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수수를 제법 심었고 농사도 아주 잘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고놈의 참새들이 왠수입니다.
참새방앗간이 딱 들어맞게 오다가다 꼭 수수밭에 들려서 이삭에 떼지어 대롱대롱 메달립니다.
주위에서는 양파망이라도 씌워야 한다고 성화였지만 짐짓 모르는체 했지요..
걔들도 먹어야되니..
결국 절반은 상납하고 나머지를 수확하여 도정하지 않은 알수수로 형제들과 친척들에게 나누었습니다.
수수가 당뇨에 좋다나요. 그 솔깃한 소식에 당뇨에 고생하는 주위에 볶아서 차로 마시도록 주었습니다.
무엇이 어디에 좋다는 얘기에 상당히 둔감한 저도 환자들에게는 마음이 쓰입니다.
그렇게 또 절반남짓 주고도 많이 남았습니다.
잡곡은 농사도 어렵지만 도정도 어렵습니다.
방앗간에 가져가기에도 양이 적지만 아무곳에서나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역시 절구는 농촌의 필수품입니다.
알수수를 절구에 붓고 어느정도 물을 부어줍니다.
수수가 촉촉할 정도면 충분한데 바로 찧어야지 오래두면 수수가 물에 불어서 미끄럽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절구질하고 키로 껍질을 날리면 되는데 팔도 아프고 조금 힘듭니다.
그래도 절구질하고 옆에서 도우며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도 농촌에서 살아가는 재미입니다.
기나긴 농한기에 일거리도 만들겸...
마른수수는 껍질이 잘 안벗겨집니다.
신기하지요? 어떻게 물을 축여서 절구질을 하였을까?
거기에도 우스게 소리가 있지요. 애기를 안은 어느 어머니가 수수방아를 찧다가 젖을 달라고 보채는 애기를
젖을 먹이는데 아이가 절구에 있는 수수에 오줌을 누었습니다.
식량이 귀한 시절에 버릴수도 없어 그냥 찧었더니 껍질이 훨씬 잘 벗겨지는 겁니다. 그후로 물을 붓고 수수를 찧은것은 당연하지요.
믿어도 되나..ㅎㅎ
수수의 겉껍질이 덜 벗겨졌습니다.
어머니는 장삼이라 표현하십니다. 사투리겠지요?
키에 수수를 올려놓고 앞뒤로 키를 흔들어주면 덜벗겨진 수수알곡이 위로 올라갑니다.
그것들을 덜어내고 방아를 찧으면 수수껍질이 붙은 알곡을 골라내는 수고가 많이 줄어듭니다.
덜벗겨진 수수알들은 물을 붓지않고 마른 상태에서 절구질을 하고 키로 껍질을 날려 물을 붓고 절구질을 합니다.
어머니께서 예전에 어르신들께 듣던 이야기를 풀어내십니다.
절구질은 미친년이 잘하고 맷돌은 병든년이 잘 돌린다고 했다네요..
말이 조금 거칠지요? 실감나는 표현을 하려고 저는 옛분들의 말을 그대로 전했습니다.ㅎㅎ
절구질은 미친듯이 힘껏 절구공이를 내리쳐야하고 맷돌은 조심조심 살살 돌려야 되니 그런 농담이 나왔을법 합니다.
오늘 저녁밥에 수수를 넣었습니다.
구수하고 알이 톡톡 터지는 햇수수가 맛있었습니다.
남은 수수는 설에 내려오는 형제들과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을 생각입니다.
잘 익은 동치미국물로 냉면을 만든다고 누이가 약속했습니다.ㅎㅎ
냉면과 수수팥떡이 잘 어울리겠지요.
좋은 설명절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첫댓글 꺾어서 말리기만 한 수수가 있는데 이제 저도 어찌 해봐야하겠네요. 저리 놔두다가는...ㅠ
가져와유.. 도정비 조금만 받고 수수방아 찧어드릴테니...^^
@길위에서 수수 도정하시는것 잘보고
또 많이 배워갑니다.
미친년, 병든년
적나라한 표현에 웃었답니다 ~~^^
@*세아 적어놓고 보니 조금 거시기하지요..ㅋㅋ
@길위에서 굿
제꺼는 토종메수수인데 말려서 툭툭 두들기면 겉껍질이 다 벗겨져서 도정 안하고 그냥 밥에 넣어먹어요 ^^
찰수수도 그냥 먹을수 있어요. 저는 쫄깃하고 톡톡 터지는 맛이 좋은데 어머니는 싫어하십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이해합니다.
차조나 메조와 율무나 겉보리나 흑보리도 수수처럼 절구질하면 껍질 벗겨질까요? 가정용정미기로는 어느곡류까지 껍질 벗겨지는지? 영재샘 이번에 우보농장에서 구한것은 벼말고도 귀리도 가능하다고 하던데...아직은 안해봐서리...혹시 곰보배추씨앗있나욤?
예전에 모든 곡식을 절구에 찧어서 대식구가 먹고 살았던 생각을 하면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세대가
안쓰럽습니다. 조방아는 조금 낫고 기장은 절구질이 많이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보리도 절구질이 가능한데 물을 붓고 곡식이 불어나기 전에 빨리 방아를 찧어야합니다.
곰보배추씨는 없고 집에서 딱 한포기 자라던데 씨앗을 받을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겉귀리는 도정이 어려워 쌀귀리를 재배해야합니다.
그런 연유로 귀리가 우리 음식문화에 정착을 못했지요.
@길위에서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혹시 밀도 절구에 찧나요? 도정하는 곡류는 다 궁금하네요. 봄에 힘껏 기지개 피시길요...
@도전 밀은 믹서에 갈아서 사용했지요.
그런데, 고소하지만 입자가 너무 거칠더군요. 언제 소형 분쇄기를 장만할까합니다.
율무도 곧 시도할겁니다.
@길위에서 율무시도 기대합니다. 길위에서님 가진 율무는 껍질이 얇아서 가능할것 같아요.
수수팥떡 맹그러 팔아요.
수수팥떡 드시러 저희집에 오십시오..ㅎㅎ
도정 때문에 수수는 그냥 사서 먹었는데..이런 방법이 있다니 내년에는 한번 시도를 해봐도 될듯하네요^^; 예전에는 수수가 다 익기(단단해지기)전에 껍질째 갈아서 부꾸미 해먹었어요 ㅋㅋ
그렇게도 부꾸미를 만들어 먹었군요. 껍질째 만들면 어떤 맛일지 자못 궁금합니다.
수수는 재배도 쉽고 맛도 있으니 올해 심어보십시오.
@길위에서 찹쌀 조금하고 섞어쓰면..그냥 연보라색 찰부꾸미 식감이예요^^; 올해는 불유구님 흰쌀수수 씨앗을 얻어왔어요...봐서는 도정이 필요하지 않는 하얀 수수예요. 어떤 모습일지 기대중이랍니다^^;
@복암댁 저도 흰수수 심었는데 제것은 조생종이라 일찍 여물어 참새들이 몽땅 먹고 만생종은 피해를
덜봤습니다. 찹쌀을 섞어도 되겠군요.
키질하시는 어머님을 뵈니 어릴적 외할머님 키질하실때 신기한듯 바라보고서 나도 할수있을것 같아 따라하다 알곡죄다 쏟아버렸던 기억이ㅎㅎ
키질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어머니의 현란한 손놀림을 따라하려해도 가망이 없어서 자포자기입니다.ㅎㅎ
순천에 들고 갔던..흰쌀수수(키가 큰 장목수수과에 속하는 종인데...바람에 너무 약해서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요)같은 경우는 도정 않고도 현미수수처럼 드실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거의 집집마다 디딜방아가 있었지요.
두세 집이 서로 품앗이 해 가면서 복중 밀방아.보리방아를 시작으로 한 겨울 서숙(조)방아까지..
참으로 고단했던 시절이기도 했구요.
키질은 저도 이제 쬐끔 늘었습니다.
동네 어른 왈. "머시마가 치(동네 사투리) 까부면(키 질) 부랄 달아난다"...;;
이러시면서 지나 가시데요..ㅎㅎ
예전에는 먹을것이 밥뿐이라 쌀 90킬로 한가마로 4식구가 겨우 한달을 버틸 정도였으니
어떻게 그 많은 일들과 길쌈, 방아를 찧고 살았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저희는 농사가 없었지만 청소년기에 시골에서 일을 거들었는데 커다란 그릇에 두그릇씩 하루
다섯그릇을 먹고도 감자에 옥수수 까지 모두 소화 시키고도 무언가 또 먹어지더군요.ㅎㅎ
이곳에서도 조를 서숙이라 부릅니다.
콕콕찧으면 두꺼운 껍질도 벗겨지는 쇠절구가 부럽네요 .
키질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나누는 정다운모습이보이네요
농사를 놀이로 정척시키려 나름 노력합니다.
삶과 취미로 아우르면 농사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수수에 관해 올려주신 글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
재미있는 사연이 많이 있네요...^^*
농부가 되려면 거쳐야할 과정이겠지요? ... ^^*
놀이로 생각하는 농사일...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올해 수수농사도 지어 보시지요.
쉽고 재미집니다. 농부가를 부르며 농사짓듯이 흥을 돋우며 일을 하면 그닥 힘들지 않습니다.^^