의 구조상 일반전구처럼 고르게 빛이 방출되지 않고 랜즈가 붙어 있는 끝쪽으로 빛이 집중된다는 것이며 그 때문에 일반전구를 대체할 수준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빛의 집중'을 해결할 모종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애프터마켓에서 입수할 수 있는 소켓장착형 LED전구에 약 1~2만원 정도를 지불한다고 함은 만든 이에게 그 아이디어의 대가를 지불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어쨋거나 LED의 고율성과 내구성, 기타 장점 때문에 최근에는 거리신호등도 LED전구 모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자동차 전구에 있어서 한동안 중ㆍ저가 모델에 적용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모델 라인-업에 있어서 특별한 듯 보이는 기능을 특정 모델에만 차별화시켜 부가하는 것이 판매가를 높게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과 값싼 일반전구를 사용하는 것이 누구에게 좋고 또 그 누구의 하청을 받는 사람에게 좋고 그리고 그 전구를 교환해 주는 사람에게 좋다는 현실적인 경제논리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좋다는 것과 '그럭저럭'이라는 것간에 큰 차이가 있고 그 중간에서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4. HOW?
보통 두 개의 전조등 램프가 한꺼번에 나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비업소에서는 보통 전구 두 개를 같이 교환하라고 합니다. 전구수명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이 참에 교환을 해 버리는 것이 좋다는 권고인데, 선택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겠고 두 개를 교환하는 경우 비상용으로 램프 하나를 보관해 놓을 것을 권합니다.
매우 조악하게 엔진룸을 정리한 몇몇 국산 모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차량에 있어서 램프 교환작업은 절차가 단순하며 짧은 시간 내 끝낼 수 있습니다. 공통적인 방법은 ⓐ 후드를 연다 ⓑ 전조등 뒷면의 (방수)캡을 제거한다. ⓒ 찬찬히 살펴보고 상식적인 방법으로 클립이나 고정너트를 풀어 낸다. ⓓ 램프를 꺼내고 전원소켓을 제거한다. ⓔ 램프를 교환하고 역순으로 재조립한다 입니다. 그리고 벽면 등에 전조등을 비추고 전조되는 영역에 편차가 없는 지, 앞쪽에서 차를 바라보고 서서 양쪽 전구의 밝기가 같은 지를 최종 확인합니다.
클립을 사용하여 고정되는 소나타-3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High Beam을 켰을 때는 앞차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분명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타인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으므로 전조등 높이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다음 번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 한 번쯤 전문가의 육안점검을 부탁하는 것이 좋을 듯하고, "전조등을 점검하고 교환할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는 말이 후드를 열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심난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만 딱 한번만이라도 모험(!)을 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강원도 산길. 캄캄함 밤 길은 멀고 주행 중 전조등이 갑자기 나갔을 때, "외눈박이로 위험하게 모퉁이를 돌아 나가야 할까요? 견인차를 부르고 기다리겠습니까? 아니면 즉석에서 교환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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