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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좌현 쪽에 2800톤 작용한 변형 확인…변형 부위는 선체 스크래치 자국과 일치
세월호에 외력의 흔적이 발견됐다.
세월호 사고 원인은 그동안 국내외의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선체에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고선
사고 당시와 같은 급격한 선회와 기울기를 재현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져 왔다.
이번에 발견된 선체의 충격 흔적은 세월호의 급선회가 외부의 힘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줄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력의 흔적은 선수 좌측면에서 발견됐다.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용역을 주고 조사한 결과, 선체에 변형을 줄 정도의 충격이
선수 좌현 쪽에 가해진 것이 발견됐다. 특히 충격 부분은 세월호 선수 좌현에 있는
심한 스크래치 자국과도 일치했다.
선체 외판에 충격의 흔적들이 나오게 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지금까지 다양한 가설과 의혹이 제기돼 왔다.
우선 검찰은 세월호 참사 직후 내놓은 원인으로 과적·복원성 불량·고박 불량·조타 실수 등 4가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최근 선조위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 실험과 2014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자유항주 조종실험이 공개되면서 잘못됐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의 급변침과 변침 초기에 일어난 50도 이상의 급격한 기울기는
선체 자체의 문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실험들의 핵심 내용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선체만으로 사고를 설명할 수 없고 외력에 의해 침몰했다면 외부 충돌로 인한 흔적이 선체에 남아야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사고 당시 좌현으로 기울며 급변침 했다. 외부의 충격이 있는 곳은
배의 좌측 어딘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선체 좌측에 세월호의 진실이 담겨 있다는 말과 같다.
시사저널e가 단독으로 입수한 선조위의 ‘세월호 선체 좌현 수선하부 외판 상태 해석’ 1차 중간 보고회에 따르면, 선수 좌측면에 외력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큰 힘이 작용한 것이 발견됐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 시사저널e. 이용우
세월호 선체 좌현 부분에 2800여 톤으로 밀어붙인 자국 나와
이 보고회는 3월14일에 발표됐다.
선조위가 세월호 선체 좌현 상태와 변형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1월25일부터 4월25일까지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이장현 교수에 용역을 주고 진행한 결과물이다.
세월호 선체 외판의 변형전과 후를 모델링하고 변형량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 조사의 목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에 상당 부분 변형이 일어났다.
3년가량 바다 속에 있으면서 부식이 진행됐고 인양 과정에서 선체에 변형이 온 것일 가능성이 컸다. 보고서에는 세월호 좌현이 아래로 누워 있는 상태로 인양되면서 좌현 쪽에 수많은 눌림 현상이 생긴 점들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문제는 이 보고서의 결론 페이지 전에 넣은 57페이지 내용이다.
이 교수 팀은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이 부분을 제시하며 ‘검토영역’이라고 지칭했다.
세월호의 좌현 선수 부분에 외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특이한 점이 발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토 영역은 세월호 A파트인 145번 프레임(FR)~162번 프레임이다. 좌현 선수 쪽이다.
이 부분을 본지 기자가 목포 신항에 놓여있는 세월호 선체를 직접 보며 조사한 결과,
해저 충돌이나 인양으로 발생할 수 없는 위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선수 쪽에 위치할 뿐 아니라 배의 선수 중심부로 곡선을 이루며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해저 바닥과 충돌할 수 없고, 인양 중에도 건들 이유가 없는 부위라는 것이다.
이 교수 팀에 따르면,
이 부분은 46.3cm(계측 변형량·해석변형량은 48.5cm) 가량 눌린 것으로 나타났다.
눌린 면적은 31.2m²이다. 가로를 10m로 잡았을 경우 세로는 약 3.1m에 달하는 크기다.
이 면적을 46cm로 누르기 위해선 2810톤의 힘이 작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31.2m² 면적에 세월호가 사고 당시 실었던 2200여 톤의 화물을 다 올려놔도
이런 변형이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만큼 강한 힘이 이 부분에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선체 모습 선수 좌현 쪽에 미상의 물체와 부딪혀 생긴 것으로 보이는
스크래치와 페인트가 벗겨진 흔적이 발견됐다. © 시사저널e. 이용우
이 외에도 136번 프레임과 121번 프레임에서도
세월호 선체 내부 방향으로 휘어지는 변형이 발생했다. 무언가가 밀고 들어간 자국이다.
이 보고서에는 이를 ‘해저 충돌 또는 미상의 충돌에 의한 변형’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가 외부 충돌이 있었다면 선체 외벽에 흔적이 남아야 했다.
본지 기자가 유가족과 세월호 선체를 확인한 결과, 이 보고서가 말하고 있는 부분에
심각한 스크래치가 발견됐다. 2810톤의 힘이 가해진 145번 프레임(FR)~162번 프레임에는
심한 녹슨 현상이 나타났다. 그 옆부분인 136번 프레임(눌려 들어간 부분) 하단 쪽에는
커다란 스크래치가 있었다. 해수면 충격이나 선체 인양으로 생겼다고 보기 힘든 곳이다.
어떤 강한 쇠끼리 부딪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상처다.
지금까지 블랙박스와 네덜란드 마린의 실험, KRISO보고서를 보면
세월호는 과적이나 증축, 복원성 불량만으로는 급격한 선회와 변침 초기의 50도 이상 기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외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선회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생존자와 조타수도 당시 외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바 있다.
세월호 생존자 다수는 침몰 직전 ‘쿵’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미상의 소리는 블랙박스 영상에도 고스란히 잡힌다.
선체의 화물이 움직이기 전에 나타난 소리다.
여객부 선원 B씨는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배가 기울기 전에 둔탁한 충격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조타실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오전 8시49분쯤 3등항해사는 조타수에게 좌현으로 5도 소(小)각도 변침을 지시했을 때
조타수는 “타(舵)가 이상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후 세월호는 좌현으로 50도 이상 급격히 기울었다. 세월호 변침 초기였다.
조타수는 법원에서도 “배 양 옆에 날개(스테빌라이저)가 있는데 거기 뭔가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는 진술도 했다. 세월호 생존자와 조타수 진술, 여러 정보와 데이터들은 모두 어떤 물체가 세월호 좌현 충격을 줬다는 것을 설명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KRISO 자유항주모형시험의 보고서에서도
세월호는 자력만으론 불가능한 급선회를 변침 초기부터 시작한 것으로 나온다.
실험에선 설령 좌현으로 25도 타를 돌리는 조타실수가 있었더라도
모든 실험은 사고 항적도를 구현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월호 합동수사본부가 내놓은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분석 보고서에는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급선회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이상현상이 발견된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외력이 없이는 세월호 급선회가 불가능하다는 말과 같다.
1번은 '세월호 외판해석 보고서'에서 나온 2810톤이 작용해 약 46cm가 들어간 곳이다.
2번은 그 옆으로 심한 스크래치 상처가 나타난 모습.
스크래치 위쪽으로 움푹 들어간 자국이 발견됐고 외판 조사 보고서에선
이를 ‘해저 충돌 또는 미상의 충돌에 의한 변형’이라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e. 이용우
“이번 보고서는 세월호 사고의 진실이 외력에 있다는 증거”
김관묵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교수는 “네덜란드 마린의 실험과 KRISO의 실험 결과,
블랙박스 영상 등 모든 데이터들은 세월호 사고 원인이 외력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도 세월호 사고의 진실이 외력에 있다는 증거가 된다.
AIS항적과 레이더 영상 등이 모두 동일한 급회전을 그려낸다.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당시 급회전 초기 50도 이상 급격한 기울기를 보였고
의문의 충격음들까지 잡혔다. 복원력이 사고를 설명할 만큼 나쁘지 않은 배가 그렇게
기울었다는 것은 다른 힘이 작용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번 자료로 그 힘이 선체 어디에 작용했는지도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헌 창원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스크래치가 생긴 부분을 정밀 감식해서
묻어 있는 물질을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외력으로 추측되는 객체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외판끼리의 용접면은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무언가와 긁혔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외하고 스크래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금 세월호의 스크래치가 그런 모습이다”며 “이 부분을 정밀 분석하면
원래 페인팅 재료 외에 다른 물질이 나오는지 확인이 될 것이다.
외력이라면 그것이 무엇인지도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조위는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선조위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어떤 역할이 작용해야 (외판 손상이) 가능한지도
면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손상 이유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선체의 좌현에 여러 군데 손상이 발생했다.
그런 부분이 충돌로 발생했거나 다른 요인으로 발생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스크래치는 인양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 (선조위가) 이 용역만 한 것이 아니다.
여러 구역을 보고 (선체에) 다른 페인트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용역을 한 결과
다른 페인트는 나오지 않았다. 전후 관계를 파악해야 명확하게 결론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나온 2810톤이 밀어서 발생한 충격 위치. 세월호 좌현의 D데크 바닥과 E데크 바닥 사이다. 31.2m² 크기의 변형이 발생됐다. © 시사저널e. 이용우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