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곤
2023년 9월 1일 ·
인제 내린천 가에 자리잡은 후배네 농막.
인천서 또다른 후배가 제철 맞은 꽃게 새우 전어를 소래 들러 사왔다.
대낮부터 돌배술 곁들여 푸지게 먹었더니 저녁엔 갈비 바베큐가 푸짐한데 다 먹지도 못한다.
참외 토마토 개복숭아는 손 닿는 대로 따먹으면 되고 온갖 푸성귀도 지천이다.
이틀째
점심은 감자전 옥수수떡에 막걸리 한잔 ..
비가 잠시 그은 틈 타 길 건너 내린천 냇가 바위틈에 사시사철 깔려 있는 낚싯대를 잠시 지켜보다가 들어온다.
한잔 술로 낮잠에 취한 나를 빼놓고 둘이 나가더니 비 맞으며 매운탕거리 한 사발 낚아와서 저녁은 매운탕. 두 놈이 티격태격하며 끓이더니 민물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다. 둘 다 음식 솜씨가 좋아 나는 늘 손 하나 까딱 않고 얻어먹기만 한다.
아침에 깻잎과 아주까리잎 옥수수 노각 인삼주 등등 되는 대로 싸들고 신나게 룰루랄라 돌아오다가 길가운데 굴러떨어진 돌에 차 바닥을 긁혔다.
강원도 산길..
심한 내리막 커브길(아홉사릿길)에다가 마침 앞에서 차가 마주오는 바람에 피할 수도 없고 속도를 줄일 틈도 없고..
빠그락 소리가 심상치않아 느낌이 싸아한데 당장 세울 수도 없고...
해서 좀 오다가 겨우 갓길 찾아 세우고 보니 이건 뭐 동맥이 터진 듯 엔진오일이 콸콸콸 새 나온다.
별 수 없이 레커 불러 홍천 가서 차바닥 갈고 오느라 점심때가 지나 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돈이야 어쩔 수 없고 사람 안 다친게 다행일 뿐.
모처럼의 점심 약속은 당연히 참석 못했고, 올만에 만난 마누라한테는 혼날까 봐 말도 못 꺼낸다.
장보는 마누라 보조하며 열심히 끌려다니다가는 저녁 늦게까지 깻잎 다듬고 씻느라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라.. 한껏 욕심낸 게 잠시 후회스럽기도 하였으나 오늘 아침에 깻잎나물 한입 먹으니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요맘때 별미인 깻잎순나물... 고춧잎나물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 나물..
어느덧 9월이구나.
인간사는 요상하고 번잡해도 세월은 유유히 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